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우리말 이야기④] 백묵이냐, 분필이냐

[2016-01-20, 10:28:02]

[우리말 이야기④]

백묵이냐, 분필이냐

 

백묵(白墨), 흑판(黑板)... 이런 말을 무심코들 쓰시지요? 오늘은 이걸 한번 따져봅시다.

 

분필은 하양뿐 아니라 빨강 파랑 등 여러 가지 색이 있습니다. 이를 ‘빨간 백묵’, ‘파란 백묵’이라고 쓰자니 정말 어색합니다. ‘백묵’이란 말에 이미 빛깔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청묵', '홍묵' 하는 것도 우습고...

또, 요즘 교실 앞뒤의 칠판은 거의 다 초록색이지요? 이 또한 '흑판'이라고 하자니 안 맞고, 그렇다고 ‘녹판(綠板)’이라고 하기도 그렇습니다. 

 

사실 이런 말은 일본에서 만들어 우리나라로 넘어온 것들입니다. 백묵, 흑판이라는 말이 일본에서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분필(粉筆)’, ‘칠판(漆板)’이라고 썼습니다. 이는 각각 ‘칠을 한 판자’, ‘가루로 만든 붓’이라는 뜻이니, 애당초 어떤 색이든 상관없습니다. (‘漆’은 원래 옻칠을 뜻하는 한자이지만, 굳이 한자가 아니라 순 우리말로 보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봅니다.
일본 사람들은 사물을 겉으로, 감각으로 받아들여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현상이 조금 변화하자 표현 전체가 부정확해졌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그 본질을 가지고 이름을 붙인 까닭에 겉모습이 웬만큼 변해도 그 내용을 정확히 드러냅니다. 심지어 요즘 새로 나온 화이트보드 같은 것도 ‘칠판’이라고 쓴다 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이런 사소한 일로 거창하게 민족성까지 들먹이는 것은 물론 무리겠지만, 역사적 진실을 외면한 채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만 가지고 장난치는 일본 우익들을 보면서, 일본인들은 대체로 본질보다는 외면(명분)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이후 현재까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월간 <우리교육> 기자 및 출판부장(1990~1992), <교육희망> 교열부장(2001~2006) 등을 역임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강좌를 비롯하여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편집위, 한겨레문화센터, 다수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 기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한 <교육희망>,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논술) 강좌 등을 기고 또는 연재 중이다.
ccamya@hanmail.net    [김효곤칼럼 더보기]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상하이에서 만난 ‘세계 유명 디저트 맛 집’ hot 2016.02.06
    겨울 찬바람, 입안에 사르르 녹는 달콤한 디저트로 몸 안에 온기를 불어 넣으면 어떨까? 세계 유명 디저트 맛 집들이 상하이 곳곳에 있다는 사실, 상하이의 유명 맛..
  •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 공연이 쏟아진다! hot 2016.01.20
    오케스트라와 함께 남극‧북극 탐험BBC 다큐멘터리 시청각 콘서트가 오는 2월 27~28일 양..
  • 콜택시App 호출에 ‘공공버스’ 대령 hot 2016.01.20
    최근 상하이에서 한 여성이 모바일 콜택시 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했는데 ‘공공버스’ 한대가 도착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신민망(新民网)의 1일 보도에 따르면,...
  • [사진여행] 香之梦(향지몽) 365G_19_in V.. 2016.01.19
    이탈리아 베네치아 통곡의 다리 밑을 지나가는 곤도라 행렬을 보면서
  • [건강칼럼] 1℃ 건강 hot [1] 2016.01.19
    중의학은 손발이 차고, 쉽게 추위를 타며, 여성의 경우 냉대하가 있는다면 몸이 냉하다라고 표현하는 냉증(冷症)으로 진단하고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7월부터 입국자 휴대폰·노트북 ‘..
  2. 타오바오·징동, 올해 ‘618 쇼핑축..
  3. 中 “하이디라오 소스서 유리조각 나와..
  4. 커피·빵, 맛있는 상하이 거리 다 모..
  5. 한인여성회 '어버이날' 맞아 노인회에..
  6. [중국 간식 기행 ④] 마(麻)로 만..
  7. 中 윈난 병원서 칼부림… 2명 사망..
  8. 中 3대 항공사 1분기 매출 사상 ‘..
  9. “새차? 안 사요” 中 4월 승용차..
  10.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1] 상하이..

경제

  1. 中 7월부터 입국자 휴대폰·노트북 ‘..
  2. 타오바오·징동, 올해 ‘618 쇼핑축..
  3. 中 3대 항공사 1분기 매출 사상 ‘..
  4. “새차? 안 사요” 中 4월 승용차..
  5. 메이퇀, 홍콩 배달 시장 진출 1년..
  6. 틱톡, 정식으로 미국 정부 기소
  7. SK하이닉스 시스템IC, 中 국영기업..
  8. 中 항저우, 주택 구매 제한 ‘전면..
  9. 中 1분기 즉석 복권 판매 80%↑..
  10. 中 시안도 주택 구매 제한 전면 폐지..

사회

  1. 中 “하이디라오 소스서 유리조각 나와..
  2. 한인여성회 '어버이날' 맞아 노인회에..
  3. 中 윈난 병원서 칼부림… 2명 사망..
  4. 5.1 홍췐루 한국거리문화제 열려....
  5. 中 주걸륜 닮은꼴 내세운 ‘짝퉁’ 빙..
  6. SOS솔루션·상총련 “전동차 교통사고..
  7. 중국-멕시코 직항 개통…中 최장 길이..
  8. 上海 올해 안에 카페 1만 개 돌파하..
  9.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中 언론 “한국..
  10. 中 맥도날드 식자재 ‘택갈이’ 사실…..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39] 사려 깊은..
  2. ‘파리 올림픽’ 예선전 上海서 열린다

오피니언

  1. [중국 세무회계 칼럼] A씨가 올해..
  2. [Dr.SP 칼럼] 심한 일교차 때..
  3. [허스토리 in 상하이] 추억을 꺼내..
  4. [중국 간식 기행 ④] 마(麻)로 만..
  5.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1] 상하이..
  6. [Jiahui 건강칼럼] 혈액이 끈적..
  7.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를 떠..
  8. [무역협회] Z세대, 기존 소비 패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