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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상하이 191] 공간이 만든 공간

[2023-04-30, 06:55:11] 상하이저널
유현준 | 을유문화사 | 2020년 4월
유현준 | 을유문화사 | 2020년 4월
이 책의 저자는 유현준,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자 건축가이기도 하면서 홍익대학교에서 건축학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합니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후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하였다고 하네요. 동서양을 모두 경험했던 만큼 그 문화적, 공간적 차이를 책 속에서 잘 녹여낸 것 같습니다. 

또한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기보다는 각종 티비, 방송에서 아주 활약적이다보니 알고 있는 전문지식을 대중에게 알기 쉽게 전하는 건축 전도사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세바시 강연과 오디오클립 채널 “유현준의 아이러브 건축”에서 “학교와 가장 근접한 곳은 감옥이”라면서 “한 건물에서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 두뇌가 발달되는 12년 동안 획일적인 삶을 산다”고 지적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코로나시기에는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건축이 학교와 감옥”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저자의 이런 특성에서랄까요, 건축에 관한 책이기는 하지만 참 알기 쉽게 씌어졌습니다. “겨울서점”이란 유투브 채널에서 유현준 작가는 이 책을 ‘건축가가 공간으로 읽어내는 세계사’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건축가의 시선으로 공간의 역사, 문화의 역사를 풀어가면서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 공간적 차이에 대해 흥미롭게 보여주었습니다.  

우선, 인간은 왜 건축물을 만들게 되었을까? 로부터 공간의 역사를 풀어갑니다. 지구라는 행성의 자전과 공전,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 등 물리적 환경은 지역마다 다른 지리를 만들고, 이런 지리는 또 각기 다른 기후를 만들며 이런 다양한 기후는 또 서로 다른 환경적 제약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환경의 제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지능적 노력이 건축물입니다. 즉 비가 와서 지붕을 만들고 추우니까 벽을 만들고 온돌을 만들었다는 것이 건축물이라는 것이지요.

“한 시대가 가지고 있던 기술적, 사회적, 경제적 제약들 속에서 환경적 제약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문화가 되었고 그 문화의 물리적 결정체가 바로 건축물이다.” 

서로 다른 환경적 제약에 놓인 동서양은 건축물에 있어서도 다양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유현준 건축가는 동서양의 문화 차이는 농업 즉 ‘벼’와 ‘밀’을 경작하는 특성의 차이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벼을 삼을지 밀을 심을지는 환경요소에 의해 지배됩니다. 

“일반적으로 벼농사 지역은 집단의식이 강하고, 밀 농사 지역은 개인주의가 강하다”고 합니다. 일단 벼농사는 물을 많이 써야 하므로 물을 대기 위한 토목공사, 물을 함께 쓰기 위한 물길 틔우기 등 타인과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또한 시기를 놓치면 안되는 곡물이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도 거의 비슷합니다. 즉 집중적으로 농사하고 집중적으로 추수해야 하는 등 사람과의 협업이 필요한 작업인 거지요.

반대로 밀농사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기때문에 물을 위한 토목공사를 벌이는 일이 일단 없고 땅 위를 걸어다니면서 혼자 씨뿌리면 됩니다. 집체적 협력이 필요한 작업이 아닌 것입니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자연스럽게 벼농사 지역은 집단의식과 관계를 중요시하게 되는 가치관이, 밀농사 지역은 개인주의 가치관이 발달합니다.

동서양은 건축물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1.동양은 ‘지붕’ 중심의 나무기둥 건축이, 서양은 ‘벽’ 중심의 건축이 주를 이룹니다.  벼재배지역은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지붕이 중요하며 또한 벽돌같은 무거운 것들은 비가 많이 오게 되면 무너져버리기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나무를 기둥으로 쓰게 되었다는 점, 밀재배지역은 비가 적게 내리기 때문에 지붕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고, 대신 벽은 영역을 구분하고 지붕을 받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건축 요소였다는 것이 그 근거가 되겠습니다. 

2.동양 건축은 주변 경관과의 관계에 중심을, 서양은 밖에서 보는 입면에 중심을 둡니다. 그 근거를 살펴본다면, 서양의 건축은 벽이 지붕을 받치고 있으므로 벽에 큰 창문을 내면 벽이 무너져버립니다. 하여 창문을 작게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바깥 경치를 볼 일이 별로 없게 되었으므로 밖에서 건축을 보는 시선을 중요시하게 됩니다. 이것이 서양 건축물의 입면이 화려한 이유입니다.

반면에 동양 건축물의 입면의 절반을 차지하는 요소는 지붕입니다. 기둥구조의 건축이라 지붕을 받치는 벽이 필요 없으므로 기둥과 기둥 사이는 뻥 뚫린 개방감을 갖게 되고 그러다 보니 동양에서는 안에서 밖을 보는 일이 일상이었고 따라서 주변 경관과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건축물의 배치를 결정하였습니다. 그래서 풍수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전통건축에는 이러한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항해로가 뚫리고 동서양의 왕래가 빈번해지면서 동양의 건축에 서양적 요소가, 서양적 건축에 동양적 요소가 개입하는 일들은 아주 보편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동서양의 융합, 건축과 기타 학문 사이의 융합,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 등등 흥미로운 소재들을 다루었습니다. 저자 유현준은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생각이 나오고 새로운 생각이 융합되었을 때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모든 것은 제약과 융합을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발전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평소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책이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건축의 역사와 현주소에 대해 옅게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이분선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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