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아카바의 선물

[2019-06-07, 07:30:50]

상해 생활 16년차. 그 동안 하던 일을 정리하고 작은집으로 이사하며 이젠 다시는 책을 사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그 당시엔 우리나라 책이 귀했고 우리집 방문객들은 마치 의무처럼 선물로 책을 들고 왔다. 그렇게 모아진 책들이 수백 권. 이제는 바뀐 환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 많은 책들을 처분하며 어찌나 마음이 쓰리던지. 그러면서 매주 교민 도서관을 애용할 수 있으니 굳이 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 친구에 대해 우리가 이야기 하기 전 까지는 말이다.


그날 한국의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한 친구가 화제가 됐다. 영희, 학창시절 우리 반에서 얼굴도 성적도 늘 상위권 이었던 데다가, 그 당시 클래식음악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독서도 엄청나게 했던 친구. 남녀 공학이었던 우리 학교에서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오르내리던 이름. 대학을 다닐 때도 그 후로도 너무나 자유분방 하고 화려해서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듯한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어느 날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화려했던 외모에 걸맞은 것들을 버리고 세상에 없는 현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이전의 삶에서 다시 태어난듯한 얼굴을 하고. 우린 무엇이 이 친구를 이렇게 변화 시켰는지 궁금했고 그것은 이 한 권의 책으로부터 인 것을 알게 됐다. 오그 만디노의《아카바의 선물》.


거침없이 자기의 길을 간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내면엔 많은 갈등이 있었나 보다. 자신이 무엇을 해도 공허함 때문에 죽을 것만 같다고 느끼던 어느 날 여행을 가게 됐다고 한다. 여행하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건네준 이 책을 본 후, 하나님이 진짜 있을까 싶어 깊이 파고들어 진리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구도의 길을 걷다가 깨달음을 얻어 친구의 삶은 변화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니 얼마나 놀랍고 신비스러운지 그날 우리는 영희에 대해서 열띤 이야기를 했다.


마침 둘째 아들이 한국에서 온다고 하여 이 책을 부탁했다. 빌려서 보는 것도 좋지만 천천히 밑줄 그으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15년 하던 일을 접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던 중, 친구와 더불어 이 한 권의 책이 떠오르는 데에는 나도 어떠한 확실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40대, 그때는 스치듯 읽었던 《아카바의 선물》이 지금 나에게 선물처럼 감동을 준다. 인생이란 길에서 무엇이 소중한지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 놀라웠다. 맛있어서 빨리 먹고 싶은 것이 있고, 맛있어서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먹고 싶은 것이 있듯이 난 오랫동안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때론 눈물이 때론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며 난 어느새 내면의 순례자가 되어있었다. 혹시 지금 구도의 길에 있거나 마음이 공허해 잠 못 이루고 평안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당신들에게도 이 한 권의 책이 선물이 되길 기대해본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포동 한국주말학교 "스무살 됐어요"
  2. 상하이 노동절 황금연휴 꽃놀이·전시·..
  3. [책읽는 상하이 238] 평범한 결혼..
  4. 농부산천, ‘정제수’ 출시 소식에 소..
  5.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0] 큰 장..
  6. 상하이 디즈니, 상업용 사진작가 퇴장..
  7. 한인여성회 ‘태극권’팀 상하이무술대회..
  8. 중국인도 즐겨먹던 ‘이 약’ 효과 없..
  9. 상하이 오피스 공실률 20년만 ‘최고..
  10. 中 스마트폰 시장 회복 신호 ‘뚜렷’..

경제

  1. 농부산천, ‘정제수’ 출시 소식에 소..
  2. 상하이 오피스 공실률 20년만 ‘최고..
  3. 中 스마트폰 시장 회복 신호 ‘뚜렷’..
  4. 광저우자동차, 화웨이 자율주행 기술..
  5. 현대차·기아, 바이두와 MOU 체결…..
  6. 中 올해 노동절 하루 평균 예상 출국..
  7. 테슬라, 중국판 완전자율주행에 바이두..
  8. 화웨이·애플, 같은 날 신제품 발표회..
  9. 中 4대 도시 상주인구, 다시 ‘증가..
  10. 中 부동산 정책 완화 기대감에 관련주..

사회

  1. 포동 한국주말학교 "스무살 됐어요"
  2. 상하이 디즈니, 상업용 사진작가 퇴장..
  3. 한인여성회 ‘태극권’팀 상하이무술대회..
  4. 중국인도 즐겨먹던 ‘이 약’ 효과 없..
  5. [인터뷰] “재외선거 투표 참여 어려..
  6. 中 상하이 등 20개 도시서 ‘온라인..
  7. ‘음악으로 만드는 행복’ 여성경제인회..
  8. 일찍 예매하면 손해? 노동절 연휴 항..
  9. 상하이 남포대교 한복판서 전기차 ‘활..
  10. 上海 뒷좌석 안전띠 착용 단속 강화

문화

  1. 한국민화협회 상하이지부 제1회 회원전..
  2. 상하이 2024 국제 플라워 쇼 개막..
  3. 상하이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2..
  4. [책읽는 상하이 238] 평범한 결혼..
  5. [책읽는 상하이 237] 멀고도 가까..
  6. 희망도서관 2024년 5월의 새 책

오피니언

  1. [무역협회] 中 전자상거래, 글로벌..
  2.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0] 큰 장..
  3. [상하이의 사랑법 12] 손끝만 닿아..
  4. [산행일지 2] “신선놀음이 따로 없..
  5. [무역협회] 中 1분기 경제지표, '..
  6. [허스토리 in 상하이] 가고 멈춤
  7. [허스토리 in 상하이] 사월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