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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조언하지 말아요(不要指点)

[2019-12-25, 15:54:33] 상하이저널
아내가 쓰러진 지 10년. 처음엔 의식이 없었고 남편의 지극 정성인지 의식은 돌아왔지만 아내는 휠체어에 의지해 남편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어느 부부가 있다. 세월이 흘러 간병하는 남편도 이젠 힘없는 노인이 됐다. 신앙이 있는 노부부는 새벽마다 아내를 챙겨 휠처어에 태워 교회에 나가 기도를 하는데 추운 겨울이 오니 목사님께서 걱정스럽게 겨울 동안은 다니시기 힘들고 위험하니 집에서 기도 하시고 날이 풀리면 다시 나오시는 게 좋을 듯하다고 말씀하셨다. 

일반적으론 그 말이 옳은 듯 하나 삶이 절실한 그분들에겐 상처였나 보다. 게다가 다른 모임에선 노년의 남편이 병든 아내를 오랫동안 수발하는걸 박수로 칭찬하시니 그 격려와 칭찬이 병든 아내에겐 남편에 대한 죄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니 그 또한 상처로 남고 말았다. 모두 각자의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인데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고 섣부른 조언이 낳은 모습들이다.

예전에 한 TV 프로에서 보았는데 길거리 어린아이와 인터뷰가 참 웃기지만 인상적이었다.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어린이 대답했다.

"잔소리는 기분 나쁘지만 조언은 더 기분이 나쁩니다."

엉뚱한 대답에 모두들 웃었지만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나이 들어가며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 또는 입대신 귀를 열라는 말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난 그 조차도 먼저 열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조언이든 가르침이든 기다림이 먼저라는 생각은 생각 없이 행동하는 조급함에 크고 작은 실수와 후회를 경험한 결론이다.

앞서 말한 노부부 이야기 말고도 일상 생활에서도 종종 이와 같은 경험들을 누구나 하게 된다. 때론 많음이 부족함만 못하고 지나친 관심은 간섭으로 느껴져 불편한 관계성을 낳고 만다. 성서에도 누구든지 선생이 되려 하지 말라는 말씀이 있다. 가르침이 아니라 무엇에든지 배우려는 겸손한 열심히 결국은 선생이라는 뜻이 아닐까?

가끔은 먼저 손 내밀기 보다는 손 내밀 때 언제든지 잡아주고 도움을 청할 때 피하지 않고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마음에서 우러나는 조언이라도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를 모른다면 그것은 때론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고 그 상처는 또다시 부메랑이 되어 나의 상처가 될 수 있다.

곧 새해가 다가온다. 모두들 덕담들을 나누며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 할 것이다. 지나친 덕담과 조언으로 사람의 마음을 다쳐 상처를 주기보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숨어있는 탤런트를 보고 사랑과 관심으로 서로 격려하고 칭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심으로 보내는 따뜻한 미소로 서로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가식이 아닌 진심이 소통했으면 좋겠다.

조언 하지 마십시오. 그냥 믿어 주고 바라 보십시오. 하지만 옆에서 손 내밀 때 밀어 내지 말고 꼭 잡아주고 안아주십시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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