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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중국 아빠들

[2019-07-13, 05:22:20]

드디어 아이들이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됐다. 발 빠른 친구들은 기말고사만 끝나면 방학식도 하기 전에 여행을 떠난다. 작은아이 반 친구는 벌써 케냐에 가 있는 모양이다. 매일 새나 동물들의 멋진 사진을 올리길래 어디냐고 물었더니 케냐에 사진 찍으러 왔다고 한다. 작년엔 덕분에 몰디브, 스리랑카 사진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더 멀리 날아갔다.


이 친구네는 항상 가족 두 세 명이 자유여행을 한다. 일정도 한 달이 넘게 꽤 길게 다녀온다. 어떻게 그렇게 길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지 물었더니 이 여행을 위해 1년을 준비한다고 한다. 남편은 직장 때문에 출발할 땐 같이 하지만 항상 중간에 둘째를 데리고 돌아오고 남은 기간은 초등 4학년인 큰아들과 엄마 둘이서 여행을 한다고 한다.


직장을 다니는 아빠가 어떻게 초등학교 2학년짜리 남동생을 케어 하는지 궁금해 물은 적이 있다. 아이는 방학 동안에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아침 먹여 학원에 보내주고 퇴근하는 길에 데리고 온다는 것이다.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직장 다니는 아빠가 아이 밥해 먹이고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고, 엄마는 큰 아이와 한 달 넘게 여행 다니고…. 남편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게 왜 신기하냐고 되묻는데, 난 그런 생각을 아예 해본 적도 없다는 말에 중국엄마가 더 신기해 한다.


이 친구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 놀러 올 때마다 아빠가 데려다 주는 애가 있는데, 알고 보니 이 아빠도 직장을 다니면서 살림도 하고 아이도 케어하는 슈퍼맨 아빠였다. 엄마도 직장을 다니는데, 엄마가 요리를 잘 못해서 아빠가 한다는 것이다. 


엄마가 요리를 잘 못해서 아빠가 한다는 집이 내 주변엔 정말 많다. 남편이 요리를 잘해서 그 남편이 해주는 음식을 먹으러 간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엄마들을 우루루 초대해 놓고 음식을 해주고는 같이 앉아 자연스럽게 식사하는 남편이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고 어색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러 번 겪다 보니 이제는 적응이 됐다. 그래도 많은 중국친구들이 나를 여전히 보수적이라고 말한다.


엊그제는 중국친구들과 오랜만에 아이들을 데리고 노래방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요즘 범죄와의 전쟁때문에 아이들은 입장이 안된다 하여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사는 친구 아파트의 클럽하우스로 장소를 옮겼다. 얼마 있다 이 친구는 집으로 돌아갔고 바로 후에 그 친구의 남편이 아내를 찾으러 클럽하우스로 왔다. 찾던 아내가 없으면 바로 돌아갈 법도 한데 자연스럽게 합석한다. 그것도 자리가 끝날 때까지, 끝까지! 


보수적인 내 눈엔 아내를 찾으러 온 게 아니라 본인이 놀러 온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5명의 엄마와 1명의 아빠 조합으로 클럽하우스가 문을 닫을 때까지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엄마, 아빠의 역할에 경계가 없다는 점은 나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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