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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중국이라는 초콜릿 상자

[2023-09-02, 07:46:20] 상하이저널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에서 주인공 포레스트의 어머니는 죽기 전 그에게,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무슨 맛을 고르게 될지 알 수가 없단다”라고 말한다. 

상자를 열기 직전의 설렘, 덮여있던 종이 커버를 바스락 들어내고 난 후 눈 앞에 펼쳐진 알록달록 예쁜 초콜릿들과 달콤한 냄새, 첫 초콜릿을 고를 때의 행복한 고민, 입 안에 넣는 순간 즉각적으로 저려오는 어금니 신경, 깨물어 위스키, 과일, 크림 등 또 다른 맛이 느껴질 때 불꽃놀이의 불꽃이 터지는 듯한 기쁨과 황홀함... 영화 속 짧은 대사 한 줄이 오감의 파티를 열어준다. 상자 속 초콜릿 중엔 덜 맛있는 건 있어도 맛없는 건 없다. 엄마는 아들에게 ‘인생에서 어떤 일이 닥칠지 알 수는 없지만, 결국 인생은 달콤하고 좋은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출처=바이두]

중국은 면적이 우리나라(남한)의 96배, 인구는 우리나라의 28배나 되는 나라로, 23개의 성과 4개의 직할시 그리고 5개의 자치구에 56개의 민족이 살고 있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로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자랑한다. 거대한 땅덩어리와 인구, 오랜 역사에 깃든 수많은 신화와 전설과 이야기와 사연들이 대륙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다양한 지형과 기후대, 전통과 관습이 빚어내는 이국적 풍경이 가득하며, 지역마다의 요리와 술이 존재한다. 지역별로 주관적 매력의 정도가 다를 순 있어도 매력이 없는 곳은 없다. 대륙 전체가 화려하고 다채로운 초콜릿 상자다. 
 
그래서 중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여행은 대륙이 주는 선물이다. 중국과의 인연이 16년이 된 필자도 그동안 많은 곳을 가 봤다. 초기에 중국 여행사 단체에 묻어갔던 윈난에서는 멋진 자연과 소수민족 문화와 함께 그 유명한 중국의 화장실 문화를 체험하는 단짠단짠의 경험을 찐하게 했다. 친한 동생과 함께 갔던 하얼빈에서 우리는 예쁜 눈 조각 사진을 찍고, 731부대와 안중근 의사 의거 장소를 밟으며 가슴 뭉클했으며, 러시아풍 음식을 먹고 아기자기한 기념품 쇼핑을 하며 배도 감성도 채웠다. 

기대 없이 갔던 꾸이린에서는 배를 타고 본 풍경이 옛 산수화 속 모습 그대로여서 ‘깜놀’했고, 양숴에서의 공연도 인상적이었다. 허난성 소림사에선 소림사만큼이나 야외 공연이 마음에 남았다. 남편과 연애 시절 갔던 내몽고에선, 중국 여행사 가이드의 황당한 실수들을 만회하고도 남을, 무수한 별들이 가득 빛나는 밤하늘을 선물 받았다. 

이번 여름 휴가로 갔던 칭하이·간쑤성 여행으로부터는, 지구의 것이 아닌 듯한 비일상적 풍경과, 천 년에 걸쳐 만들어진 둔황 석굴의 비천(飛天)들과, 글로벌 수준의 세련된 공연이 오랫동안 내 맘 한구석에 머무를 예정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나는, 그곳에 살던 왕과 귀족들, 전쟁에서 죽어간 병사들, 그리고 일반 백성들의 희노애락을 기억하고 상상하며, 그들이 만들어 놓은 유적을 보고, 수천 수백 년간 그들이 먹고 마셔온 음식을 먹어본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주의 하필 바로 그 지점에 살아있는 나를 발견한다. 

대륙이 내 귓가에 속삭여줄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까? 나는 이번엔 어떻게 생긴 초콜릿을 고르게 될까, 한 입 깨물었을 때 어떤 맛이 입 안으로 터져 나올까? 그 달콤함에 내 어금니께는 또 얼마나 떨려올까? 두근두근, 기다려진다. 

신선영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무협 최초의 여성 중국 지부장. 미주팀에서 미국 관련 업무를 하다가, 2007년 중국 연수를 신청, 처음으로 중국땅을 밞았다. 이후 상하이엑스포 한국기업연합관, 베이징지부, 중국실, B2B·B2C 지원실 근무 및 신설된 해외마케팅실 실장으로 3년간 온·오프라인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주말마다 대학에서 전자상거래, 마케팅, 유통, 스타트업 등을 가르쳤다. 이화여대 영문학 학사, 중국사회과학원 경영학 박사. 저서로 ‘박람회 경제학’이 있다.
cecilia@kita.net    [신선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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