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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아들, 군대…

[2014-08-12, 10:50:41] 상하이저널

아는 지인의 아들이 9월 동반 입대를 앞두고 있다. 삼수 끝에 확정된 것이다. GOP에서의 총기 사건 이후에 도저히 인간이 그럴 수 있을까 싶은 일들이 폐쇄된 군대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인의 마음에 갑자기 확 감정이입 된다. 내가 가혹행위로 죽임을 당한 윤일병 부모라면 가정 하기도 전에 곧 나의 아들도 군에 가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분노하고 바뀔까 싶어 절망도 앞선다. 26년 전, 남편은 시험 봐서 들어간다는 카츄샤에서 군 생활을 보냈다. 뉴스를 보며 자신의 이병 시절의 선임 두 명이 아른거린다 한다. 모 대학 영문과, 법학과 출신인데 정말 많이 괴롭혔다 한다.
 
왜 그랬을까? 남편이 누가 알겠냐? 한다. 어찌 버텼나? 물어 보니 죽이고 싶은 맘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한다. 본인 표현으로 그러한 군대 문화를 암덩어리라 표현했다. 그런데 어떤 누군가는 정신개조라, 필요악이라 말하며 그렇게 세월이 흘러왔다. 25년이 지나도 대한민국은 변하지 않았구나 생각하니 절망이 더 커지려 한다. 그 이후 남편이 얼마나 좋은 선임병이었는지는 지금도 연락하는 그들을 보면 안다.

윤일병을 괴롭혔던 이병장 휘하 선임병들을 보면 딱 요즘 중2병 걸린 아이들 보는 것 같다. 자기와 다른 걸 보면 찐따라는 이름으로 인생 고민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을 매도하고 장난 삼고 하는 아이들. 어른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각종 언어 폭력, 성적 폭력을 가하며 즐기는 아이들. 그리고 그것이 죄인 줄도 모르는 아이들. 내가 아는 한 그 아이들의 부모는 그 사실을 모르는 듯 하다. 그 아이들이 나이만 바꿔서 시간 순으로 권력이라는 것을 손에 쥐었으니....
 
그 다음은 지옥 같은 사회 하나가 존재할 뿐임을 보게 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이미 전신에 퍼져 버린 이 암덩어리를 제거할 수 있단 말인가? 며칠 전 싱가포르 친구의 큰아들도 군대에 입대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갑자기 우리나라와 같이 징병제인 싱가포르 군대는 어떠한지? 그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 싶다. 거기에서 내가 해답을 찾은 들 무슨 힘이 있겠는가마는.

예전에 신경정신과에서 2년 가까이 근무를 한 적이 있다. 이 병원은 오전 30분, 오후 30분 병원 스텝들끼리 티타임을 갖는다. 이 시간에 나는 사람의 정신 세계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지금도 기억 나는 환자가 한 명 있다. 서울대 출신으로 군에서 의가사 제대를 했었는데 우리 병원 환자였다. 군대에서의 8개월, 그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낼 수 없는 상태였다. 지금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 20년 전 이야기다. 정신과에 있다 보니 의외로 의가사 제대를 한 이런 환자를 많이 만나게 되었다. 그래 나이 60을 넘긴 M선생님께 사람이 어떻게 정신 질환이 걸리는지 두루뭉술 물었던 기억이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인간 성격을 결정 짓는 3가지 요인-자아와 이드 초자아(Superego)-이 있다고 한다.

우리의 사고, 감정, 의지, 체험, 행위 등의 여러 작용을 주관하며 통제하는 기능을 가진 자아와, 우리의 무의식 속에 본능적인 이드, 이드와 자아보다 늦게 발달하며 보통 양심으로 알려진 금지, 비난 억제의 체계와 자아상으로 알려진 일련의 관념인 초자아로 인간의 성격이 결정되어진다 한다. 물론 정신과적으로 정한 기준이지만 이 3가지에도 평균이 있다 한다. 이 세 가지 중 하나가 평균 이하로 내려갔을 때 우리는 소위 정신 질환으로 분류를 한다. 어떤 이는 이 세 가지가 선천적으로 강하게 태어나 평생 정신 질환과는 무관한 경우도 있다 한다. 하지만 70을 바라보는 다른 노의사 분은 자기 평생에 그 3가지가 강하게 태어난 이는 딱 한 명 보았다 셨다.
 
