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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에서 친구 사귀기

[2023-01-30, 13:18:31] 상하이저널
6여년 전 남편이 중국으로 발령을 받았다는 소식에 한동안 잠이 안 왔다. 학교에서 집은 종 치기 전에 교실에 도착할 만큼 지척이고 매일 방과 후 신나게 뛰놀던 아이들이 친구들과 헤어져 새로운 친구와 환경에 적응할지 걱정이었다. 

“엄마가 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상하이에 가면 거기 친구들도 너희처럼 처음에는 다 낯설고 어색하지 않았을까? 몇 달이나 몇 년 먼저 왔을 뿐이고 우리도 익숙해져서 언제 그랬냐는 듯 자연스러워 질거야. ” 아이에게 위로가 될까 싶어 한 얘기였는데 말하다 보니 나도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학교에 가서 잘 놀고 마음 편히 잘 적응만 하라고 했다. 


그러다가 작은 아이는 1년 만에 학교로 옮겼다. 큰 아이 역시 1년 반이 지나 좀 더 규모가 큰 학교로 옮겼다. 숫기가 적은 아들 아이가 새 학교에서 친구가 없어 혼자 밥을 먹었다고 하니까 딸 아이가 학교를 먼저 옮긴 선배로서 조언을 해 준다.

“오빠! 내가 해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애들은 먼저 놀자고 안 해. 그러니까 그냥 가서 우리 같이 놀래? 이렇게 말해. 싫으면 말고~이런 마음으로! 근데 내가 물어보니까 애들이 ‘그래 놀자!’ 그러더라?” 한다. 옆에서 듣고 있자니 웃음이 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무턱대고 놀자고 먼저 말하는 게 어색하겠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다가가야 내게 맞는 친구도 찾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 후로 두 아이는 친구들과 다투기도 하고 화해하며 친구들을 사귀어 갔다. 

한번은 아들이 같은 반 형(한국의 학제와 다르다 보니 한살 차이가 난다)이 형이랍시고 잘난 척하고 겉멋이 들었다며 위챗으로 다른 친구에게 흉을 본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걸 그 형이 보게 되서 아이가 무척 곤란한 적이 있다. 화를 내며 운동장으로 나오라고 했다며 아이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솔직하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했다. 다행히도 주먹다짐은 없이 아주 오래 대화를 했고 잘 해결했다고 한다.

뒷담화를 하지 않는 건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딸 아이에게도 늘 신신당부했다. 이미 친한 두 명 친구 중 하나가 다른 친구에 대해 험담을 할 때는 듣기는 하되, 뒷담화를 하지는 말라고. 네가 하는 얘기가 당사자 친구의 귀에 꼭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말하라고 얘기해주었다. 

어느 덧 시간이 지나 큰 아이는 중고등학교를 상해에서 보내게 됐고 상해가 고향같이 느껴진다고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친구들이나 학생회나 운동에 열심인 친구들의 모습에 자극도 받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학교에 한국 친구가 없는 작은 아이는 영어 학원에서 알게 된 한국 친구들과 함께 마라탕도 먹고 독서실이나 카페에서 공부도 하며 신나게 지내고 있다. 

 
요즘 아침에 중국 이웃들과 배드민턴을 치거나 제기를 차게 되었는데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딸 아이의 조언이 한 몫 했다. 걷기 운동을 하며 오가다 몇몇 얼굴을 아는 정도였는데 그날 따라 모인 인원이 몇 명 안돼 ‘선수가 필요한가요?’하고 먼저 물어봤다. 대답은 활짝 띤 미소와 함께 ‘오케이!’였다. 그 후로 매일 함께 운동도 하고 중국어도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다. 

해외에 살다 보니 매일 만나던 친한 사이도 급작스런 발령 또는 예정된 때가 되어 헤어지게 되고 또 새로 온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니 더 이상 인간관계를 넓히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상하이가 넓은 지역이지만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 아는 사이로 연결되고 다른 지역에서 알게 된 사람을 몇 년 후 다시 만나게 되기도 한다. 물론 새로 사람을 사귀는 건 어색하고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 이해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려는 마음으로 다가가 따뜻한 정을 나눈다면 해외 살이의 외로움이나 고단함이 조금은 덜어지지 않을까 한다.

마음이(shimmy0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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