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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마지막 육상대회

[2019-12-11, 13:45:56] 상하이저널
작은아이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학교대표로 창닝구(长宁区) 육상대회에 출전을 했다. 작년 주 종목인 높이뛰기에서 6위에 머물렀던 아이는 그 해 5학년이었던 선배들의 신신당부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내년 대회엔 네가 반드시 1등해서 학교 위상을 높여야 한다.’ 수출입 박람회 대체근무일만 아니었다면 육상대회는 따뜻한 날 치뤄졌을텐데, 일정이 한참이나 뒤로 밀려 기온은 뚝 떨어진데다 하필 대회가 열리는 토, 일 양일간은 비소식도 함께 있었다. 대회가 시작되는 아침 8시 30분까지는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경기 몇 개를 치르고 나니 주룩주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비는 오다 말다 했지만 선수들의 운동복을 적시기엔 충분했다.  

높이뛰기 종목에 참가한 19명의 초등 여학생 선수들은 침착하게 높이뛰기 바를 넘기 시작했다. 드디어 탈락자가 한 두 명씩 생기더니 1m15cm부터는 우리아이와 다른 학교 여학생 둘이서 접전을 벌였다. 1cm씩 높아지는 바는 결국 1m21cm까지 올라왔고, 우리아이 기록이 1m 21cm란걸 이미 알고 있기에 이제 곧 경기가 마무리 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것이 경기의 묘미일까, 아이는 자신의 신기록을 훌쩍 넘어 1m23cm까지 넘었다. 상대 선수는 항상 마지막 기회 때마다 훌쩍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고, 결국 우승은 머리 하나가 더 큰 상대방선수에게로 돌아갔다. 초등학생으로선 마지막 경기였기에 아쉬움이 더 컸지만 응원 나온 교장선생님과 체육선생님 학부모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내주셨다.  

경기가 끝나자 1등을 거머쥔 여학생이 “那个女生太厉害了,我差点比不过她!”하면서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 주변에 있던 관중들은 그 귀여운 모습에 한바탕 웃지 앉을 수 없었다.  경기가 끝나고 어떤 여자 한 분이 나를 찾아와 본인은 체육학교 코치라며 우리아이를 영입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다. 그렇잖아도 우리아이가 뛰고 들어올 때마다 옆에서 하이파이브를 해주시길래 누구인지 궁금해 하던 차였다. 

체육학교라길래 초등학교도 체육만 시키는 학교가 있나 했더니 알고 보니 평일엔 각자 학교에 다니고 주말에만 모여서 훈련을 하는 체육특기생 훈련팀이었다. 방금 1등했던 그 여학생도 자기 학생이란다. 작년까진 체육 특기생들은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지만 올해부턴 똑같이 참가자격이 주어졌다고 한다. 자기와 함께 하면 내년엔 창닝구 대회가 아닌 상하이대회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훈련비는 일체 무료이고 체육복에 간식도 제공된단다. 

더욱이 중학교 진학할 때 체육특기생으로 중심중학교에 진학도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우린 외국인 자격이어서 중심학교는 못가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가 또 어딨겠냐는 생각이 들어 아이에게 팀에 들어가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토요일 나 미술학원 가야 돼서 안돼!” 

미술학원 시간 옮길 수 있으니 일단 한번 가보자고 했더니 절대 안된단다. 

‘얘야, 네가 지금 뭘 차버렸는지 알고나 있니?’ 

코치선생님은 천천히 생각해보라며 연락처를 주고 가셨다. 아이는 분명 미술 때문이 아니라 훈련이 고될 걸 이미 알고 있을 터이다. 비록 아이를 꼬드기는데 실패했지만 그래도 아이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신 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초등시절의 마지막 육상대회를 기분 좋게 마쳤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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