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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9, 20:27:03]
K학생은 오늘 세 번째 토플성적을 받아봅니다. 90점만 넘으면 아버지께서 아이패드를 사준다고 하셨는데 91점을 받았습니다. 이제3개월 뒤 다음 토플시험까지는 ‘토’자도 생각 안 할 겁니다. 내일 수학은 무려 24쪽이나 풀어가야 합니다. 한 장에 세 문제씩 무려 72문제. 하나 안 푸는데 5분 나머지 공부이니 360분, 즉 6시간 나머지 공부. 한다면 하는 독종선생님이니 이건 밤새서 해야겠습니다. 그렇지만 K학생은 공부비법수집이 취미입니다. 안 읽어본 합격수기, 시험후기가 없습니다. 수기는 중독적입니다. 공부비법책을 책꽂이에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이 비법이 내 안에 흡수되는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그 순간뿐, 막상 다음 날이 되면 그 효과는 반감이 됩니다. K학생은 자신에게는 더 강력한 충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학생의 사례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외적 동기부여의 장치에 잠시 휘둘리며 할 일을 해내다가도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 충만한 느낌이 차오르는 게 스스로 열심히 할 수 있을 거 같지만 문 밖만 벗어나면 엉켜있는 현실의 매듭을 푸느라 그 충만한 느낌을 어젯밤 꿈처럼 잊어버리고 마는 허탈한 기분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니까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에겐 학생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배움의 부담감을 뛰어넘을만한 유쾌하면서도 오래 지속될 동기부여의 방법이 무엇일지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강사인 제게 동기부여(motivation)는 수업 시간마다 찾아오는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좀 더 세밀하고 구체적인 방법이 늘 연구거리 입니다.

성취를 향한 지속적인 노력과 흥미에 동기부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상식 아닌 상식입니다. 특히 당장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요소들, 예를 들어 상벌, 인센티브, 휴가와 같은 외적 동기는 너무나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조건이 충족되면(되지 않으면) 보상(벌칙)이 따른다는 가정의 법칙을 적용하는 당근-채찍의 공식이 실제로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일까요?

동기부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강연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Drive (2011)의 저자 Daniel H. Pink는 2009년 옥스포드에서 TED강연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합니다. The Candle Problem이란 실험입니다. 두 그룹에게 초와 성냥과 압정이 든 상자를 주고 초를 벽에 붙이고 불을 붙였을 때 촛농이 탁자에 떨어지지 않으면서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과제를 주었습니다. 이 때 한 그룹에는 이 과제를 가장 빨리 수행한 상위 20%에게는 5달러를, 제일 빠른 사람에게는 20달러를 주겠다는 보상을 제시합니다. 보상을 제안 받은 그룹과 보상을 제안 받지 않고 문제 해결을 수행한 그룹 중 어떤 그룹이 더 빠른 문제 해결을 보여주었을까요? 놀랍게도, 보상을 제안 받지 않는 그룹이었습니다. 이 실험은 이 후 40년 동안 다양한 버전으로 재현되었지만 같은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종이 접기, 벽돌 나르기, 산수풀이와 같은 단순과제가 주어졌다면 보상을 제안 받은 그룹이 더 빨리 과제를 완수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Daniel Pink는 우리가 학교나 직장에서 요구 받는 대부분의 과제가 단순노동 과제가 아닌 창의력을 요하는 문제해결과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후자와 같은 과제를 해결하는데 전통적인 방식의 보상방식은 동기부여가 되기는커녕, 협동을 방해하고, 시야를 보상에 국한시켜 창의적 사고를 방해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적 동기부여는 단시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고, 교사나 상사에게 일시적으로 강력한 통제력을 준다는 이유로 효과성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 없이 하나의 이데올로기처럼 조직을 유지/운영하는데 계속 사용되고 있지요.

우리는 사소한 일 하나를 이루는데도 자기 긍정,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러한 요소는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가 좌우하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외부에 의해 강하게 주어져야만 (말 그대로 충격을 받아야지만!) 가능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자기 긍정과 동기부여의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기회를 가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는 달콤해도 과정은 쓰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를 강조하며 묵묵한 희생을 강요하기보다, 과정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인중유락(忍中有樂)을 알려주는 교육이 아이들의 행복과 희망을 위해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는 더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 동기부여의 방법을 통해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Daniel Pink의 소소한 조언들을 아이들도 접하고 잔잔한 힘을 얻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아림(SETI 종합학원 영어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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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영어교육과 졸업 후 서울 Cardiff Language School에서 3년간 근무했다. School for International Training에서의 영어교육학 석사취득, Colegio Real de Minas (Mexico)에서 근무하며 다문화와 영어교육에 대한 평생 화두를 얻었다. 현재 SETI에서 6년째 TOEFL, SAT, Literature 강의를 맡고 있다.
arimaha@naver.com    [김아림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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