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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가해와 피해의 역사

[2022-04-30, 12:38:36] 상하이저널
이민진 作 <파친코>
이민진 作 <파친코>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최근 미국 애플TV에서 제작한 드라마 파친코가 화제이다. 그런데 몇 세대에 걸친 자이니치(재일교포)들의 삶을 다룬 이 드라마를 ‘킹덤’, ‘오징어게임’, ’지옥’ 등 해외자본으로 제작된 인기 한류 드라마의 연장선이라고만 생각하기엔 주제의 묵직함이 크게 다가온다. 일제 강점기 시대 여러가지 이유로 일본행을 선택한 조선인들의 수난과 이민 가정의 세대를 이어지는 차별과 상처들이 복잡하게 교차 편집된 스토리 전개 속에서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분명히 일본 국민으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내 외국인으로 취급 받는 자이니치들의 삶을 재조명해보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가해의 역사 속 피해자들인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자이니치(在日), 생존과 투쟁의 역사 

자이니치란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또는 조선인을 지칭한다. 재일동포 혹은 재일교포를 일컬으며 일본내에서 자이니치(재일)라고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드라마 파친코에서 주인공 선자를 비롯하여 그녀의 후손들은 자이니치로서의 혹독한 삶을 살아간다. 부모 세대처럼 조국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이 없는 2세, 3세들은 출신을 중시하는 일본 사회에서 일본인으로 태어났지만 여전히 이방인과도 같은 존재이다. 식민지 역사 속 피해자로 고통받았던 부모 세대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멸시당하고 차별받는 그들 또한 피해자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선자의 손자 솔로몬 역시 유복한 가정 형편과 해외 유학한 실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이니치란 편견과 차별의 굴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를 못한다. 

파친코 속 또 다른 공감대, 디아스포라(이주민)의 삶  

드라마 파친코는 한국인이라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일제 식민지 역사의 뼈아픈 단면만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한국을 넘어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제일 큰 부분은 오히려 이민자들과 후손들이 부당함과 차별적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에서일 것이다. 드라마는 시대를 뛰어 넘어 식민지하 조선인의 삶과 자이니치, 그리고 더 나아가 미국으로 건너간 재일교포 3세의 연대기적 삶의 고난을 교차하면서 그려낸다. 부모 세대의 고난은 시대와 장소만 바뀌었을 뿐 현재에도 계속해서 대물림 되듯 이어지고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파친코의 원작자 이민진 작가 역시 미국 이민 1.5세대로서 명문대 졸업과 변호사 타이틀이라는 외형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백인이 주도하는 주류 사회의 보이지 않는 장벽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해왔다. 미국은 특히나 다민족 국가이자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시청자들은 주인공 선자와 그 후손인 재일교포들의 투쟁적인 삶 속에서 아마도 자신의 선조들과 현재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많은 공감을 했을 수도 있다. 

파친코, 불확실성의 도박 그리고 희망

파친코는 한국에서 빠찡코, 빠찡꼬, 파칭코, 빠친코 등 다양한 외래어 표기가 사용된다. 파친코는 촘촘히 박힌 못 사이로 쇠구슬을 쏘아 올려 점수를 얻는 사행성 게임의 일종이다. 파친코는 현금이 실제로 오가는 것이 아니여서 일본에서 법적으로 도박의 범주에 들지는 않는다. 일본의 파친코 업계는 드라마 속 선자의 둘째 아들 모자수가 파친코장을 운영하여 부를 쌓은 것처럼 재일 한인들의 비중이 가장 큰 업종이라 한다. 야쿠자와의 연관성 및 검은 돈 거래 등을 이유로 일본인들이 비난하고 멸시하던 파친코 사업은 조선인 출신이라는 한계와 차별로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 어려웠던 자이니치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분야였던 셈이다. 일본의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조선인들이 마지못해 선택한 파친코는 그래서 그들에게 도박이면서 일종의 희망이기도 했다. 

그리고, 역사는 계속된다

1945년 8월 15일 우리 민족은 그토록 바라던 일제 식민지로부터 해방을 맞이했다. 그러나 일본에 있던 많은 동포들은 삶의 터전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한 채 그대로 가해자의 나라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남게 됐다. 힘없는 조국은 해방 이후에도 여전히 자국민들의 삶을 해방시켜주지 못했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조선인들과 후손들은 가해자의 나라에서 여전히 피해자로서의 고단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왔다. 작가의 말대로 역사는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망가뜨려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각자는 실낱 같은 희망을 쫓아 아니 제한된 행복일지라도 힘겨운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세월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아직까지도 독도 영유권, 조선인 강제 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으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파친코라는 드라마는 식민지 역사와 그 이후의 문제들에 대해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 또한 가해와 피해의 역사 속에서 망가진 개인의 삶은 그 어떤 보상도 해결책도 마련되지 않았지만, 가족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자 삶의 목표를 위해 우리 모두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또 앞으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삶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기자 서지호(상해중학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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