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허스토리 in 상하이] 봄이다. 봄!

[2023-02-04, 06:28:58] 상하이저널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안에서 꽃 내음을 느끼기엔 아직 코끝이 시리지만 연둣빛 정수리로 단단한 흙을 밀어내며 고개를 내미는 기운에 봄이 가까이 왔음이 느껴진다. 시작과 끝이 애매한 계절의 변화에 우리 조상들이 현명하게 답을 딱 정해주었는데 그것이 24절기다. 시간이란 물처럼 자연스레 흐르는 것이다. 인간들이 편의를 위해 24시간으로 정하고 365일이라는 날수로 1년이라는 기간을 만들었다. 일 년 안에는 4계절이 있는데 농경생활을 하는 조상들은 24절기를 나눠 그때마다 하늘에 기도드리고 땅에 빌었다.

입춘은 봄의 4절기 중 첫째 절기로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다. 보통 양력 2월 4일경에 해당한다는데 올 입춘은 딱 그 대략의 날인 2월 4일이다. 운명적인 뭔가가 기다리는 게 아닐까 하는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캘리그래피를 하는 내게 며칠 전 지인이 임무를 하나 던져주었다. 봄 인사 한 줄을 부탁한 것이다. 새날에 대한 기대감을 문자로 그려 달라는 것이다. 이런저런 문장들을 찾아보다 그래도 입춘축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춘 날 입춘 시에 입춘 축을 붙이면 그 어떤 굿보다 낫다며 아빠는 매년 공들여 준비한 입춘 축을 가슴에 안고 기도를 드리셨다. 지인의 부탁도 있었지만 이 봄엔 나도 뭔가 준비를 해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봄은 더 특별할 테니까 말이다.

호랑이가 굴렁쇠는 굴리며 달려가던 88올림픽 개막식을 기억하나요? 내 또래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이 장면을 모르는 이가 없을 듯.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이 몇 뼘은 성장한 순간이었다.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의 성장이 88올림픽 전과 후로 나뉜다면 코로나는 또 다른 전 세계적 역사의 분기점이 되었다. 그리고 작년 2월 말의 상해 봉쇄. 상하이에 생활의 터전을 잡고 있던 우리에겐 또 다른 역사적 순간이었다. 나 역시 그러한 것이 상해 봉쇄 이전과 이후 세상을 바라보고 시선과 생각들이 변했다.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을 내가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내 후하고 뱉어 본다. 영원을 살수 없듯이 나는 지금 여기라는 찰나를 살고 있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바로 지금 말이다. 한 알의 쌀로 밥을 지어낼 수는 없듯이 별 의미 없이 여겨질 지도 모르는 순간들이 쌓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들이 계절로 이어지면 결국 내 삶이 된다. 지난 2022년의 봄을 모두 태워 내가 배운 것들이다. 내가 기쁘다 여기면 그렇게 될 것이고 아프다 생각하면 고통은 깊어져 갈지 모른다. 오늘의 감정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입춘대길(春大吉, 입춘이 됐으니 크게 길한 일이 집안에 가득 하라), 건양다경(建陽多慶, 양의 기운이 태동하는 때이니 많은 경사가 집안에 가득 하라) 등 글귀를 입춘축으로 많이들 쓴다. 봄이 되고 양의 기운이 가득한 것은 자연의 이치요 누구나 피하려 해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길한 일과 많은 경사랑 그 기준이 개인마다 다르고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질 것도 아님이 현실이다. 맘을 다해 기원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결실을 맺으려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봄의 어원은 보다(見)이다. 우리 앞에서 반짝일 새로운 순간들을 보고 새 생명들의 숨결을 느끼는 계절이다. 그렇게 입춘을 맞이 하련다. 봄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려 나가 보련다. 겨우내 꼭 닫아 두었던 문을 활짝 열고 나가 누구보다 격렬한 기쁨으로 새로운 날들을 시작해 보자. 지난해 봄 내내 갈고 닦았던 칼을 꺼내 무라도 썰어야 길한 일들이 내 집에 가득하지 않을까? 복은 굴러오는 게 아니라 짓는 것이니까!

