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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开学第一课

[2017-09-20, 14:45:36] 상하이저널

긴 긴 여름방학을 끝내고 9월의 시작과 함께 아이들도 등교를 시작했다. 매년 새 학년이 시작되면 로컬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께서는 똑같은 문자내용을 보내신다. 바로 중국 공영방송 CCTV에서 하는 ‘开学第一课(개학 제1교시)’를 꼭 시청하라는 내용이다.


매년 9월학기가 시작되면 CCTV1채널에서는 ‘개학 제1교시’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큰 아이가 처음 로컬 초등학교를 입학했을 때, 담임선생님의 문자를 받고 반드시 봐야 하는 건가 보다 해서 온 가족이 TV앞에 앉아 시청을 했었다. 입학 당시 중국어를 한마디도 못했던 아이한테는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중국어를 알아듣는 우리 부부에게도 지루하고 재미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선생님이 꼭 봐야 한다고 문자를 보냈기에 끝까지 보긴 했으나, 영 따분하기 그지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어떤 프로그램인지 안 이상 매년 받는 담임선생님의 문자에도 우린 더 이상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았다. 그러다 둘째 아이가 입학했을 때 시청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라는 담임선생님의 주문에 우린 몇 년 만에 다시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됐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인기 연예인들이 더 많이 출연하고 있었다. 연예인들의 노래나 공연은 볼 만했지만, 여전히 조국에 대한 사랑이 물씬 풍기는 내용은 변함이 없었다. 담임선생님께 보낼 사진을 찍은 후 우린 채널을 돌렸다.


이제 예비 중을 끝내고 진정한 중학생이 된 큰 아이가 개학 첫날 집에 돌아와서는 숙제가 많다며 투덜거렸다. 다른 숙제는 그냥 하면 되는데, ‘개학 제1교시’를 본 후 감상문까지 써서 내야 한다며 여간 투덜거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 전까지는 보다 말거나, 아예 안보거나 했는데, 감상문까지 써서 내려면 이번엔 정말 제대로 시청하지 않으면 안됐다. 이사 온지 얼마 안된 이 집에선 유선도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아 유선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다행히 샤오미 셋톱박스가 있어 실시간 프로그램을 보는 건 문제가 없었다.
프로그램이 시작할 시간에 맞춰 오랜만에 온 가족이 TV앞에 모여 앉았다. 그런데 시작부터 인터넷이 자꾸 버벅거리더니 급기야는 화면이 멈춰 나오질 않았다. 평소 같으면 바로 꺼버렸을 텐데 숙제가 있는 터라 마냥 꺼버릴 수 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몇 번을 껐다 켰다 했지만 여전히 나오질 않았다. 할 수 없이 포기를 하고 다음날 ‘다시 보기’로 시청하기로 했다.


다음 날 다시 보기를 켜고 오랫만에 ‘개학 제1교시’를 시청했다. 역시 오프닝은 그 전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내용면에선 많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전엔 조국사랑과 선열에 대한 내용이 주였는데, 이번엔 애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나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그 중엔 피아니스트 랑랑도 있었고, 외국인 교사도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반평생을 한자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미국인 리차드였다.


TV만 틀어주고 왔다갔다하며 집안일을 하고 있던 나는 어느새 TV앞에 앉아 있었고, 숙제 때문에 억지로 보고 있는 큰 아이도 나름 몰입하며 보고 있었다. 몇 해 안 본 동안 프로그램은 무척 흥미로운 내용으로 바뀌어 있었으며, 이 정도 내용이면 매 해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프로그램에 만족했던 나는 며칠 뒤 시간을 내어 바이두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개학 제1교시’를 검색하는 순간 연간 검색어에 '감상문'이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이 사실을 큰 아이가 안다면 내년부턴 TV앞이 아니라 컴퓨터 앞에 앉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8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매년 수많은 스타들을 출연시키며 아이들에게 조국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내용에서 최근 몇 년 새 이렇게 내용이 알찬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중국 공영방송 CCTV는 한국으로 치자면 KBS라고 할 수 있는데, 공영방송에서 매년 9월 1일 개학일에 맞춰 이런 프로그램을 방영하다니, 다시 한 번 중국의 저력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다시 본 프로그램이 이렇게까지 확 와닿다니, 내가 중국에서 너무 오래 산 것인지, 정말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인지. 아마 둘 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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