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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우리 집 봄 행사 ‘제사’

[2013-04-16, 11:24:57] 상하이저널
해마다 봄이면 다가오는 집안 행사… 작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학기 중에 한국에 제사 지내러 가기가 쉽지 않을 상황이 될 거 같아서, 여기 상해에서 제사를 지내기 시작한 게 벌써 7년이나 되었다. 생선, 떡, 부침개, 나물, 각종 과일이 가득한 제사상을 다 차려놓고 나니 봄이 정말 오긴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목련, 벚꽃, 개나리과 꽃들을 보면서 ‘봄이 왔네…’ 마음속으로 수십 번도 더 되뇌었는데도 한가지 해결되지 못한 일거리가 남아있어 발걸음이 조금은 무거웠는데, 이제 우리 집의 봄 행사를 끝내고서 새삼 주위를 둘러보니, 봄은 저만치 가고 있다. 그리고 오늘은 여름의 길목으로 가려는 듯, 유난히도 햇살이 따갑게 느껴졌다.

고등학교 1학년 4월에, 영어선생님은 시를 참으로 즐겨 하셨다. 다들 입시 공부시키시느라 단어외우게 하고, 문법 공부시키시는데 열을 올리셨지만, 그 분은 우리들에게 엘리어트의 황무지를 열심히 낭독해 주셨었다. “4월은 잔인한 달…” 이 첫 구절과 함께 그 선생님의 모습이 아스라히 떠오른다. 아니, 최근 들어 해마다 난 그 선생님을 떠올린다. 음력 3월 1일에 지내는 제사가 나의 인생의 굴레인양, 내게도 4월이 잔인하게만 여겨지는 건지, 동병상련의 비애감에 괜히 빠져든다. 그리고 이 의식이 끝나고 나면 난, 나만의 봄을 간직하려고 주위에 눈길을 돌려본다.

친정엄마도 3월말에 돌아가셨다. 장례식을 치르고 홀로 되신 아버지를 위안하면서 바라보던 벚꽃은 내 눈물 속에서 범벅이 되어 정말 잔인하기 그지없었다. 그 때도 그 꽃들을 뒤로하고 제사를 지내러 상하이로 서둘러 돌아왔었다. 그 해는 제사를 지내면서 가족들에게 짜증을 냈었다. 엄마 장례식을 치른 지 2주일도 안되었는데 시댁 제사 준비를 해야 하는 나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에 가슴 한 구석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내 가족의 일이기에 내 손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관습이라고 가족의 평화를 위하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체면을 걸어가면서.

이렇듯, 내겐 봄을 맞이하는 게 힘이 든다. 제사를 지내고 있는 세월도 엄마가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세월도 봄이다. 한 해 한 해 세월은 계속 흘러가고 있음에도 나의 무의식 속 아픔은 잘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유달리 바빴던 올 봄이었는데도 제사가 막 끝난 지금에서야 봄의 기운을 느껴 보려 한다. 꽃들은 이미 다~ 떨어지고 그 자리에 벌써 초록의 싹이 돋아나 있다. 여름 맞을 준비를 해야하듯. 아버지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시댁제사 지냈다는 말은 차마 못했다. 엄마 생각이 날까 봐. 아버지에게도 봄은 아픔일거 같아서. 제사 때문에 아버지 곁에 좀 더 머물지 못한 미안함이 아직도 응어리져 있어서….

작은아이와 남편이 제사 지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 기도해봤다. 우리 가족에게 건강과 행복을 주시기를… 시댁 제사이긴 해도 살짝 친정 아버지의 건강도 빌었다. 내가 차린 음식으로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제사를 핑계 삼아 행복해지기길 바래 보았다. 술잔을 제사상에 올리는 아들아이의 모습이 대견스러워 보였다. 꿇어앉은 자세가 편하지 않아 연신 몸을 비틀어대긴 해도 아빠를 도와주는 게 ‘고 녀석 제법이다…’ 유과가 없어 대신 초콜릿을 제사상에 올리고서 우리 세 식구는 한바탕 웃기도 했다. 작은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초콜릿이 없어질까봐 (조상들이 와서 행여 가져 가실까봐…ㅋㅋㅋ) 실눈으로 곁눈질까지 해가면서 연신 아빠보다 절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제사라는 관습이 날 슬프게도 하고 웃게도 했다. 올해의 봄도 이렇듯 제사와 함께 지나가고 있다. 유달리 올해의 봄은 꽃들이 작년에 비해 더 화사하고 더 밝았다. 비도 많이 내리지 않아 꽃잎도 천천히 떨어졌고…. 봄이 이렇게 길었던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유달리 기온이 높았던 오늘,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아이들이 제법 눈에 들어왔다. 올해의 봄도 떠나가고 있다. 내년의 봄은 조금은 덜한 아픔으로 눈에 담고 싶다.

▷아침햇살(sha_bea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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