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소 확 행

[2018-07-05, 11:04:44] 상하이저널

잘 봤든 못 봤든 기말고사도 끝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딤섬집에 갔다. 한창 클 10대라 그런지 정말 맛있게도 먹는다.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고 행복하다. 남편과 아들이 배드민턴 여벌옷, 얼린 물, 공, 수건 등을 챙기며 여름보다 더 강한 열정으로 배드민턴을 하러 집을 나선다. 부자가 팀이 되어 서로 잔소리도 하겠지만 함께 경기할 생각을 하니 생각만으로도 미소가 피어 오른다.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얼굴 보기 힘든 둘째가 방학 언저리가 되니 식탁에 합류할 기회가 잦다. 말끝마다 “엄마 내 말 좀 들어 봐”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지금까지 그런 듯 하다. 세 자녀다 보니 서로 자기 말 들어달란다. 옆에 있던 남편이 한 마디 한다.
“당신은 참 행복한 사람이야”

 

18년 동안 함께 하던 큰아이가 한국에 있는 대학을 간 후 방학이 되어 집에 온단다. 홍차오공항으로 온다는데 공항에서 집이 가까우니 택시 기사들이 싫어해 차를 예약했다. 미리 가서 기다리는데 4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짐을 빨리 부쳐 마지막에 짐을 찾나 보다. 나보다 머리 하나가 큰 아들 모습이 보이니 반가움이 기다림 X 100이 됐다.

 

우연히 캘러그라피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 조화롭고 아름다운 글씨를 배우는 기쁨, 연습하는 동안 솟는 열정이 너무 좋다. 글씨를 쓰며 갑자기 시간이 알차지는 느낌이다. 즐기며 연습하는 내 모습을 보며 막내가 한마디 한다.
“엄마 뭘 그렇게 열심히 해?”
그 말도 듣기가 좋다. 내 글씨의 변화가 신기했는지? 아니면 내가 손재주가 있는 건지? 남편과 아들이 배우겠단다. 배우며 즐거워할 그들이 상상돼 즐겁다.

 

우리집 푸들강아지가 나를 긁는다. 아마도 산책을 가자고 하는 듯하다. 귀찮지만 녀석과 함께 산책을 나오길 잘했다. 녀석이 아니면 나는 더운 날 절대 밖을 산책할 일이 없었으리라. 여기저기 풀숲을 헤집고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쳐다 보고 산책 중 만나는 다른 강아지랑 인사도 하고 주인인 나는 더운 여름을 좀 더 부지런 내며 보낸다. 니 덕분이다.

 

긴 터널 같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 기다림이 있었다. 덕분에 겸손을 열매로 얻었다. 절대 잊지 말아야겠다 우리 부부가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긴다. 그 상태가 너무 좋다. 가졌다 할 때 섰다 할 때 이미 넘어짐을 알기에 오늘도 나보다 훌륭한 많은 사람이 있음을, 어려운 이들에게 늘 시선을 두어야 함을 기억하며 축복한다.

 

계속 장마다. 강아지가 제습기 선을 물어 뜯어 빨래 말릴 일이 걱정이었는데 연이은 비에 잘 마르지 않은 옷에서 나는 냄새가 엄청 신경이 쓰인다. 빤 옷에서 조금이라도 냄새가 나면 딸들이 아우성이다. 해야 떠라, 더워도 해가 쨍쨍하게 떠 빨래가 바싹 말라 그토록 원하던 잘 마른 향긋한 빨래 냄새를 맡고 나니 온 집안이 뽀드득이다. 내 마음도 뽀드득이다.

 

잔뜩 기대했는지? 아이의 만족스럽지 않은 기말고사 성적에 내 안의 자아가 골이 났다. 중2인데 나는 겁도 없이 아이와 티격태격하고 서로 상처를 입혔다. 말도 안하고 둘 다 입술이 나왔다. 새로운 아침, 다림질한 교복을 찾는 막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졸지에 속 좁은 엄마가 됐지만 교복을 챙겨주니 식탁 위 샌드위치를 먹고 등교를 한다. 어제가 잘 해결됐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막내의 말을 들으며 파랑새가 거기 있음을 보았다.

