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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특집] ④고대 민간 괴담 ‘이어괴적(异语怪摘)’

[2018-06-24, 05:51:36] 상하이저널

아내를 배반한 송나라 선비 이생의 죽음


송나라 때에 이생(李生)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그에게는 아내가 있었다. 과거를 보러 가게 된 이생은 아내에게 과거에 급제해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다고 머리카락을 잘라주며 굳은 맹세를 했다. 그러나 글재주가 뛰어났음에도 과거에 떨어지고 말았다.

 

스스로 부끄러워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이생은 도성에 머물다가 돈도 다 떨어지고 점점 궁핍해져 갔다. 그러나 처음에 그는 부잣집의 천금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데릴사위로 들이려고 해도 양심에 부끄럼 없이 두고 온 아내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이생은 자신에게 아내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3년이 지난 후 이생의 아내는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이 과거를 보러 가기 전에 맹세의 증거로 잘라줬던 머리카락을 들고 남편을 찾아갔으나 그는 이미 변해있었다. 일부러 자신을 모른척하고 오히려 스스로 억울해하는 남편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고 비통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생의 아내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붉은 옷을 입고 손에 이생이 잘라준 머리카락을 들고 높은 탑에서 올라 투신 자살을 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가까이서 이 광경을 본 한 노인이 ‘사악한 기운이 너무 심하니 반드시 귀신을 만나 원한을 풀어야 하느니라’라고 중얼거렸다. 어느 날 이생이 우연히 그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이생에게 검은 기운이 가득 있어서 반드시 사흘 안에 큰 어려움이 닥칠 거라고 말했다.


노인은 또 “집에 아내가 있으시오?”라고 물었다.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긴 이생은 처음에는 노인을 떠돌이 사기꾼으로 알고 무시했으나 자세히 훑어보니 백발 머리 신선 같은 모습에 “도인님, 해결방법이 있을까요?”라며 황급히 물었다. 노인은 “해결방법이 어렵지는 않으나 이후로는 반드시 선행을 많이 해야 한다”고 이렇게 말해주었다.


“이제 당신의 아내가 악귀로 변해 3일후 자정 즈음에 원한을 당신에게 찾으러 올 것이오. 당신은 절대로 아무 데도 가지 말고 늘 입던 옷을 입고 침대 밑에 있어야 하며 침대 아래에 당신의 머리카락과 부적을 넣어 두시오. 귀신은 허리를 굽힐 수 없으니 침대 밑의 당신을 찾지 못하면 곧 떠날 것이오. 그리고 반드시 두 눈을 감고 있어야만 합니다.”


이생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한 후 노인이 시킨대로 하기 위해 집으로 왔고 가족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피하게 한 후 혼자만 집에 남았다.

 


3일째가 됐다. 저녁은 점점 다가오고 이생은 불안해졌다. 밖에서 밤을 알리는 소리도 아직 나지 않았는데 이미 침대 아래로 숨어 들어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사방은 평온했다. 그러나 이생이 불안에 떨던 그때 밖에서 갑자기 계단을 올라오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큰 물건으로 바닥을 쿵쿵거리는 듯한 소리가 나서 이생은 급히 두 눈을 꼭 감았다. 온 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땅을 부수는 것 같은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침대 앞에서 멈췄다. 그렇게 한참을 아무 움직이는 소리없이 고요했다. 그러나 이생은 감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여전히 너무나 두려웠기 때문이다. 또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다. 이생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한쪽 눈만 살짝 뜨고 상황을 살피려는 그 순간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다음날 아침, 노인이 이생의 집으로 왔다. 그 집 식구들과 둘러서서 끔찍한 광경을 보았다. 이생 얼굴은 일그러지고 두 눈은 부릅뜬 채로 이미 죽어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놀라 혼잣말을 하던 노인의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이생의 모습은 그의 아내가 투신 자살할 당시 거꾸로 떨어져 얼굴이 짓눌린 채로 죽었던 모습 그대로였던 것이다.

 

학생기자 차수민(SUI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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