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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산을 닮은 재즈 디바 웅산(雄山)

[2015-06-12, 15:27:00]

 

자연스러운 노래 부르는
자연스러운 사람이고파

 

18세 꽃다운 나이에 비구니가 되겠다고 절에 들어간 소녀는 2년 후 다시 노래를 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왔다. 오로지 대학가요제 출전을 위해 검정고시를 치렀고, 마침내 소원하던 대학 락밴드의 리드보컬로 무대 위를 누볐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이름만큼이나 힘과 울림이 있는 대한민국 대표 재즈 디바로 우뚝 섰다.
이토록 다이내믹한 이력을 가진 그녀, 웅산(雄山)을 만났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이름이다. 오죽하면 그 질문만큼은 그만 받고 싶다고 손사레 친다. 웅산은 ‘큰 산’이라는 뜻을 가진 그녀의 법명이다. 이제야 그 이름이 스스로도 좀 편해졌다는 말에 너무 큰 이름으로 사느라 버거웠을, 그러면서도 그 이름에 다다르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그녀의 지난 시간들을 막연하게나마 짐작해본다.

 

절에서 보낸 시간들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녀는 ‘재즈를 하기 위한 숙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재즈는 반응하는 음악이에요. 정해진 대로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은 새장 안의 새와 다를 바 없죠. 재즈 안에서 자유로움을 배워요”
이전까지 즉흥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살던 그녀가 재즈에 매혹돼 줄곧 한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이유다. 참선도 재즈도 자유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게다가 산사에서 복식호흡과 발성훈련까지 완성해 속세로 나왔으니 오늘의 그녀를 만든 산실인 셈이다.

 

재즈는 그녀에게 많은 인연을 선사했다. 틴틴파이브의 멤버이자 시각장애인인 개그맨 이동우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웅산의 도움으로 재즈 보컬리스트로서의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일면식도 없었던 그에게 첫 만남에 재즈를 권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그저 마음이 시키는 일이었다고, 그렇기에 진심을 다해 가르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라디오에 출연했는데 이동우씨가 제 말을 경청하는 모습이 ‘저 노래하고 싶어요’로 보였어요. 대학 4년 커리큘럼을 단기간에 모두 소화할 만큼 둘이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어느 날 전화로 '이 빗소리가 이렇게 행복하게 들릴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말하는데 보람을 많이 느꼈죠.”

 

강단에서의 웅산은 어떤 모습일까? 그녀는 몇 년째 상명대와 경희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재즈의 불모지에서 힘들게 떠돌아다니며 공부했던 옛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어려워했던 것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녀는 음악을 아직 음학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즐기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다. 그래서 같이 즐길 수 있는 뮤지션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그녀는 여전히 목마르다. 새로운 음악을 만날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그녀는 ‘여전히 목마르다’고 말한다. 인터뷰 전날에도 상하이의 한 재즈바에서 이름 모를 여성과 즉흥공연을 펼친 이야기를 들려주는 눈빛이 반짝인다. 이미 일본에는 수많은 ‘빅 팬’을 거느리는 그녀에게 중국은 미지의 세계다.
“중국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재즈를 받아들일지 궁금해요. 언제 올 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중국어도 공부하고 있어요.”
이런 열정과 음악에 대한 욕심 덕에 그녀는 스페인어, 영어, 일어, 중국어까지 5개국어를 구사하게 됐다.
“작년에 성대에 폴립이 생겨 수술 날짜까지 잡아놨는데 자연히 사라졌어요. 굉장히 신비한 경험이고 설명이 안 되죠. 그 땐 지옥이었는데 그래서 지금이 더 행복해요.”

 

그녀는 재즈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사람이고 싶다. 조금 더 많은 기회에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생각뿐 목표는 없다. 그저 오래 지켜봐 준 팬들에게 ‘성실했던,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던’ 가수로 오래 남고 싶다며 눈가가 촉촉해진 그녀가 다시 씩씩하게 말한다.
“적어도 어제보다 오늘 더 근사한 뮤지션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은 약속할 수 있어요. 항상 준비돼 있고, 찾아가는 사람이니 어디서 절 만나도 놀라지 마세요.”
머지않아 상하이 어딘가에서 그녀의 노래를 듣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김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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