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책읽는 상하이 67] 글자 풍경

[2020-01-11, 06:41:11] 상하이저널
유지원 | 을유문화사 | 2019. 1.

책을 보려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글자인데 그 글자들의 풍경이라니…. ‘글자 풍경’이라는 제목에 호기심이 생겼다.  손글씨를 뜻하는 캘리그래피와는 다른 조금은 생소한 타이포그래피에 대해서 소개하는 책이다. 

‘~그래피 (~graphy)’는 무언가를 기록해서 흔적으로 남긴다는 의미로,  ‘시간’ 속에 머무르던 소리와 생각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공간’으로 옮겨서 고정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타이포그래피는 글자를 만들고 배열하는 인간의 활동이며 눈으로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인간은 왜 타이포그래피를 할까? 저자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즉 “우리 자신의 개성과 말투가 사람들의 눈에 보이고 읽힐 때 더 잘 표현되기를 바라서, 타인과 소통을 다각도로 더 잘하기 위해서, 더 아름답기 위해서, 더 기능적이기 위해서, 더 다양한 감정을 주고받기 위해서, 우리의 생각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세종대왕이 지은 <월인천강지곡>의 ‘월인천강’이 네 글자가 인쇄술과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아름다운 은유로 읽어진다 했다. ‘하나인 달이 천 개의 강에 인쇄되듯 찍힌다’라는 표현은 한번만 말해도 천 개의 강처럼 수많은 사람의 마음에 남도록 인쇄하는 것.  즉, 달은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이고, 그 생각을 강물이라는 종이에 찍고 스크린에 실어서 여러 사람에게 전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글 쓰는 이유이고, 글을 정련해서 전하고자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타이포그래피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사람들이 책과 신문과 잡지를 만들고 인터넷을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주변의 모든 글자가 달리 보인다. 아무렇지 않게 접하던 크고 작은 글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다가왔다. 이렇게 다양한 서체들이 있었다는 것에 놀라게 되고 읽는 사람의 편의를 위하여 수많은 고심 끝에 만들어진 글자들을 생각하면 감사하게 된다. 

도시마다 다른 글자의 모양, 눈에 잘 보이도록 공을 들여 조정한 도로표지판의 숫자, 눈만 뜨면 확인하는 스마트폰에 떠오르는 활자 등등. 어제 무심히 넘겼던 책장 속 글자들도 하나하나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무심히 지나다니던 길에서나 여행지에서 색다른 글자들과 서로 다른 문자들의 조화로움을 발견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추가될 듯하다.

손영숙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항저우, 주택 구매 제한 ‘전면..
  2. 上海 올해 안에 카페 1만 개 돌파하..
  3. 중국-멕시코 직항 개통…中 최장 길이..
  4. 中 에스컬레이터 ‘한 줄서기’ 강조..
  5. 월급 800만 원? 중국에서 핫한 이..
  6.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中 언론 “한국..
  7. ‘파리 올림픽’ 예선전 上海서 열린다
  8. 中 시안도 주택 구매 제한 전면 폐지..
  9. 中 1분기 즉석 복권 판매 80%↑..
  10. 中 맥도날드 식자재 ‘택갈이’ 사실…..

경제

  1. 中 항저우, 주택 구매 제한 ‘전면..
  2. 월급 800만 원? 중국에서 핫한 이..
  3. 中 시안도 주택 구매 제한 전면 폐지..
  4. 中 1분기 즉석 복권 판매 80%↑..
  5. 中 4월 수출액 전년比 1.5% 증가..
  6. 中 1분기 입국자 모바일 결제액 ‘1..
  7. 테슬라, 상하이 메가팩 전용 공장 승..
  8. 中 항저우·난징 주택 거래 급증…부동..
  9. 중국판 다이소 미니소, 올해 해외 6..
  10. 美, 중국산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사회

  1. 上海 올해 안에 카페 1만 개 돌파하..
  2. 중국-멕시코 직항 개통…中 최장 길이..
  3. 中 에스컬레이터 ‘한 줄서기’ 강조..
  4.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中 언론 “한국..
  5. 中 맥도날드 식자재 ‘택갈이’ 사실…..
  6. [3회 청미탐] 하버드 출신, 상하이..
  7. ‘Next Level’이라는 江浙沪..
  8. 해외 크루즈 관광객 中 15일 무비자..
  9. 中 외국인 크루즈 단체 관광객에 15..
  10. 미국서 확산 중인 코로나19 변종 ‘..

문화

  1. ‘파리 올림픽’ 예선전 上海서 열린다
  2. [책읽는 상하이 239] 사려 깊은..
  3. 상하이, 세계박물관의 날 맞아 135..
  4. [책읽는 상하이 240] 완벽한 공부..

오피니언

  1. [Dr.SP 칼럼] 심한 일교차 때..
  2. [허스토리 in 상하이] 추억을 꺼내..
  3.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1] 상하이..
  4. [중국 간식 기행 ④] 마(麻)로 만..
  5. [Jiahui 건강칼럼] 혈액이 끈적..
  6.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를 떠..
  7. [무역협회] Z세대, 기존 소비 패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