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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남편’이라고 쓰고 “나를 도와줘”라고 읽는다

[2013-05-10, 11:44:24] 상하이저널
10년 전 공식적으로 딱 한번 손님을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다. 처음 만나보는 중국손님이고 남편의 손님이니 잘 해드리고 싶어 한국식 밥상을 차리고, 예의를 갖춰 더운 음식, 찬 음식을 식사 중간 중간에 바꿔주며 정성을 다했는데 결론은 손님이 참 불편해 하셨다는 것.
 
손님은 중국에서도 모계사회가 발달한 소수민족 출신이었고 여자 혼자 바쁜 손님접대에 몸 둘 바를 몰랐단다. 손님은, 퇴근 후면 직접 장을 봐서 저녁상을 차리고 아내를 기다린단다. 대신 아내는 아침에 시간여유가 있어 아이들 등교를 도우니 자기가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얼마 뒤 변한 건 내 남편이었다. 내가 마사지하는 시간엔 어린 아이를 데리고 놀아주고, 가족이 밖에서 보낸 시간이 많을 땐 꼭 외식을 했다. 저녁밥을 밖에서 먹고 와도 집 밥을 찾던 사람에게 정말 쓰나미 급의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아이가 크면서 학교에 가면 꼭 회의에 함께 참여하고 소풍 같은 학교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며 누구의 몫이나 역할이 아닌 아이 일에 관해서는 함께 나누고 참여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주말이면 누룽지탕이나 숭늉을 끓여서 아이들 아침도 챙기고 아이들과 내가 좋아하는 과일이 보이면 잊지 않고 사오기도 한다.

가장 큰 변화는 일하는 여성, 능력 있는 여성에 대한 생각이다. 중국사회가 워낙 일하는 여성에 대한 배려가 한국보다는 높다 보니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좋은 점은 쏙쏙 받아들이며 내 딸들도 나은 세상에서 꿈을 펼치길 바란다.

하. 지. 만.

아내는 딸(=여성)이 아니더라. 물론, 아내가 하는 일을 존중 해 주려! 하고 시간이 되면 도와! 주려고 하지만 평등한(=일을 하는 동료로의) 시선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렇게 도와주는 남편이 어디 있느냐’의 시선이다. 처음부터 일하는 아내가 아니었기에, 지난 결혼10년 동안 오롯이 아이를 키우며 남편을 위해 배려하는 입장이었기에 소소한 변화들이 힘들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도 더 힘든 건 아내인 나다. 여전히 벗어둔 속옷이며 양말은 찾아 다녀야 하고 아침에 입을 옷을 갖다 줘야 하고 매일 아이들 아침 준비며 저녁준비, 거기에 얹어진 내 몫의 바깥일도 있으니 말이다. 이상하게도 내가 바쁠 때 남편이 같이 집안일을 하는 건 당연한데 아이들이 나를 도와주는 건 너무나 황송하고 한편으로 눈물 나게 짠하다.

행주를 들고 식탁부터 온 집안을 닦고 다니는 둘째, 먹은 반찬은 뚜껑도 꼭꼭 닫아서 냉장고에 넣어두는 첫째. 나도 모르게 지쳐 잠들면 엄마가 깰 때까지 둘이 알아서 공부도 하고 DVD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걸 보면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신앙같이 느껴진다.

하긴, 나도 직장 다니시던 엄마를 위해 처음으로 밥을 했던 때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으니. 딱 우리 큰아이 나인데, 난 어떤 마음으로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했을까. 어린 시절의 마음은 생각이 안 나고 어린 딸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수저를 들었을 엄마마음이 내 마음처럼 느껴진다.

아, 남편님~ 많이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그러니까!! 우리 딸들을 대신해 앞으로 더 부탁해요~!

▷Betty(fish7173.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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