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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김장

[2016-12-21, 16:41:50] 상하이저널

해마다 20-30통의 배추로 김장을 한다. 사 먹는 김치와 집에서 담근 김치 맛 차이가 너무 달라 어쩔 수 없다. 초등학생 막내까지 산 김치는 입에 대지도 않는다. 뿐이랴 돼지고기를 넣고 보글보글 끓이는 김치찌개를 끓여도 산 김치로 할 경우 그 맛이 참 오묘하다. 유난히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식구들 덕에 주부 20년 동안 매년 5회 정도 김치를 담고 12월 중순이 되면 김장을 한다.


이 맘 때의 김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일 년 중 배추와 무가 정말 맛있다. 굳이 양념을 특별히 하지 않아도 배추와 무 고유의 단맛 때문에 어떻게 해도 맛있는 듯 하다. 2016년엔 유난히 비가 많았던 듯 하다. 그래서인지 배추도 무도 유난히 작다. 예전 한 통의 배추가 올 해 두 통 크기와 무게다. 배추와 무 맛을 보니 역시나 작지만 맛은 일품이다.


많은 양의 김장을 하다 보니 가장 고된 작업이 배출 절이기다. 커다란 아이들 장난감 정리함을 구입해 김치를 절였던 초창기 시절, 그러다 김장용 비닐 대자에 배추 10통 정도를 넣고 절이며 하루에 두 번 반대쪽으로 뒤집어 주며 좀 더 수월하게 절이게 되었다. 이보다 더 큰 작업이 헹구기다. 양이 많다 보니 중국의 좁은 싱크대에서는 결코 할 수가 없어서 욕조를 깨끗이 씻고 물기를 뺄 쇠받침대를 걸치고 반나절이나 물기를 뺀 후에야 김장이 진행되니 2박3일이 걸리기 태반이었다.


하지만 두 해 전부터 상해 근교 농장에서 재배된 절인 한국 배추로 김장을 담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이 사용하는 소금이었는데 한국 소금으로 절인다는 주인장의 말을 믿고 담기 시작했는데 헹구기까지 참 깔끔하여서 김장 담그기가 당일로 가능해졌다. 항상 크리스마스 전 주나 2주 전에 담기에 한 해 동안 고마운 이, 특별히 김장을 담글 수 없는 이들에게 조금이지만 김장으로 감사를 전하기도 한다. 절인 배추 덕에 김치를 좋아하고 김치 담그기를 해 보고 싶어하는 교포 친구나 중국 친구들과 함께 김장 담글 때 더 주문해 함께 만들어 보고 선물하기도 했다. 신기해 하고 참으로 즐거워한다.


올 핸 시간적으로 그럴 여유가 없었다. 갑작스레 지인이 강아지를 선물하는 바람에 마음에 여유가 없어 하루 일정으로 김장을 했다. 절인 배추로 한지라 금새 할 것 같았는데 파김치에 무김치까지 담그려고 하니 아침 9시부터 시작해 결국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김장을 하는 날 우리 집 저녁 메뉴는 보쌈과 생굴무침과 해물 파전이다. 한 켠엔 참기름을 담은 조그만 접시도 있다. 아이들은 신 김치를 좋아하는데 막 담근 김치는 참기름에 찍어 먹는 걸 좋아한다. 내년 봄까지 먹을 김치엔 굴을 넣지 않았다. 한 달 내로 먹을 김치에만 굴을 듬뿍 넣었다.


아이들도 냉장고에 뒷 베란다에 쌓인 김치 가득 김치통이 뿌듯한가 보다. 베란다에 있는 김치통의 김치부터 한 통씩 먹다 보면 겨울이 지나간다. 베란다의 김치를 다 먹어갈 때쯤이면 3월이 시작되려 한다. 그 땐 김치 냉장고 속 김장 김치를 먹을 차례다. 가장 맛있는 김치가 이 때의 김치가 아닐까 싶다. 내일은 감사한 이들에게 김치를 배달 할 차례다. 우리 집 겨울이 시작되었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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