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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사랑법] 외도할 자유_ 신톈디

[2023-11-30, 17:33:32] 상하이저널

누군가의 바람 이야기가 입방아에 올랐다. 외도는 가까운 지인의 일일 경우 충격이 크지만, 새로울 것 없는 흔한 일이다. 기혼자들을 상대로 소개와 만남을 주선하는 애슐리 매디슨이 해킹당했을 때 3700만 회원들의 정보가 공개되었다. 그때 중국에서 애슐리 매디슨 회원이 가장 많았던 도시가 상하이다. 중국에서 외도를 가장 많이 하는 도시, 상하이에서는 오히려 부부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더 충격적일지 모른다.

[사진=상하이 신텐디(新天地)]

오랜만에 신톈디에서 그와 만날 약속을 했다. 예전에 일하던 사무실이 신톈디에 있었는데, 퇴근 시간 무렵이면 그가 그 근방으로 와서 나를 기다리곤 했다. 거리에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하면, 힘든 업무를 끝내고 반짝이는 볼거리와 맛있는 음식으로 낮 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었다. 이미 익숙해진 신톈디는 더 이상 내 눈에 새롭지 않았다. 그와의 만남에도 별 기대 없이 나갔지만, 그날 그의 모습은 신선했다. 그는 회사원의 정석으로 보이는 익숙한 옷차림을 벗어던지고, 카고팬츠에 맨투맨을 입고 네온 라임 컬러의 백팩을 메고 나타났다. 도심의 낡고 빈곤한 주거지역에서 상하이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한 신톈디처럼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괜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누가 보지는 않을까. 낯선 사람과 몰래 데이트하는 것 같아 살짝 설렜다. 

[사진=상하이 신텐디(新天地)]

“관계를 오래 지속하는 비결이 있나요? 
외도입니다. 진짜 바람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말하는 겁니다. 프루스트는 질투를 불어넣는 것만이 습관으로 마비된 관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알랭 드 보통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중)

외도를 막기 위해 외도할 자유가 필요하다는 아이러니. 대부분 외도하는 사람이 매혹되는 대상은 ‘새로운 남자’나 ‘새로운 여자’가 아니다. 그가 가장 매료되는 건 달라진 자기 자신이다. 외도를 할 때 다시 태어나거나 젊어진 것 같고, 자신감으로 충만해진 새로운 나에게 매혹되는 것이다. 시들해진 부부에게 필요한 건 배우자보다 더 멋진 누군가가 아니라, 자신을 새롭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시선이다. 

[사진=상하이 신텐디(新天地)]

배우자나 연인에게 가장 끌릴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많이 나오는 답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이 그에게 매력을 느낄 때다. 두 사람의 애정을 끈끈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역시 제삼자의 시선이 필요하다. 결혼이라는 심심한 음식에 넣는 질투 한 꼬집은 음식의 풍미를 더하는 양념인 셈이다. 

[사진=상하이 신텐디(新天地)]

온라인으로 누구나 쉽게 연결되는 세상에서 외도의 가능성은 끝도 모르게 커지고 있다. 제 몸의 일부처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24시간 우리를 유혹한다. 기술의 힘으로 시작된 외도의 대부분은 바로 그 발전된 기술 때문에 탄로 난다. 새로운 누군가와의 연애를 부추겼던 그 기기가 외도의 모든 증거를 꼼꼼히 수집해 배우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점점 외도가 늘고 있는 이 세상에서 식상한 외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배우자에게 외도할 자유를 허락하자. 배우자를 ‘이미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하는 한, 누군가에게 짜릿한 기쁨을 선사할 그 또는 그녀의 진짜 매력을 알아보지 못할 테니까. 

윤소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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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책과 함께’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책 소개와 책 나눔을 하고 있다.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공저로 <소설, 쓰다> 등이 있다. (위챗: @m istydio, 브런치스토리 @yoonsohee0316)
master@shanghaibang.com    [윤소희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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