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우리말 이야기⑨] 봄까치꽃이 봄을 알리는 2월

[2016-02-26, 14:57:08] 상하이저널

[우리말 이야기⑨]
봄까치꽃이 봄을 알리는 2월


대보름 전날인 2016년 2월 21일, 전주 모악산을 오르다가 길가에 작은 꽃 여러 송이가 옹기종기 모여 피어 있는 것을 보고는 반가운 마음에 쪼그려 앉아서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흔히들 ‘개불알풀꽃’이라고 부르는 연한 남색 꽃으로, 저 남쪽 전라도 바닷가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서 피어나고 누구보다도 먼저 봄을 알리지만 원래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귀화식물입니다.

 

봄꽃이라면 으레 개나리나 진달래, 벚꽃 등을 떠올리는데, 눈이 채 녹기도 전부터 길가 양지쪽 땅바닥에 바짝 붙어 피어나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이 작은 꽃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피는 꽃이자 가장 흔한 꽃 중의 하나입니다. 작년 2월 초순에는 전남 강진으로 귀농한 친구네 마을 길가에도 지천으로 피어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원래 ‘개불알꽃’이 따로 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 꽃 또한 이름이 좀 거시기해서 ‘요강꽃’, ‘복주머니란’이라고 달리 부르기도 합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328483&cid=46686&categoryId=46695 참고) 예전에는 ‘개불알꽃’ 하면 난초과의 이 꽃을 떠올렸는데,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귀화식물 ‘개불알풀꽃’이 끼어들어 사람을 헷갈리게 합니다.

 

2월부터 피기 시작해 한여름까지 계속 피어나는 개불알풀꽃은 꽃이 지면서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두 갈래로 통통하게 갈라진 열매 모양을 보고 풀 이름을 붙였답니다. 그것을 그대로 우리말로 옮기다 보니 민망스럽게 ‘개불알풀’ 그리고 그 꽃은 ‘개불알풀꽃’이라고 부르게 된 거지요. 어떤 사람들은 가끔 ‘개불알꽃’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앞서 얘기한 대로 전혀 다른 꽃입니다.

 

요즘 들꽃을 아끼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이 작고 앙증맞은 꽃에 어울리지 않는 징그러운 이름을 바꿔 주자고 하여 붙인 ‘봄까치꽃’이라는 새 이름이 조금씩 퍼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 꽃을 보여줄 때마다 이름 부르기가 좀 껄끄러웠는데,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 모양입니다.

 

이제 새 이름을 불러 줍시다. 개불알꽃도 개불알풀꽃도 아닌 ‘봄까치꽃’이라고... ‘봄까치꽃’, 그 귀여운 모양에 딱 어울리는 예쁜 새 이름입니다.

 

 

<모악산 기슭의 봄까치꽃>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이후 현재까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월간 <우리교육> 기자 및 출판부장(1990~1992), <교육희망> 교열부장(2001~2006) 등을 역임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강좌를 비롯하여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편집위, 한겨레문화센터, 다수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 기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한 <교육희망>,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논술) 강좌 등을 기고 또는 연재 중이다.
ccamya@hanmail.net    [김효곤칼럼 더보기]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7월부터 입국자 휴대폰·노트북 ‘..
  2. 타오바오·징동, 올해 ‘618 쇼핑축..
  3. 中 “하이디라오 소스서 유리조각 나와..
  4. 커피·빵, 맛있는 상하이 거리 다 모..
  5. 한인여성회 '어버이날' 맞아 노인회에..
  6. [중국 간식 기행 ④] 마(麻)로 만..
  7. 中 윈난 병원서 칼부림… 2명 사망..
  8. 中 3대 항공사 1분기 매출 사상 ‘..
  9. “새차? 안 사요” 中 4월 승용차..
  10. "재외공관 공무원만큼 수당 달라" 한..

경제

  1. 中 7월부터 입국자 휴대폰·노트북 ‘..
  2. 타오바오·징동, 올해 ‘618 쇼핑축..
  3. 中 3대 항공사 1분기 매출 사상 ‘..
  4. “새차? 안 사요” 中 4월 승용차..
  5. 메이퇀, 홍콩 배달 시장 진출 1년..
  6. 틱톡, 정식으로 미국 정부 기소
  7. SK하이닉스 시스템IC, 中 국영기업..
  8. 中 항저우, 주택 구매 제한 ‘전면..
  9. 中 1분기 즉석 복권 판매 80%↑..
  10. 中 시안도 주택 구매 제한 전면 폐지..

사회

  1. 中 “하이디라오 소스서 유리조각 나와..
  2. 한인여성회 '어버이날' 맞아 노인회에..
  3. 中 윈난 병원서 칼부림… 2명 사망..
  4. "재외공관 공무원만큼 수당 달라" 한..
  5. 5.1 홍췐루 한국거리문화제 열려....
  6. 中 주걸륜 닮은꼴 내세운 ‘짝퉁’ 빙..
  7. 국내 계좌 없어도 금융인증서로 "본인..
  8. SOS솔루션·상총련 “전동차 교통사고..
  9. 중국-멕시코 직항 개통…中 최장 길이..
  10. 上海 올해 안에 카페 1만 개 돌파하..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39] 사려 깊은..

오피니언

  1. [중국 세무회계 칼럼] A씨가 올해..
  2. [Dr.SP 칼럼] 심한 일교차 때..
  3. [허스토리 in 상하이] 추억을 꺼내..
  4. [중국 간식 기행 ④] 마(麻)로 만..
  5.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1] 상하이..
  6.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를 떠..
  7. [Jiahui 건강칼럼] 혈액이 끈적..
  8. [무역협회] Z세대, 기존 소비 패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