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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우리 동네 낑깡이 이야기

[2022-10-17, 07:36:33] 상하이저널
배고파 찾아온 아기 고양이

상하이 어느 동네나 비슷하겠지만 내가 사는 동네도 길고양이가 많다. 무리 지어 다니기도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한 마리만 남아 이장님 순찰하듯이 동네를 돌아다니곤 한다. 우리 동네엔 쥐즈(橘子)로 불리는 고양이가 있다. 흔히 누렁이, 황구, 깜둥이처럼 생긴모양에 이름을 지어 부르는데, 고양이는 머리부터 몸통에 주황색 줄무늬가 있어 쥐즈라 불리고 아직 어린 고양이라 나는 한국이름으로 “낑깡이”라고 부르고 있다.

낑깡이가 동네에 나타난 건 지난 이른 봄. 봉쇄로 다들 지치고 배고프던 시절에 어슬렁거리던 낑깡이는 가죽이 뼈에 붙을 정도로 말라 있었다. 사람들도 PCR검사때나 문 밖에 나오던 시절이라 누구 하나 고양이를 챙겨주고 싶어도 챙겨줄 수 없었고 PCR검사로 줄 선 사람에게 다가와 비비대는 고양이를 모른척할 수 없었는지 스티로폼 박스에 수건을 깔고 물그릇과 밥그릇을 장만해주며 동네에 머물게 했다. 잔인하던 봄이 지나고 폭염의 여름도 지나고 낑깡이는 무럭무럭 커서 동네 짱 고양이가 되어 밤이면 동네를 다니며 순찰을 돌고 낮엔 피로를 풀 겸 사람들이 장만해준 침대에서 곤하게 자며 밥값을 했다. 한 번씩 싸움에 지쳐 상처를 입고 와도 동네 사람들은 약을 발라주고 캔 통조림으로 영양 보충을 해대며 다시 짱 먹고 오라고 응원해주곤 했는데 말귀를 알아듣는 것처럼 며칠을 쉬던 낑깡이는 기운을 얻고 영광의 상처와 함께 다시 동네 짱이 되어 돌아오곤 했다. 

누구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도 고양이가 마스코트였다.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동네 정원 곳곳에 캣맘이 준비한 물그릇과 밥 그릇이 있어 건강하게 지내던 고양이였는데 신기하게도 늘 개체수가 적당했다. 캣맘들이 중성화 수술도 시키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고 아파트 단지안에 귀여운 고양이가 꽃과 나무 뒤에 숨어 놀며 함께 산다는 게 참 이쁘게 느껴졌었다. 그 중엔 미미라는 애칭의 고양이가 인기가 많았는데 동네사람들이 말하기를 미미는 늘 귀여운 모습 그대로라고, 나이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이마 한가운데 브이 모양의 까만 털이 귀여운 미미는 그래서 신비롭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미가 벤치 위에서 잠든 모습을 보고 귀여워 다가 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자는 게 아니라 죽은 것. 보안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놀란 내 모습을 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축 늘어진 미미를 자루에 넣었다. “한 번씩 먹이에 약을 타서 개체 수를 관리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미미는 늙지 않는 것이었구나. 그 다음부터는 정원에서 노는 새끼 미미가 달갑지 않았다.  엄마 미미의 존재를 알기는 하는 것일까?



묘생을 즐기는 상남자 

이사 온 동네에서 만난 낑깡이는 살기 위해 사람을 찾아와 눌러 앉은 게 불쌍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만진 적 없는 고양이를 처음 쓰다듬어 보고 우리가 “낑깡아~”고 부르면 양옹~ 이라고 대답도 한다. 싸우고 상처 난 자리는 털이 자라지 않아 모양새가 들쑥날쑥 하지만 낑깡이는 동네의 귀염둥이 식구로 불린다. 라오꽁이 한국출장을 다녀왔을 때도 동네 입구에서 제일 먼저 알아보고 다가온 게 낑깡이라고 하니 우리 낑깡이는 밥값을 다하는 셈. 언젠가는 저녁밥을 먹고 난 뒤, 아이들 손을 잡고 동네를 크게 돌며 산책을 하는데 우리 낑깡이가 도로 가에 앉아있는 게 아닌가. 

어? 낑깡이가 여기까지 다니나? 싶어서 이름을 부르니 세상에… 뒤돌아보네? 그런데 옆에 앙증맞게 생긴 암컷 고양이가 같이 있다. 아, 우리 낑깡이 상남자네. 연애도 한다. 푸하하하. 보고 얼마나 웃었던지. 우리 낑깡이는 묘생을 열심히 사는구나 싶어서 나도 부지런히 살아야겠다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낑깡이가 잠이 많아졌다. 추워서 그런 건지 피곤해서 그런 건지. 잠자리도 좀 더 따뜻하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다. 한 여름에 종이로 만든 집을 만들어줬다가 비에 홀딱 젖어서 집이 무너졌는데 그때 낑깡이 표정이 참 대략 난감이었다. 그 뒤로 나무로 만든 침대를 만들어줬는데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 추위를 이기려면 지붕이 필요할 텐데 동네 사람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 동네 고양이 한 마리를 위한 동네 주민 회의라니. 우리의 마음과 정성만큼 낑깡이가 오래 함께 하길 바란다. 니가 나보다 낫다.

Betty(bol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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