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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중국 시어머니 vs 한국 시어머니

[2023-12-25, 11:47:12] 상하이저널
나의 한국 친구는 중국 산동남자와 결혼했고, 시어머니 시아버지와 함께 산다.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 시댁 식구와 같이 한집에서 살 수 있지? 안 불편한가?’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친구에게 “그럼 시어머니가 설거지나 빨래 같은 가사노동을 하고 있으면, 넌 앉아있지도 못하겠네? 와… 불편하겠다” 라고 묻자 친구는 “중국 세탁기 나 돌릴 줄 몰라. 티비 보거나 내 맘대로 하는데, 시아버지 계시면 씻고 옷 다 챙겨 입고 나와야 하는 건 불편해!”라는 대답을 했다. 

나에겐 그야말로 문화 충격이었다. 시어머니가 가사노동을 하고 있는데, 감히 며느리가 티비를 보다니! 그러자 친구는 한 술 더 떠서 “한번 우리집 놀러 와! 우리 시어머니 만두 엄청 맛있어! 금방 빚어서 만든 만두 안 먹어봤지? 만두가 신선하다는 걸 느끼게 해 줄게” 이번엔 문화 충격이 아니라 문화 폭격을 맞았다. 하지만 폭격을 맞아도, 그 와중에 나는 신선한 가정식 만두라는 것에 끌렸으니, 염치없이 그 초대를 받아들였다. 
 
[사진=중국 시어머니가 만두를 만들고 있는 사진(左), 찌기 전 산동식 만두(右)>

친구의 중국 시어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이미 깨끗한 소파를 황급히 걸레로 한번 더 훔치시더니, 얼른 반짝이는 소파에 앉으라고 하셨다. 나와 친구가 앉자마자 얼른 만두를 쪄오겠다며 부엌으로 총총걸음으로 가셔서 만두를 정말 산더미처럼 쪄 오셨다. 살면서 시집살이라는 단어를 들어 보았지만, 이건 며느리살이라는 단어가 적절한가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다고 나도 시집살이를 시키는 한국 시어머니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시어머니는 결혼 후 약 1년간 내 폰 번호조차 물어보지 않으셨다! 며느리에게 직접 전화하면 며느리가 불편할까봐 묻지 않으신 것이다. 주변 한국사람들은 최고의 시어머니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몇몇은 시어머니와는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관계라 말했다. 나 또한 많은 K-시집살이를 봤기 때문에, 오히려 이 상황을 내심 편하게 여겼다. 나의 시어머니는 명절음식을 상다리가 휘게 준비하시고도, 며느리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추어탕을 따로 고아 놓고 한번쯤은 ‘며느리가 좋아해서 힘들게 준비했다’라고 말씀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사진=한국 시어머니가 주신 남편의 돌반지들과 금붙이들]

결혼 준비를 할 때 시어머니는 30여 년 간직해온 남편 돌반지를 꺼내며 ‘돌반지로 결혼 반지하면 잘산다더라’라는 말 뒤에 ‘많이 힘든 시기에 수백 번 팔까 생각도 했었지만, 너희의 행복만을 빌며 한번도 팔지 않았단다’ 라고 말을 덧붙이고 싶으셨을 것이다. 나 또한 그 자리에서 몇 번을 눈물을 참았지만 ‘감사해요. 잘살겠습니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중국의 시어머니의 사랑의 표현방식은 가까이 지내는 것이고, 한국의 시어머니는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사랑의 표현 방식인 것이다. 사람들은 경험과 문화에 따라 똑같은 감정도 다르게 표현하고, 살아가는 것이니 방식은 달라도 결국 하나의 감정 ‘사랑’이라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적응은 되지 않는 상하이의 한국며느리의 하루는 또 지나간다.

성신여(ssy.sh.c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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