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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宝贝 Foundation

[2015-06-17, 10:13:26] 상하이저널

 

학교에서 돌아 온 막내 손에 노란 서류 봉투 하나가 들려 있다. 보자마자 운동장을 달릴 건데 한 바퀴 돌면 얼마씩 줄거냐 묻는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면서 일하는 내내 졸졸졸 따라다니며 설명을 한다. 중국에 0-5세 고아들 중에 암이나 급히 수술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기부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자기는 돈이 없으니 운동장을 돌면 다른 기부자들이 한 바퀴에 금액을 책정, 기부하는 거라 한다. 문득 기부천사 션이 마라톤을 하며 기부한다 하는 기사를 읽으며 뭐지? 했는데 이런거구나 스쳐 지나갔다. 현금 기부도 가능하다며 흥분하여 설명한다.


결국 우리 온 가족은 각각 한 바퀴 당 얼마씩 기부자가 되었고 막내는 그 때부터 달리기 할 그 날을 위해 부지런히 체력을 단련한다. 틈틈이 스쿨버스 아이에게도 취지를 설명하고 10위안씩, 5위안씩 기부를 받은 돈을 노란 봉투에 담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 보고 잠잘 때도 껴안고 자곤 했다.


노란 봉투 앞면에 부착 된 기부자 명단의 이름이 차곡차곡 채워져 가면서 막내의 결의도 더욱 견고해져 갔다. 교회 반사 선생님에게도, 찬양팀 친구들에게도, 버스에 탄 아는 언니에게도, 함께 기부금을 모으는 같은 반 친구들끼리도 서로서로 기부를 해 가며 드디어 달리기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막내의 열의가 대단해 아침 일찍 일을 마치고 학교에 갔다. 달리기를 워낙 좋아하는 아이이지만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행사에서 한 시간 내내 달리지는 못할 거라 생각하며 15바퀴 정도를 예상했다.

 

체육 선생님 주도 하에 각 학년 별로 운동장 돈 횟수를 표기해 줄 곳들이 결정되고 출발지도 학년별로 모두 달랐다. 안 쪽 두 lane은 달리기를 할 사람들을 위해, 바깥쪽 두 lane은 걸어서 운동장을 돌 사람들을 위해 구분되고 드디어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가장 어린 초등 1학년 학생들도 모두가 함께 하는 흥분 때문인지 한 시간 동안 달리고 걸었다. 처음부터 바깥쪽에서 계속 걸으며 참석했던 나도 덕분에 이 아이들을 지켜 보며 한 시간 동안 걸었다. 모두들 사랑으로 하나된 수퍼파워를 뿜어내고 있었다.


모두가 함께 하며 달리고 걸어서인지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능력 이상으로 훨씬 많은 횟수를 달성했다. 막내도 21바퀴를 돌았다. 마지막 휘슬이 울리고 함께 걸었던 모두가 서로를 축하하며 달리는 기부가 축제로 마무리 됨을 지켜 보았다. 걸어서 함께 17바퀴를 돌며 운동을 통해 건강도 챙기고 막내와 함께 호흡하고 따뜻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그 자체의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이 행사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막내는 본인의 달리기에 기부한 기부자들을 찾아 다니며 본인의 달리기 횟수 보고와 함께 노란 봉투를 그 후로도 계속 채워 나갔다. 그리고 결산, 총 모금 금액이 알려졌고 아이들은 명확히 행사를 이해하고 있었다. 본인들의 모금 금액으로 과연 몇 명의 아이들이 수술을 받을 것인지? 어떤 아이가 수술을 받을 수 있는지? 끝까지 지켜 보는 것을 보았다. 급하게 수술을 해야 할 아이를 위해, 비용은 많이 들지만 정도가 심한 아이를 위해 수술이 계획되고 4명의 아이들에게 수술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보고가 위쳇에 올라 왔고 아이들 사진이 올라왔다. 


막내는 조금만 더 힘을 냈으면 한 명 더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말로 아쉬움과 다음 행사에 열의를 표하는 말로 스스로 이 행사를 마무리 함을 보았다. 원래도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유독 관심 많은 아이였지만 이 행사를 계기로 막내의 삶엔 누군가를 돕는 삶에 부쩍 더 관심을 보인다. 홍췐루 곳곳의 구걸하는 아저씨들을 위해 동전을 챙긴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았다. 뿐이랴 함께 하며 지켜 보는 동안 우리 가정에 그 따뜻한 바람이 가득 찼다. 더불어 모두가 함께 하며 경험한 그 훈훈하고 따뜻한 바람이 사방으로 조금씩 흘러감을 지켜 보고 있다. 이 바람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바꿀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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