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우리 아이의 카타르시스 ‘火锅’

[2011-04-23, 08:27:47] 상하이저널
날씨의 변덕에 견디다 못해 한 이틀을 시름시름 앓고 난 뒤, 아이에게 미안해서 한마디 던져 본다. “뭘 해 줄까? 뭐가 제일 먹고 싶어?” 이 말에 우리 작은 아인,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훠궈(火锅)요!”라고 답한다. 이 아인 정말, 이 음식을 즐긴다. 요리랄 것도 없는 이것을 참 즐긴다. 멸치나 다시마 국물에 미소된장으로 살짝 다시 간을 해서 고기와 각종 야채를 넣어 끓여먹는 이 간단한 음식이 우리 아인에겐 나름의 카타르시스가 되고 있다. 먹을 때 정말이지 열심히 열심히도 건져먹는다.

특히나 자신이 즐기는 버섯과 고기, 가래떡 썬 것, 이런 것들은 누구에게 질세라, 쉬지 않고 가져다 먹으려 한다. 옆에 있는 누나가 음식에 너무 욕심 부린다고 온갖 말로 면박을 줘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젓가락질을 해댄다. 잘 먹는 모습이 내 눈에는 이쁘게만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식사 할 때면 민망할 때도 가끔은 있다. 그래도 우리 아인 정말 열심히 먹는다. 다 먹고 배가 불러오면 포만감과 더불어 너무나 행복하다는 말도 곁들인다. 정말 맛있다는 말과 함께. 다음에 언제 또 해줄 것인가를, 꼭 약속까지 받아내려 한다.

물론, 이 아인 집에서뿐 아니라, 밖에서 사 먹는 훠궈도 즐긴다. 문득, 생각해보니 어릴 때부터 이 음식 앞에선 이 아이에게 “빨리 먹어라”, “좀 더 먹어라”고 잔소릴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아빠나 누나도 모두다 이 음식을 즐기고 있다. 나는 아주 즐기는 건 아니지만 준비하기 간단하고 특히나 아이도 좋아하기에, 아이가 원하면 언제든지 해줄 수 있는 음식이 된 것이다.

우리들 누구에게나 카타르시스적인 음식이 있을 게다. 먹고 나면 마음이 일순간 행복해지는 그런 음식이 하나쯤은 있을 게다. 엄마가, 할머니가 어렸을 때 해주셨던 것 일수도 있고, 학창시절에 학교 앞 분식집에서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먹었던 것일 수도 있고, 어디선가 여행길에서 맛보았던 추억의 음식일 수도 있고…. 나에겐 김밥이 그렇다. 몸이 축 늘어지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 맛있는 김밥을 배불리 먹고 나면 정말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정말 촌스럽다고들 하겠지만 나에게는 둘도 없는 카타르시스의 근원지인 것을…. 다행이다 싶다. 가까운 곳에서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음식이기에. 만약에 내 음식의 카타르시스가 좀 더 고상하고 세련된 음식이라면 내 생활이 가끔씩 더 울적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옛날에 먹어봤던 느낌과 꼭 같지는 않겠지만, 한번쯤은 다시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이 있다. 추운 겨울, 아버지고향 장독 속에 담가져 있던 큰어머니 손으로 꺼내주시던, 그 차갑디 차가웠던 그리고 너무나 달콤했던 감, 이것도 정말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다. 고등학교시절 학교 앞 분식집에서 늘 먹었던 쫄면, 이 쫄면이 있어서 자율학습도 했었는데 이 쫄면도 정말 먹어보고 싶다. 우리 학교 앞 쫄면은 국물이 가득했었는데, 우리들의 허기를 정말 잘 채워주었건만, 어딜 가도 이젠 이런 쫄면은 만날 수가 없다.

