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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은 사소해도 상대 아이가 괴롭다면 그것은 폭력”

[2021-11-26, 21:46:34] 상하이저널

 

상하이에 거주한 지 23년째다. 현재 9학년, 12학년 딸 둘을 푸시에 위치한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 우리 딸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는 학생들이 당하는 학교폭력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편이다. 두 아이 모두 한 학교를 보냈기 때문에 대부분 학교가 학교폭력을 이렇게 대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학교 엄마들과 얘기를 나눌 때면 학교의 미온적인 대응, 학부모들의 소극적인 문제제기에 당황했던 적이 몇 번 있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직접 경험했던 학교폭력 사례들을 몇 가지 모아 봤다. 

  

 

스쿨버스에서의 자리 횡포도 폭력의 일종


둘째 아이 유치원 때 일이다. 동네 덴마크 여자친구가 스쿨버스를 탈 때 아이가 중간 자리에 앉아있으면 자기가 앉아야 되니까 비키라고 했다고 한다. 그 여자애는 키도 크고 영어와 중국어도 능숙하게 했기 때문에 우리아이에게 이른바 갑질을 해왔던 것이다. 

 

같은 버스를 탄 큰 아이가 그냥 앉아 있으라고 해도 둘째 아이는 “아니야, 나는 다른데 앉아도 돼”하면서 자리를 옮겨줬다. 큰 아이가 나에게 알려줘서 심각성을 깨닫고 먼저 그 엄마를 찾아가 대화를 했다. 전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오히려 자기 딸의 갑질을 리더십으로 이해하고 있어서 내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학교에 찾아가 상황설명을 하니 폭력의 일종으로 일단 심각하게 받아들여줘서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리고 나에게 4자 대화를 하겠냐고 물어봐서 먼저 대화를 해봤는데 통하지 않아서 얼굴 보기 싫다고 했더니 학교에서는 내 의견을 존중해 주겠다고 했다.


그날 오후 그 덴마크 엄마가 나에게 이메일 보냈으니 확인해 보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학교에서 자기 딸이 잘못했다고 하더라 미안하다고, 그리고 그 엄마 딸과 우리아이와 선생님들 있는 자리에서 왜 사과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그 딸이 직접 우리아이에게 사과를 했다. 이후로 다시는 그런 일 발생하지 않아 학교에 신뢰가 갔다.

 

유치원생의 뽀뽀테러에 부모가 찾아와 사과


큰 아이 유치원 때, 우리아이 좋아하는 외국 남자 아이가 자꾸 뽀뽀테러를 자행했다. 이메일도 쓰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그 아이 부모님이 학교에 와서 우리아이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아이들 선후배간 허리 굽힌 인사 금지


첫째 아이가 2학년 때 일이다. 같은 반에 한국에서 갓 전학 온 한 살 위 남자아이가 자꾸 ‘오빠’라고 부르라고 강요했다. 처음에는 별일 아닌 것 같아서 그 엄마에게 슬쩍 얘기했더니 “오빠 형 대접 못 받는 내 아들은 오죽하겠냐”며 오히려 눈물을 뚝뚝 흘려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학교에 얘기 했다. 학교에서는 이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한국 학생들을 상대로 같은 학년 간에 언니,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금지시켰다. 또 선후배지 간 허리 굽혀 인사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이후 우리아이에게 강요하는 일도 사라졌다.

 

약한 애들 괴롭힌 아이, 선생님 앞에서는 순한 양?


첫째 아이 4학년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노르웨이 남자아이가 선생님들 앞에서는 완전 착한 애처럼 행동하고 애들끼리 있을 때는 약한 애들을 괴롭힌 모양이었다. 어느 날 지나가면서 우리아이 발을 일부러 밟고 가서 선생님께 말씀 드려서 불려 나가면 세상 천진하고 억울한 얼굴로 안 그랬다고 하니까 선생님은 가볍게 주의만 준 것이다. 큰 아이는 그 후로 담임선생님을 불신하고 됐다.


