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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아들의 친구

[2018-05-25, 19:36:36] 상하이저널

큰 아이한텐 항상 붙어 다니는 단짝친구가 한 명 있다.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지만, 초등학교 때는 서로 모르고 지내다가 중학교 와서 한 반이 되면서 친해졌다. 처음 우리집에 놀러 왔을 땐 다른 친구들이랑 우루루 오는 바람에 눈 여겨 보지 못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8명씩 몰려다니던 아이들은 6명으로, 또 5명으로, 또 4명으로 점점 줄더니 결국엔 둘이 단짝이 되었다.


중국의 여느 집과 같이 이 아이도 엄마가 일을 하시는 바람에 외할머니 손에서 크고 있다.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땐 목소리가 어찌나 크고 욕을 잘하는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 둘이 게임을 하기 시작하면서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온라인으로 접속해서 큰소리로 대화하며 게임을 하는데, 엄마입장에선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단짝친구가 있는 것도 좋지만 학교에서 오자마자 온라인으로 그 친구와 게임을 하니 자꾸만 그 친구가 미워졌다. 하루는 큰 아이에게 그 친구와 좀 멀어질 수 없겠냐고 했더니, 어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엄마입장에서 보는 그 친구의 이미지를 얘기했더니 본인이 게임을 좀 줄이고, 게임할 때 작은 목소리로 하겠다는 것이다.


일단은 두고 봤다. 하지만 전혀 진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에 그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오겠다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늘 있는 일이니 그러라고 했을 텐데, 이번엔 나도 절대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어차피 와도 게임만 하는데, 붙어서 게임하는 모습까지 보고 싶지 않았다. 큰 아이는 의외의 대답에 이해할 수 없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게 평소에 잘하지 그랬냐고 핀잔을 주며 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렇게 주말마다 그 친구를 데려오지 못하게 했다. 한 달쯤 지났을 때였나, 큰 아이가 다시 한번 주말에 그 친구를 데려오면 안되냐고 물어왔다. 그리고선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엄마, 친구가 엄마가 해준 카레가 먹고 싶대.”


안돼라고 말하려던 순간, 이 한마디를 들으니 안돼라는 말이 쉬이 나오지 않았다. 속으론, ‘요녀석들 봐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만든 카레가 먹고 싶다는 아이를 단칼에 자르기가 힘들었다.


“알았어. 그럼 데리고 와. 대신 다른 간식은 없다. 카레만 해 줄거야.”


이 무슨 유치한 대답인가! 어차피 간식도 챙겨 줄거면서….
아이들끼리 친하니 엄마들끼리도 자연적으로 친분이 생겼고, 가끔씩 학교일로 만날 때면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하루는 학교 상담일이어서 학교에 갔다가 차에서 내리는 그 친구 엄마와 마주쳤다. 그 날 그 엄마는 사무실 직원이 운전해준 차를 타고 왔었다. 차에서 내리던 그 엄마는 나를 보자 사무실 직원에게 나를 소개해 주었다.


“她是我儿子最最最最最最好朋友的妈妈”


제일이라는 뜻의 ‘最’가 도대체 몇 번이 들어간 건지, 나는 기분이 묘했다. 最가 한 두 번만 들어갔어도 이런 기분이 들진 않았을텐데, 이 엄마는 내 아들을 이렇게 최고로 좋은 친구로 생각해 주는데, 지난날 이 엄마의 아들에게 내가 했던 유치한 생각과 행동이 생각나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도 큰소리로 게임을 하는 이 두 녀석들이 눈에 차진 않지만 내 아들을 사랑하듯 내 아들의 친구도 사랑하련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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