어떤 이는 이 세 가지가 평균 이하지만 좋은 부모를 만나, 사회적 환경이 좋아 평생 질환 발현 없이 살아갈 수도 있지만 대다수 일반인은 지속적으로 어떤 부정적인 상황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3가지 중 하나가 무너져 정신 질환이 될 수 있다는 말이 골자였다. 우리 모두 평균 언저리 근처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붙들어 주며 의지가 되어가며 부족한 것을 채워가며 모두가 건강하게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사는 우리는 어디서부터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그 반대로 되어가고 있음에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순하고 내성적인 아이들이 학교 폭력의 타겟이 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위위 이론을 빌리면 소위 순한 아이들이라 함은 위의 세 가지 중 한 가지 또는 두 가지가 평균 근처이거나 그 밑이거나 한 빈도가 많다 한다. 가학적인 아이들이 얼마나 교묘하게 그 틈을 노리는지. 다행히 빨리 발견해 가족이 조치를 취한다면 정신적인 건강이 해를 입는 걸 막을 수 있지만자칫 그 때를 놓치면 그 시기의 불안함까지 작용해 짧은 시간에 정신 분열로 발전하는 것을 보았다. 요즘 이야기가 아니다. 예전에도 그랬다.

그래 정신과에선 맨 먼저 가족을 면담한다. 가족 치료를 병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가 장시간 그 균형을 깨뜨린 당사자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 직접적인 가해자를 따로 면담한다. 하지만 육체 건강과 달리 정신적인 부분은 돌이킬 수 없는 때가 많다.
자 다시 우리나라의 군문제로 돌아가 보자. 아들을 둔 관계로 지극히 감정적일 수 밖에 없는 아줌마 입장에서 군에 가면 정신 개조가 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정신 개조라는 미명하에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중을 받지 못하는 상황 가운데서라면 그것은 괴변이다.

지속적인 언어 폭력과 가학적인 폭력이 얼마나 빨리 인간을 파멸시키는지 요즘 뉴스를 보면 더 빨리 실감이 난다. 두 달을 못 견딘다. 공군기지에서 자살한 고대생도 그렇고, 윤일병도 40일 전후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 폭력과 집단 따돌림, 사회 문제를 방치한 결과로 군 내에서 더욱 잔인해지고 단체화된 폭력을 경험하는 것이다. 인간의 정서적 용량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듯 하다는 생각도 든다. 혹자 이 모든 걸 견뎌냈다는, 그래 지금의 젊은이들이 나약하다는 어떤 어른들에게 감히 항변하자면 동시대를 살며 군대에 간 다른 어른들 중 많은 이들이 이것이 죄이며 악의 축이라는 걸 양심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지 않고 벌레처럼 다루면 군기강이 서며 개조가 되는 것인가?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지만 아주 짦은 시간 동안에 사람의 정신 세계는 금새 무너질 수 있다. 암세포는 젊을수록 빨리 퍼진다. 학원에 입시에 찌들어 인문학적 사고나 철학적 고민을 할 사이도 없이 갓 스물에 군이라는 곳에 모아 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갈 때 인문학적 사고나 철학적 고민을 할 사이도 없이 단체 생활, 그것도 상명하달에 내 몰리는 현 상황에서 아주 짧은 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작금의 사태를 지켜 보며 한 쪽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그 바로 옆에 석유통을 놓아 둔 형국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가해자 또한 철학이나 사고의 힘 없이 답습하며 그래도 아무렇지 않음을 배우는 환경, 그게 정상이라고 말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병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다. 군에 가야 할 아들을 둔 엄마 입장에서 숙제를 하나 가득 떠 안은 입장이다.

하드웨어가 변한다고 소프트웨어까지 쉽게 변하지 않을 군대, 사회 문제까지 투영된 군대가 변화되기를 기다리는 건 내겐 사치임을 보게 된다. 해외에서 한국에서 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아이들이 컸기에 그 고민이 더 커진다. 19년 남짓을 해외에서 살다가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남짓이면 대한민국의 군대에 가야 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느낄 당혹감이 나를 짓누른다.

나의 아이가 그 안에서 잘 살아 남아 바른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소박하게 소망하는 엄마가 떠 안은 숙제들. 그 어떤 숙제보다 어렵다. 어떻게 이 곳에서 아들을 키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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