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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봄 주말학교 ‘개교 그 후’

[2015-10-18, 06:00:55]
상하이 교육현실 절감…
전인교육‧인간성 함양 견지할 것

추석을 한 주 앞둔 20일, 문화 수업이 한창인 다봄학교를 찾았다. 올해 3월 개교해 이제 갓 2학기를 맞이한 신생학교, 더불어 상하이 유일의 역사문화 주말학교에서는 어떤 것들을 배우고 있을까? 

교실에 모여 앉은 초등부 학생들은 다가오는 추석의 의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추석은 언제일까요?”라는 교사의 질문에 “9월 26일이요!”라는 대답이 가장 먼저 튀어나왔다. 비교적 양호한 오답이었다. 양력과 음력의 차이를 설명한 후 한가위의 유래, 성묘와 차례의 의미에 대한 수업이 이어졌다. 추석의 풍속인 강강술래가 이순신 장군의 왜군 격투에 쓰인 일화에 학생들은 “처음 들었어요”라며 흥미로워했다. 수업 말미에는 보름달에 꼭 빌고 싶은 자기만의 소원으로 개사해 다같이 강강술래를 불렀다. 점점 목청이 커져가는 아이들을 보며 ‘앞으로도 강강술래를 잊을 리는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수업을 듣는 인원이 단출하다. 작은 교실에 일렬로 앉은 5명이 다봄학교의 전교생이다. 그러고 보니 구베이의 대외경제대학에서 어느새 홍췐루의 리딩타운으로 둥지를 옮겼다.

유진원 교장과 교사로 있는 이명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생 수가 많이 줄었는데
초등부 10명, 중등부 5명이었던 지난 학기에 비해 인원이 크게 줄었다. 중등부 수업은 개설되지 못했다. 학생은 다섯 명인데 교사가 7명이니 숫자가 더 많다.
학생들의 ‘정체성’의 문제는 중요하다. 해외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대학생활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번쯤 부딪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삶의 방향을 두고 벽에 부딪칠 때 뿌리 깊은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많이 아쉽다.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학부모님들이 주력하는 부분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국 교과과정 밖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상하이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여유가 부족하지 싶다. 아무래도 한국에 돌아가서 인정 받을만한 스펙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조급함이 있기 때문이다. 수업이 일요일 오후에 진행되는 것도 불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하지만 초조하고 조급해하기보다 길게 보고 가려 한다. 사실 한국에서도 대중적이지는 않은 교과 과정 아닌가. 해외이기 때문에, 또 상하이라는 도시가 갖는 의미도 남다른 만큼 여전히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덕체를 고루 갖춘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체육활동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초등부에 특히 집중했는데 수업 장소를 옮기면서 진행이 어려워진 것이 많이 아쉽다. 대신 독서논술을 이번 학기부터 시작했다. 한국의 책을 읽을 기회가 많지 않은 학생들에게 독서 습관을 길러줄 수 있도록 한국 초등 3년 교과 과정에 맞춰 교사가 읽어주고 학생들이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과목은 다르지만 인간성 함양, 전인교육을 추구하는 다봄학교의 교육방침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의 방향을 두고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다봄학교의 장기적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근본적인 고민도 해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수업의 방향을 바꿀 계획은 없다. 다만 운영의 묘를 찾는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지금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충분히 즐겁게 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운영이 여의치 않음에도 교사들의 순수한 열정과 이상을 추구하는 자세는 더 분명해졌다는 것이 큰 수확이다. 사심 없는 열정으로 다들 임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끌어갈 수 있으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몸과 마음으로 정말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고 견지할 수 있는 힘을 어릴 때부터 함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어도 다봄학교는 그것을 추구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시간적 여유는 늘고 정신적으로 공허할 수 있는 고3 학생들에게 ‘보다 근본적인 것’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다봄학교는 상하이 교민사회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될까, 아니면 먼 훗날 지금의 어려움을 두고 흑역사였노라 회상하게 될까. “한국학교에서 전학한 후로 역사공부를 하지 못해 다니게 됐다. 처음에는 역사는 재미없다고 느껴서 다니기 싫었는데 배워보니 재미있다”는 오수현(SUIS 5) 양의 말에서 답을 구해본다.

김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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