우리 아이의 카타르시스가 훠궈인게 정말 다행이다. 너무나 쉽고도 간단한 것이라서, 내가 언제든지 해 줄 수 있는 것이라서.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중국인 선물, 알고 해야 실수 없다 hot [1] 2014.07.21
    선물이란 주는 사람의 정성도 중요하지만 받는 사람의 마음도 뿌듯하고 흐뭇해야 제 구실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숫자나 색상, 물품 등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
  • [6기 맛집체험단] ⑨IFC Malll 그 안의 즐.. [2] 2013.05.31
    지하철 2호선 푸둥 루지아주이역 1번 출구에서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IFC Mall이 오픈했다. 홍콩에서 유명한 종합쇼핑몰로 아직 전 층이..
  • [취재수첩] 나는 상하이 교민이다 hot 2011.04.24
    “어느 나라 사세요?” “상하이에 살아요.” 최근 어느 강연에서 나온 얘기다. 한국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외국에 사는 우리를 부러워하는 듯 어느 나라에 사는지 묻는..
  • [김성태 칼럼] 제 3 회 한•중 금융아카데미를 시.. 2011.04.23
    필자도 상하이에 온 지 벌써 3년이 되어간다. 상하이에 오래 계신 분들 앞에서야 누구 앞에서 주름 잡는 격이지만, 세월의 빠름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2008년..
  • 안전한 먹거리 ‘썬프레’가 이끈다 [1] 2011.04.23
    유기농 채소•우유 등 11종 유통, 면•쌀 등 신제품 출시 일본 원전폭발로 인한 방사능유출사태로 전세계가 식품불안에 떨고 있다. 또 최근 독돼지, 독콩나물, 염색..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7월부터 입국자 휴대폰·노트북 ‘..
  2. 커피·빵, 맛있는 상하이 거리 다 모..
  3. 中 “하이디라오 소스서 유리조각 나와..
  4.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1] 상하이..
  5. 5.1 홍췐루 한국거리문화제 열려....
  6. 메이퇀, 홍콩 배달 시장 진출 1년..
  7. [Jiahui 건강칼럼] 혈액이 끈적..
  8. 틱톡, 정식으로 미국 정부 기소
  9. 中 주걸륜 닮은꼴 내세운 ‘짝퉁’ 빙..
  10. “돌연사 예방하자" 韩 영양제 찾는..

경제

  1. 中 7월부터 입국자 휴대폰·노트북 ‘..
  2. 메이퇀, 홍콩 배달 시장 진출 1년..
  3. 틱톡, 정식으로 미국 정부 기소
  4. 中 항저우, 주택 구매 제한 ‘전면..
  5. SK하이닉스 시스템IC, 中 국영기업..
  6. 中 1분기 즉석 복권 판매 80%↑..
  7. [차이나랩] 월급 800만 원? 중국..
  8. 中 시안도 주택 구매 제한 전면 폐지..
  9. 中 4월 수출액 전년比 1.5% 증가..
  10. 中 1분기 입국자 모바일 결제액 ‘1..

사회

  1. 中 “하이디라오 소스서 유리조각 나와..
  2. 5.1 홍췐루 한국거리문화제 열려....
  3. 中 주걸륜 닮은꼴 내세운 ‘짝퉁’ 빙..
  4. 上海 올해 안에 카페 1만 개 돌파하..
  5. 중국-멕시코 직항 개통…中 최장 길이..
  6. 中 에스컬레이터 ‘한 줄서기’ 강조..
  7. SOS솔루션·상총련 “전동차 교통사고..
  8.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中 언론 “한국..
  9. 中 맥도날드 식자재 ‘택갈이’ 사실…..
  10. [3회 청미탐] 하버드 출신, 상하이..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39] 사려 깊은..
  2. ‘파리 올림픽’ 예선전 上海서 열린다

오피니언

  1. [중국 세무회계 칼럼] A씨가 올해..
  2. [Dr.SP 칼럼] 심한 일교차 때..
  3. [허스토리 in 상하이] 추억을 꺼내..
  4. [중국 간식 기행 ④] 마(麻)로 만..
  5.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1] 상하이..
  6. [Jiahui 건강칼럼] 혈액이 끈적..
  7.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를 떠..
  8. [무역협회] Z세대, 기존 소비 패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