화몽(snowysom@naver.com)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김쌤 교육칼럼] 젊음과 나이 듦 hot [1] 2023.01.19
    “아득한 옛날, 땅 위 세상 사람들이 어두운 밤을 무서워한다 하여 옥황상제께서 밤하늘에 별을 박아 넣으실 때 내가 그 별들을 일일이 은하수 물에 닦아 드리던 생각..
  • [허스토리 in 상하이] 再见上海 hot 2023.01.17
    막내가 엊그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식 다음 날 많은 친구들이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를 떠났다. 3년 동안 상하이의 집에 오지 못한 한국의 두 아이가 1월 8일..
  • [허스토리 in 상하이] 입시 준비 hot 2023.01.14
    두 돌 때 상하이로 건너 온 큰 아이가 벌써 고3이 되어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 있을 땐 중국 법대로 살자는 이 엄마의 요청에 의해 아이는 쭉 로컬학교만...
  • [건강칼럼] 코로나 완치 후에도 기침·가래 계속되면.. hot 2023.01.13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완화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많은 환자가 발열, 오한, 기침, 두통, 피로감 등을 호소했고..
  • [허스토리 in 상하이] 학도암에서 보낸 새해 첫날 hot 2023.01.06
    2023년의 새해 첫날은 한국에서 맞았다. 중국이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자마자 아이들 학교는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교사부터 학생들까지 순식간에 확진자들이 늘..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농부산천, ‘정제수’ 출시 소식에 소..
  2. 中 스마트폰 시장 회복 신호 ‘뚜렷’..
  3. 중국인도 즐겨먹던 ‘이 약’ 효과 없..
  4. 광저우자동차, 화웨이 자율주행 기술..
  5. 중국판 챗GPT ‘키미(Kimi)’..
  6. 현대차·기아, 바이두와 MOU 체결…..
  7. 상하이 오피스 공실률 20년만 ‘최고..
  8. 中 상하이 등 20개 도시서 ‘온라인..
  9. 상하이 남포대교 한복판서 전기차 ‘활..
  10. 일찍 예매하면 손해? 노동절 연휴 항..

경제

  1. 농부산천, ‘정제수’ 출시 소식에 소..
  2. 中 스마트폰 시장 회복 신호 ‘뚜렷’..
  3. 광저우자동차, 화웨이 자율주행 기술..
  4. 현대차·기아, 바이두와 MOU 체결…..
  5. 상하이 오피스 공실률 20년만 ‘최고..
  6. 테슬라, 중국판 완전자율주행에 바이두..
  7. 화웨이·애플, 같은 날 신제품 발표회..
  8. 中 4대 도시 상주인구, 다시 ‘증가..
  9. 中 4대 항공사 모두 국산 여객기 C..
  10. 中 부동산 정책 완화 기대감에 관련주..

사회

  1. 중국인도 즐겨먹던 ‘이 약’ 효과 없..
  2. 中 상하이 등 20개 도시서 ‘온라인..
  3. 상하이 남포대교 한복판서 전기차 ‘활..
  4. 일찍 예매하면 손해? 노동절 연휴 항..
  5. 上海 뒷좌석 안전띠 착용 단속 강화
  6. 上海 노동절 연휴 날씨는 ‘흐림’…..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38] 평범한 결혼..
  2. [책읽는 상하이 237] 멀고도 가까..
  3. 희망도서관 2024년 5월의 새 책

오피니언

  1. [무역협회] 中 전자상거래, 글로벌..
  2.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0] 큰 장..
  3. [상하이의 사랑법 12] 손끝만 닿아..
  4. [산행일지 2] “신선놀음이 따로 없..
  5. [무역협회] 中 1분기 경제지표, '..
  6. [허스토리 in 상하이] 가고 멈춤
  7. [허스토리 in 상하이] 사월
  8. [중국 세무회계 칼럼] A씨가 올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