그러다가 그 노르웨이 엄마가 반 대표 엄마가 됐다고 하니까 우리아이는 세상 불의에 맞닥뜨린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런 애 엄마가 반 대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제서야 일의 심각성을 깨닫고 학교로 바로 달려가 중국어로 얘기를 상세하게 하고 담임선생님을 만나 부족한 영어로 얘기를 하니 다시 불러 얘기해 보겠다고 했다.


그날 저녁 선생님이 자기가 세심하게 일 처리를 못한 것에 대한 반성과 일처리 결과에 대한 긴 메일을 보내왔다. 나 역시 고마움을 표시하고 이 일로 선생님과 애들이 더 신뢰할 수 있고 발전된 관계가 될 것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 후로 그 친구의 행동은 멈췄다.

 

사소한 장난에 상대가 불쾌감 들었다면 사과해야


5학년 때는 유독 한국 애들이 많았다. 한국 남자애들이 장난으로 유진이 신발 뒤꿈치를 밟아 자꾸 신발이 벗겨지게 하고 계단에서 하마터면 넘어질뻔한 상황도 생겨 엄청 짜증난다고 했다. 학교에 이메일을 쓰고 아이 엄마에게 얘기하니 바로 멈췄다. 누군가에는 사소한 장난이 당하는 아이에게 불쾌감이 들고 피해를 줬으니 학교에서는 주의를 준 것이다.

 

폭력에 방관한 내 아이, 집에서 자숙 시키겠다


10학년때 등치 좋은 서양 아이들 몇 명이 왜소한 한국 남자아이를 자꾸 괴롭히다가 수영장에서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학교에서 그 가해자 친구들 정학을 시켰다. 그 중에 스페인 변호사 엄마가 있었는데 자기아들은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방관한 것도 잘못이라고 3일간 등교를 시키지 않고 방에서 반성시킨 일도 있다. “학교폭력은 방관을 먹고 자란다”는 말을 몸소 보여준 스페인 엄마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말에, 학교에 바로 알리고 즉각 처리


두 딸은 학교폭력을 대하는 민감도가 달랐다. 엄마인 나는 아이의 성향과 스트레스 강도에 따라 대응하고 반응했다. 큰 아이는 문제가 있을 때 마다 엄마가 제때 학교에 가서 처리를 잘 해줘서 지금 너무 고맙다고 학교와 선생님에 대해 신뢰가 쌓였다고 말한다. 큰 아이 경우는 어지간하면 말을 안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이가 한번 말했을 때 나는 재깍재깍 반응했다.

 

둘째 아이는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잘 받는 타입이다. 친구지간 심각한 척 말해도 대수롭지 않은 듯 무심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두 아이 모두 학교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폭력적인 일들에 잘 지나왔다. 학교가 늘 피해 입은 학생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가능했던 같다.

 

요즘 시대에 맞는 새로운 폭력의 유형을 가르쳐야


간혹 아들만 있는 엄마들, 한국학교를 보내는 엄마들을 만나면 느끼는 것들이 있다. 그 엄마들은 나에게 아이들간 그럴 수 있는 소소한 일까지도 학교를 찾아가는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어릴 적 친구들과 놀다가 작은 일로 다툼이 생기면 선생님께 일렀던 아이에게 고자질쟁이라고 놀렸던 그 시절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아이들간 발생한 학교폭력도 그런 작은 일들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세대는 바뀌었다. 지금 아이들 시대의 새로운 폭력의 유형을 우리아이에게 가르쳐야 한다. 한 쪽은 별거 아닌 일이지만 다른 한 아이가 괴롭다면 그것은 학교폭력이라고 알려줘야 한다. 폭력을 대하는 부모의 생각이 바뀌어야 아이들도 바뀌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바뀌어야 세상도 바뀐다.

 

SUE CHOI(slank1234@daum.net)

[학교폭력 사례]

상해한국학교의 학폭 대응사례 2

(*클릭하면 관련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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