 

Renny(rennyhan@hanmail.net)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아줌마이야기] 설마 내가 짝퉁? hot 2018.06.28
    얼마 전 중국친구가 화장품을 하나 보여주며 한국에서 유명한 화장품인지 물었다. 화장품을 보자마자 낯선 브랜드에 낯선 포장에 누가 봐도 저가화장품이거나 짝퉁임이 분..
  • 꿈을 심는 상해포동주말학교 방학식 이야기 hot 2018.06.28
    “야호~ 신나는 여름방학이다!” 지난 6월 23일 상해포동주말학교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았다. 지난 23일 방학식을 시작으로 7, 8월 두 달 동안 학생들은..
  • 해피트리, 장애아동들과 하이완삼림공원 나들이 hot 2018.06.27
    상하이한인봉사단체 ‘해피트리’ 年 1회 야외활동 진행상하이한인봉사단체 ‘해피트리’에서 지난 16일(토)에 상하이 장애아동복리원(广慈残疾儿童福利院) 내 장애아동들과..
  • 대~ 한민국! 인팅루 거리응원 '멕시코전' hot 2018.06.26
    “난통·항저우에서 응원하러 왔어요”지난 6월 23일 중국 시간으로 밤 9시가 되자 인팅루에 마련된 월드컵응원 광장에 붉은 티셔츠를 입은 교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
  • [아줌마이야기] 쓸데없는 소신 2018.06.21
    “요즘 젊은 엄마들 소신 있는 사람 많아”아침에 ‘띠롱’하는 톡 소리와 함께 날아온 친구의 메시지다. 어제 밤 한잠도 못 자고 아침에 아들 동원훈련 보내고 피곤한..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농부산천, ‘정제수’ 출시 소식에 소..
  2. 中 스마트폰 시장 회복 신호 ‘뚜렷’..
  3. 중국인도 즐겨먹던 ‘이 약’ 효과 없..
  4. 광저우자동차, 화웨이 자율주행 기술..
  5. 중국판 챗GPT ‘키미(Kimi)’..
  6. 현대차·기아, 바이두와 MOU 체결…..
  7. 상하이 오피스 공실률 20년만 ‘최고..
  8. 中 상하이 등 20개 도시서 ‘온라인..
  9. [인터뷰] “재외선거 투표 참여 어려..
  10. 상하이 남포대교 한복판서 전기차 ‘활..

경제

  1. 농부산천, ‘정제수’ 출시 소식에 소..
  2. 中 스마트폰 시장 회복 신호 ‘뚜렷’..
  3. 광저우자동차, 화웨이 자율주행 기술..
  4. 현대차·기아, 바이두와 MOU 체결…..
  5. 상하이 오피스 공실률 20년만 ‘최고..
  6. 테슬라, 중국판 완전자율주행에 바이두..
  7. 화웨이·애플, 같은 날 신제품 발표회..
  8. 中 4대 도시 상주인구, 다시 ‘증가..
  9. 中 4대 항공사 모두 국산 여객기 C..
  10. 中 부동산 정책 완화 기대감에 관련주..

사회

  1. 중국인도 즐겨먹던 ‘이 약’ 효과 없..
  2. 中 상하이 등 20개 도시서 ‘온라인..
  3. [인터뷰] “재외선거 투표 참여 어려..
  4. 상하이 남포대교 한복판서 전기차 ‘활..
  5. 일찍 예매하면 손해? 노동절 연휴 항..
  6. 上海 뒷좌석 안전띠 착용 단속 강화
  7. 上海 노동절 연휴 날씨는 ‘흐림’…..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38] 평범한 결혼..
  2. [책읽는 상하이 237] 멀고도 가까..
  3. 희망도서관 2024년 5월의 새 책

오피니언

  1. [무역협회] 中 전자상거래, 글로벌..
  2.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0] 큰 장..
  3. [상하이의 사랑법 12] 손끝만 닿아..
  4. [산행일지 2] “신선놀음이 따로 없..
  5. [무역협회] 中 1분기 경제지표, '..
  6. [허스토리 in 상하이] 가고 멈춤
  7. [허스토리 in 상하이] 사월
  8. [중국 세무회계 칼럼] A씨가 올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