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작가의방] 박사가 사랑한 수식

[2014-10-28, 15:48:06] 상하이저널
[책 한 권, 공감 한 줄]
박사가 사랑한 수식
인간이 1을 더하는 순간 세상은 아름다워진다
 
오가와 요코(지은이) | 김난주(옮긴이) | 이레 | 2004
오가와 요코(지은이) | 김난주(옮긴이) | 이레 | 2004
 
 
일본문학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에 하나인 아쿠타가와赏을 수상한 여류 작가 오가와 요코가 쓰고 김난주가 번역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싱글맘, 10살된 아들 그리고 교통사고로 기억 장애가 생긴 수학박사 등 평탄치 않은 삶을 사는 세 사람의 아름다운 관계를 수(數)를 매개로 담백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주인공은 18살에 전기공학도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갖게 된 싱글맘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주인공은 파출부로 생계를 꾸려간다. 소설은 주인공이 수학박사 집에서 파출부 일을 하면서 시작된다. 일하러 간 첫날, 박사가 주인공에게 묻는다.

"자네 신발 사이즈가 몇이지?"
"24인데요."
"오오, 실로 청결한 숫자로군, 4의 계승이야."

박사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도구는 숫자다. 교통사고로 뇌를 다친 박사는 1975년 이전의 사실만 기억한다. 그리고 새로운 정보는 80분만 기억할 수 있다. 그래서 매일 박사와 주인공은 똑같은 질문과 대답으로 처음 대면한다. 그런 박사가 관심을 갖는 것은 Journal Of Mathmatics에 연재된 수학문제 응모와 1970년대 한신 타이거스 투수 에나쓰다.
 
박사는 주인공 아들이 저녁을 혼자 먹어야 하는 사실을 알고는 다음날부터 꼭 데리고 오기를 청한다. 이렇게 하여 루트는 매일 박사님을 만나 수학을 공부하면서 우정을 느끼게 된다. 루트는 아들의 정수리가 루트( )처럼 평평하다고 박사가 지어준 별명이다. 주인공과 루트는 야구를 좋아하는 박사를 위해 한신 타이거스 경기를 보러 간다. 한번도 야구장에 가본 적이 없고, 에나쓰가 던지는 공을 본 적도 없지만 그의 기록을 전부 기억하고 있는 박사는 등번호 28번의 에나쓰가 경기에 출전하느냐에 무척 관심이 많다.

"에나쓰를 볼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에나쓰 선수는 엊그제 고시엔에서 자이언츠 전에 선발로 출장했기 때문에 오늘은 벤치를 지킬 거예요. 미안해요 박사님."

에나쓰가 현역을 은퇴하고 코치가 된 사실을 알면 실망하실 박사를 위해 거짓말하고 있는 루트의 말에 박사를 향한 배려심이 느껴진다. 박사는 야구를 보고 집에 돌아와 고열에 시달리고, 주인공은 삼일 밤낮으로 간호한다. 그 결과로 돌아온 것은 무례하게 남의 집에서 밤을 지샜다며, 박사의 형수로부터 날아온 해고 통지서다. 해고된 지 며칠 후, 박사 댁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가니 루트가 거기에 있었다. 루트가 박사를 찾아간 일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박사의 형수가 부른 것이다. 친구를 만나러 온 게 뭐가 잘못된 일이냐며 항변하는 주인공, 사무적인 태도로 잘못을 따지는 박사의 형수, 두 사람의 언쟁을 지켜보던 박사가 메모지를 조용히 내민다.
 
한없이 순환하는 수(e)와, 절대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수(i)가 간결한 궤적을 그리며 한 점에 착지한다. 어디에도 원은 없는데 하늘에서 π가 e곁으로 내려와 수줍음 많은 i와 악수를 한다. 그들은 서로 몸을 마주 기대고 숨죽여 있는데, 한 인간이 1을 더하는 순간 세계가 전환된다. 모든 것이 0으로 규합된다.

메모지에 쓰여진 오일러의 공식으로 언쟁은 마무리된다. 박사는 뭘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아무런 연관성이 없고 규칙이 없어 보이지만 인간이 1을 더하는 순간 숫자 0이 되는 것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숫자 1과 같이 아무런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관심을 갖고 끌어안는다면 세상은 아름답게 변화하게 될 것이란 뜻이 아닐까? 
 
