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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가장 한국적인 나, K-화몽

[2023-06-21, 16:16:37] 상하이저널
구름 위를 달리고 있다. 엄마의 품처럼 따뜻함이 온몸을 감싼다. 그러나 몸의 균형이 조금이라도 깨지면 구름 아래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 발끝이 파르르 떨리고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하지만 이 순간이 두렵지 않다. 묘한 긴장감이 오히려 즐겁다. 돌쟁이가 내딛는 첫발에 담긴 그 설렘이 내 맘속에 한가득이다. 켜켜이 쌓여있는 구름 위로 번지는 노을은 대자연이 만든 거대한 그림이다. 지구상의 가장 위대한 화가는 자연 그 자체라 했던가? 그 말을 의심한 적은 단 한순간도 없다. 다만 지금의 하늘에 그려진 햇살을 본 적이 있었던가? 수많은 노을을 봐왔지만 매번 경이로운 장관이다. 마치 신이 대기의 너머에서 그의 피 한 방울을 톡 하고 떨어뜨린 것만 같다. 자신의 생명을 우리와 나누기 위해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엄마,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이런 순간은 남겨둬야지.’ 사춘기 소년의 눈에도 저 하늘은 작품이다. 닫힌 공간이라 사진 찍기가 여의치 않지만 요리조리 움직이며 이 순간을 남겨본다. 

사실 일분일초 아름답지 않은 순간이 있을까? 모든 것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것은 그 누구의 허락을 필요치 않는다. 오롯이 내 것이다. 내가 정하기 나름이다. 그렇기에 바람을 타고 내 나라로 향하는 이 순간, 저 하늘은 내 인생의 걸작인 것이다. 자연의 숨결에 나를 맡겨본다. 태초의 그것이 나를 보듬어 줌이 느껴진다. 격앙된 감정이 가라앉고 주변을 차분히 본다. 시선을 하늘에서 정면으로 가져오니 내가 하늘 어디쯤을 날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좌석에 설치되어 있는 작은 티브이가 제주상공을 지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곧 도착이다.

안전벨트를 확인하고 자리를 고쳐 앉으니 요 며칠 잠잠했던 어깨의 통증이 고개를 들었다. 흔히 오십견이라고 하는 불청객이 내게도 찾아왔다. 염증이 생기고 뻣뻣해지고 딱딱해지는 증세까지 오면 어깨 통증만으로 끝나지 않을 터. 조심해야지. 사실 나이가 들며 팔다리뿐 아니라 마음까지 굳어간다. 세상을 흑과 백, 남과 여, 옳고 그름으로 나누면 잠시는 편할지 모르나 종국에는 부러지거나 어딘가에서 상처가 터져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될지도 모른다. 말랑말랑해지자. 놀이터 미끄럼틀에서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는 그 아이들의 살결처럼. 내가 서있는 곳의 위치를 알고 삶의 내비게이션을 봐야지. 내가 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나침반의 시작은 어디일까?

“나는 동양 사람이요, 한국 사람이다. 내가 아무리 비약하고 변모하더라도 내 이상의 것을 할 수 없다. 내 그림은 동양의 그림이요, 철두철미 한국 사람의 그림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이려면 가장 민족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예술이란 강렬한 민족의 노래인 것 같다. 나는 우리나라를 떠나 봄으로써 더 많은 우리나라를 알았고 그것을 표현했으며 또 생각했다. 파리라는 국제경기장에 나서니 우리 하늘이 더욱 역력히 보였고 우리의 노래가 강력히 들려왔다. 우리들은 우리의 것을 들고나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 것이 아닌 그것은 틀림없이 모방 아니면 복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김환기 화백의 글의 한 구절에 ‘그럼!’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뿌리를 알아야 다른 흙에서도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 시작을 무엇이라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유행가로 시작해 ‘오징어 게임’같은 드라마로 우리나라는 문화 강국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한류를 넘어 이렇듯 K-팝, K-드라마, K-게임, K-먹거리… 단순히 즐기는 거리를 넘어 세계인의 매일의 구석구석까지 뻗어가고 있는 우리의 것들, 하나의 꼭지로 끝나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오랫동안 중국에서 살다 보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귀에 찰떡처럼 더 잘 붙는다. 내 나라 내 땅 내 가족 내 사람들이 기다리는 한국에서 나의 원형을 찾아 상하이로 돌아가는 거다. 잠시 안녕! 상하이! 고국의 뜨거운 여름에 번데기를 벗고 찾아가리라. 상하이로! K-화몽으로 말이다. 

화몽(snowys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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