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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15]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2023-11-02, 12:52:39] 상하이저널
미치 앨봄 | 살림 | 2017년 6월
미치 앨봄 | 살림 | 2017년 6월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수업

이 책은 루게릭병을 앓으며 죽음을 앞둔 한 저명한 사회학 교수인 모리 교수가 매주 화요일 그의 제자인 미치를 만나 죽음과 삶에 대해 나눈 얘기들을 실은 책이다. 그들의 대화 주제는 ‘세상, 가족, 죽음, 자기 연민, 사랑’이다. 미치는 일에 끌려다니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영혼의 결핍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들의 대화는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돌이켜 보게 하고, 치열하고 경쟁적인 문화 속에서 삶의 소중한 것들을 고민하게 한다. 

“난 지금 마지막 여행을 하고 있고, 사람들은 내게 어떤 짐을 챙겨야 하는지 듣고 싶어 하지.” 
모리교수는 죽음 앞에서 태연하다. 
“죽어가는 것은 그저 슬퍼할 거리에 불과”할 뿐, “불행하게 사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했던 글 중 3개 키워드만 뽑아 공유한다. 

■ 문화 

“우리의 문화는 우리 인간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네. 우린 거짓된 진리를 가르치고 있다구. 그러니 제대로 된 문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굳이 그것을 따르려고 애쓰지는 말게. 그것보단 자신의 문화를 창조하게.” 

요즘 나는 “문화”라는 단어에 살짝 회의적이다. ‘교육’이라는 단어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누군가가 가리키는 정답을 의심하려고 하고 있으나, 알게 모르게 모종의 문화에 길들여 왔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도 아무 저항 없이, 아무 의심 없이 자연스럽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면서. 하여 스스로 “자신답게 살고 있는지, 누군가가 만들어 낸 문화에 얽매여 자신을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나 자신만의 고유함을 지키고 있는지 질문도 하게 되었다. 

■죽음 

“죽음과 직면하면 모든 게 변하나요?” 

“그럼. 모든 것을 다 벗기고, 결국 핵심에 초점을 맞추게 되지. 자기가 죽게 되리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매사가 아주 다르게 보이네.”

“어떻게 죽어야 좋을지 배우게.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우게 되니까.”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자네가 하는 모든 작업—이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 테니까. 영혼과 관계된 것이 파고들 공간을 더 많이 마련해야 될지도 모르지.” 

내가 내일 죽는다면 오늘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내가 내년에 죽는다면 올해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내가 10년 뒤 죽는다면 나는 지금 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아직도 몇 년째 버킷리스트가 변하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일들이 계속 뒤로 미뤄진다면, 한 번쯤 긴장해야 할 일이다. 하여 오늘은 내가 죽을 날(80살^^)을 마감으로 정해 놓고 내게 남아있는 몇십 년간을 잘 계획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구체적인 숫자를 들여보고 있노라니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조금은 갈라지는 것 같았다. 

■ 가족 

“사람들이 자식을 낳아야 되느냐 낳지 말아야 되느냐 물을 때마다, 나는 어떻게 하라곤 말하지 않네. ‘자식을 갖는 것 같은 경험은 다시 없지요.’라고만 간단하게 말해. 정말 그래. 그 경험을 대신할 만한 것은 없어. 친구랑도 그런 경험은 할 수 없지. 애인이랑도 할 수 없어. 타인에 대해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해.” 

‘아이를 낳아야 하냐 말아야 하냐’에 대한 내가 들은 가장 명쾌한 대답이었다. 삶의 목적이 어느 정점에 이르기 위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즐기는 과정에 있다면 자식을 가지는 것도 그중 한 가지 체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자식을 가지지 않는 것 또한 그중 한 가지 체험을 포기하는 것뿐일 게다. 타인에 대한 완벽한 책임감과, 가장 깊이 엮이는 법을 오늘도 배우는 중이다. 

“마음을 나눌 사람을 찾았나?” “지역 사회를 위해 뭔가 하고 있나?” “마음은 평화로운가?” “최대한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고 있나?” 

모리 교수가 미치에게 던졌던 질문을 떠올린다. 영원히 살지 않는다는 건 오늘을 잘 살기 위한 위대한 장치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분선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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