▷상하이작가의방
M.J.(hmj1377@daum.net)
한국 대기업 중국 주재원으로 상해에 3년째 살고 있다.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작가의 꿈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일본 | 드라마 | 2006.11.09 | 전체관람가 | 116분 감독고이즈미 타카시 출연테라오 아키라, 후카츠 에리, 요시오카 히데타카, 아사오카 루리코
일본 | 드라마 | 2006.11.09 | 전체관람가 | 116분
감독 고이즈미 타카시
출연 테라오 아키라, 후카츠 에리, 요시오카 히데타카, 아사오카 루리코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상하이에는 ‘작가의 방’이라는 이름의 동아리를 만들어 매일 글을 쓰는 삶을 살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있다. 20대의 나이부터 50대의 나이까지, 다양한 감성과 삶의 배경을 가진 한국인들이 모였다. 매주 일요일 오전 두어 시간의 모임에서 똑같은 제목으로 두 꼭지의 글을 써서 공유하고 있다. 상하이저널이 진행하는 ‘책쓰는 상하이’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며 한국인 작가들의 글쓰기, 책쓰기, 시작법 등 공개 강의 과정에 함께 해왔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의 방’ 플랫폼은 상하이에서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예비 작가들을 격려했고 신인 작가를 발굴해내고 있다. ‘작가의 방’이 상하이 교민사회에서 인문적 삶의 선한 영향력을 널리 퍼뜨리며 문화 수준을 올리는데 기여해 나가리라 믿는다.
shanghaipark@naver.com    [작가의방칼럼 더보기]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중국의 코스트코 샘스클럽 Sam’s Club hot 2015.05.10
    중국의 코스트코(Costco) 창고형 매장의 원조 샘스클럽 Sam’s Club 浦东의 회원제 창고형매장 山姆会员商店       샘스클..
  • 구글 기침 한번에 불법 사이트 '줄초상' hot 2014.10.28
    인터넷 세상에서 구글이 기침을 하면 일부 사이트들은 독감에 걸릴 수도 있다. 이번엔 동영상 스트리밍 및 토런트 사이트들이 구글 알고리즘 변경의 직격탄을 맞았다.구..
  • 대한항공, 중국 학교에 도서실 기증 hot 2014.10.28
    대한항공이 28일 중국 후난성에 있는 푸탕초등학교에 '꿈의 도서실'을 기증했다.대한항공은 이 학교 빈 교실에 책장, 책상을 놓고 책 2천여권을 비치해 도서실을..
  • 전세계 스모그 최악의 도시 20위...중국은 없다 hot 2014.10.28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에서 연평균 PM2.5농도가 가장 높은 도시 20곳’ 중 절반을 인도가 차지했으며, 파키스탄과 이란 등의 나라가 나머지를 차지..
  • 한·중·일 공동 '막걸리의 날' 개최 hot 2014.10.28
    막걸리 수출 확대를 위한 3개국 동시 진행 30일 상하이문화원서 햅쌀막걸리 출시 홍보   □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上海 올해 안에 카페 1만 개 돌파하..
  2. 월급 800만 원? 중국에서 핫한 이..
  3. 中 에스컬레이터 ‘한 줄서기’ 강조..
  4. ‘파리 올림픽’ 예선전 上海서 열린다
  5.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中 언론 “한국..
  6. 中 시안도 주택 구매 제한 전면 폐지..
  7. 中 맥도날드 식자재 ‘택갈이’ 사실…..
  8. 中 항저우·난징 주택 거래 급증…부동..
  9. ‘Next Level’이라는 江浙沪..
  10. [3회 청미탐] 하버드 출신, 상하이..

경제

  1. 월급 800만 원? 중국에서 핫한 이..
  2. 中 시안도 주택 구매 제한 전면 폐지..
  3. 中 항저우·난징 주택 거래 급증…부동..
  4. 테슬라, 상하이 메가팩 전용 공장 승..
  5. 中 4월 수출액 전년比 1.5% 증가..
  6. 中 1분기 입국자 모바일 결제액 ‘1..
  7. 중국판 다이소 미니소, 올해 해외 6..
  8. 美, 중국산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9. 中 주택대출 정책 추가 완화… 첫 납..
  10. 샤오미처럼 자동차 만드는 메이주, 모..

사회

  1. 上海 올해 안에 카페 1만 개 돌파하..
  2. 中 에스컬레이터 ‘한 줄서기’ 강조..
  3.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中 언론 “한국..
  4. 中 맥도날드 식자재 ‘택갈이’ 사실…..
  5. ‘Next Level’이라는 江浙沪..
  6. [3회 청미탐] 하버드 출신, 상하이..
  7. 中 외국인 크루즈 단체 관광객에 15..
  8. 미국서 확산 중인 코로나19 변종 ‘..
  9. 해외 크루즈 관광객 中 15일 무비자..
  10. “음식 속에 담긴 사계절”, 한-중..

문화

  1. ‘파리 올림픽’ 예선전 上海서 열린다
  2. [책읽는 상하이 239] 사려 깊은..
  3. 상하이, 세계박물관의 날 맞아 135..
  4. [책읽는 상하이 240] 완벽한 공부..

오피니언

  1. [Dr.SP 칼럼] 심한 일교차 때..
  2. [허스토리 in 상하이] 추억을 꺼내..
  3.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1] 상하이..
  4. [중국 간식 기행 ④] 마(麻)로 만..
  5. [Jiahui 건강칼럼] 혈액이 끈적..
  6.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를 떠..
  7. [무역협회] Z세대, 기존 소비 패턴..
  8. [무역협회] 對中 AI 모델 수출..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