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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내가 샤먼에 생굴을 수출하는 이유

[2019-05-31, 14:35:42]

김정기 대표/청해랑

 

“차라리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팔지..”

 

푸젠성은 해안선이 3752km로 중국에서 두 번째로 긴 해안선을 가진 성이다. 이 해안선을 따라 만이 125개, 섬이 2214개가 펼쳐져 있다. 그만큼 푸젠성은 해양자원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춘궁기에 초근목피로 허기진 배를 달랬다면, 푸젠성에서는 바닷가에서 잡아들인 해산물로 허기를 달랬을 정도다. 지금은 중국 전역에서 유통되는 수산물의 80%가 푸젠성에서 중국 전역으로 유통된다. 샤먼도 음식점은 두 집 건너 한 집이 해산물 집이다. 푸젠성은 해산물의 본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푸젠성 샤먼에 근거를 두고 우리 생굴을 수출하고 있다. 푸젠성에 수산물이 그리도 넘쳐난다면 한국에서 수입해 온 생굴이 여기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겠냐는 시각이 주류이다. “차라리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팔지”라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생각만큼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한국산 생굴이 푸젠성에서도 꽤 팔리기 시작했고,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우리 수산물 기업에게 자그마한 힘이 되고 해외 수출의 영감을 불러일으켰으면 하는 마음에서 필자의 생굴 수출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의 청정해역을 이점 삼아 중국 프리미엄 소비자의 마음을 공략

 

수산물 수출회사를 2014년도에 한국에 설립했으며, 샤먼에는 2016년에 현지 지사를 법인형태로 만들었다. 국내 수산물을 샤먼으로 수입하고, 샤먼을 기반으로 중국 전역에 유통시키고 있다. 화장품이나 생활용품도 아니고, 생산, 운반, 통관, 유통 등 어느 하나 수월치 않은 생굴을 주력품목으로 잡은 이유에는 나름대로 분명한 근거가 있다.

 

필자는 푸젠성 샤먼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대학을 졸업한 후 국내 H물류의 샤먼 재무대표로 근무하게 됐다. 물류 업무 때문에 샤먼 세관 관계자들과 자연스럽게 교류가 많아졌고, 그 과정 속에서 푸젠성 해산물 시장에 주목하게 됐다. 푸젠성의 시장을 살펴보니, 일반 소비재나 식자재와 가공품 분야에서 프리미엄급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명하게 판단했으며, 프리미엄 수산물만큼은 중국보다 한국이 경쟁력이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우리나라 해역은 FDA 검사를 통과한 청정해역인 반면, 중국은 아직 이 검사를 통과해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중국의 해역은 오염된 상태였다. 해산물 중에서도 날로 먹는 생굴은 일본산도 호주산도 아닌 한국산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푸젠에서도 굴이 많이 생산되어 굴전은 샤먼 음식의 대명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 수출도 많이 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수의 오염도가 높아 생굴은 수출을 못하고 있으며, 대신 말린 굴이나, 소스와 같이 가공된 굴만을 수출하는 실정이었다.

 

한국 기업으로서 처음이라는 것

 

생굴 수출은 생각처럼 녹록지만은 않았다. 제품만 좋으면 소비자가 자연스레 인정해 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큰 오산이었다. 막상 수출하고 보니,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산 생굴을 어떻게 먹는지도 몰랐다. 같은 바다에서 난 같은 굴인데, 한국 측 해안에서 채취하면 한국산일 뿐 아니냐며 냉소적인 반응도 많았다. 우리 회사의 인지도도 큰 문제였다. 바이어는 이런저런 이유로 ‘심사숙고’ 한다며 속절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다. 사드 여파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버틸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들지 않아 사업을 접고 한국으로 되돌아가는 생각도 수없이 많이 했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깝다”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와중에 수출량이 늘어날 조짐이 보였다. 중국 소비자는 새로운 제품에 대해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에 조리법 교육이나 시식행사를 했던 것이 적중했다. 샤먼에 마케팅 체험관(實體店)을 설치하고 관광객들이나, 고객들이 직접 먹어보도록 하고 조리법을 가르친 것이 주효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푸젠성의 포도주 수입량이 중국 전체 1위인 점을 활용하여 시식행사 때 굴이 포도주와 궁합이 잘 맞는 점을 홍보하면서 소비자 외연을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이 시식행사를 샤먼 외에 다른 지역으로도 넓혀갔다.

 

샤먼 마케팅 체험관에서의 굴 시식회

 

자료 : 자체 촬영

 

이런 여세를 몰아 2018년도에는 알리바바에서 ‘신유통 전략’으로 추진하는 허마셴셩(盒馬鮮生)에 입점 계약했다. 알리바바의 특설 매장에 제품을 배치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하는 인근 소비자에게 신속 배달하는 유통 시스템인데, 한국 수산물로서는 첫 입점이다. 매출도 매출이지만, 이곳 MD의 입점 심사가 갑질에 가깝도록 까다롭다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이 곳에 입점하는 그 자체로 다른 바이어들의 신뢰를 연쇄적으로 얻어낼 수 있다. 최근에는 푸젠성 내 크고 작은 호텔 100여 개소에 우리 생굴을 넣기 시작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한중 FTA가 발효된 이후, 2~3년 전부터 관세가 매년 낮아지고(HS0307119000), 통관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지는 것도 고무적이었다.

 

 

알리바바 허마셴셩의 매대 모습


자료 : 자체 촬영

 

 

우리 수산물 홍보를 위한 관련 제도의 필요성


샤먼과 푸젠성, 나아가 중국 전역에 우리 수산물에 대한 잠재 시장이 도처에 있을 수 있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에 우리 해산물은 청정도 면에서나 거리 면에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분명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생굴, 포도주, 청정해역과 같은 키워드를 중국 전역에서도 보물찾기처럼 찾아낸다면 승산이 있다. 우리 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해 보았으면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단순히 시식행사를 하면서 시장 인지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은 만큼, 관련 홍보행사에 앞으로 우리나라 지원기관의 도움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여러 경로로 중국에 수출되는 질 낮거나 가짜 한국산 제품이 시장을 흐리는 경우가 많은데, 현지 소비자가 진품임을 확인하여 믿고 소비할 수 있도록 물류, 유통 과정에서 진품 인증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중국은 물류에 블록체인을 응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하는데 이런 지원이 있다면 우리의 좋은 제품이 믿음을 쌓아가며 중국 프리미엄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생굴. 어쩌면 생각 없이 삼켜버리는 작은 음식일 수도 있지만, 중국 소비자들에게 한 젓가락의 식도락을 건내주는 일이라 생각하며 임하다 보면 우리 수산물의 지평도 넓어질 것이다. 이것이 내가 오늘도 샤먼에서 생굴을 팔고 있는 자그마한 이유이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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