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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보름간의 쓰촨 여름여행기

[2011-08-26, 00:16:11] 상하이저널
인생의 순리를 받아들이고 나를 발견하는 시간

매 방학이면 떠나는 우리 식구들의 여행. 이번 여름은 쓰촨성으로 계획을 잡았다. 아침 일찍부터 빨래해서 말리고 쓰레기통 청리하고 이것저것 주부의 여행준비는 바쁘다. 오후 5시 30분 청두(成都)행 기차를 타고 35시간이 넘는 기나 긴 기차여행이 시작되었다. 뒹굴뒹굴 게으름도 부리고 낮잠도 청하고 책도 읽으면서 난 이번 여행 끝에는 많은 생각들이 정리가 되고 인생의 순리를 받아들이고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기를 기대해본다.

낙산대불과 아미산
 
이틀밤이 지나 새벽5시 남편의 일어나란 소리에 눈을 떴다. 우리는 이곳에서 한 중국여행사를 통해 숙소를 정하고 우리가 계획한 여행일정을 의논했다. 낙산대불(乐山大佛)-아미산(峨眉山)-도강원(都江堰)-청성산(青城山)-구채구(九寨沟)-황룡(黄龙)-공가산(贡喝山)(해라구빙천(海螺沟氷川))
 
처음 28명으로 한 팀이 된 우리 여행객들은 낙산대불부터 청성산까지 함께했다. 처음 이틀은 비가 왔는데 우비를 입고 길고 긴 줄을 서고 흐린 날씨로 뿌옇게 가려진 커다란 불상과 메케한 향내가 가득한 것이 마치 불교 성지순례를 하고 있는 착각을 일으켰다. 아미산을 내려와 우리는 오후일정을 취소하고 찻집에서 쉬기로 했다. 그런데 때마침 TV에서 우리나라 우면산 산사태보도를 중국기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하고 있어 더 마음은 무거웠다.

도강원과 청성산
 
두번째 새로운 팀과 도강원과 청성산을 올랐다. 2천여 년 전의 만들어진 수로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해 치밀하게 만들어졌고 그 덕에 오늘날도 관개시설로 곳곳에 물이 공급된다는 사실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번에 지난번 팀에서 함께했던 안후이에서 오신 할머니 두 분과 또 만났는데 마침 그곳에 흔들다리가 있어 마구 흔들어 줬더니 너무 좋아한다.

구채구
 
세번째 새로운 팀을 만났다. 이번 가이드는 각자 앞으로 나와 자기 소개를 하라 한다. 우리도 남편이 나가 소개를 하고 한국말로 인사하니 다들 반가워하고 금세 친해져 이야기가 오간다. 오늘은 이번 여행의 꽃 ‘구채구’다. 해발 4000까지 오른다기에 우리는 미리 겨울점퍼를 장만했다.

연평균 6~14도의 수려한 경관 태고의 원시림을 그대로 유지하는 산림과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에메랄드빛의 물빛들이 장관이었다. 특별한 것은 이 구역을 보호하기 위하여 담배나 쓰레기 하물며 물에 손조차도 담글 수 없으며 위반시 담배 한 개비에 500위엔의 벌금을 내야 한다. 나는 중국인들이 이렇게 오랫동안(약8시간을 걸었다) 그 좋아하는 담배와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아무튼 이렇게 맑은 공기와 산과 물 그리고 새소리를 들으니 모든 것이 정화되는 것 같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장족들의 생활을 많이 접했는데 어제 장족집 방문에 이어 오늘은 장족 공연을 두 시간여에 걸쳐 관람했는데 귀를 찌를듯한 창법과 조명 안개연출 모두가 처음 접하니 조금 낯설었다.

황룡
 
다음날 해발4000m가 넘는 고지에서 풀을 뜯고 있는 야크들과 말들을 보며 우리는 황룡으로 갔다. 케이블 카로 올라 천천히 걸어 내려오며 경치를 보았는데 계단식 논과 같은 것이 서로 다른 빛깔의 물이 이색적이었다. 하지만 황룡의 숲은 나에게 죽어있는 숲 같아 보였다.

이곳도 역시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은 같았는데 이상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맑은 물에 물고기 한마리 놀지를 않고 숲에는 새 소리는커녕 매미소리 조차 없는 것이 마치 크고 잘 꾸며진 성에 사람이 하나도 살고 있지 않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게다가 더 높은 곳에서도 씩씩하게 다녔는데 이곳에서 우리는 산소를 마셨는데도 모두들 두통으로 힘들었고 내려오는 4시간여의 시간내내 무언가 조화롭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차창 밖으로 쓰촨대지진으로 무너진 산과 길, 집 아직도 치우지 못한 자동차의 잔해들을 보니 그때의 참사가 느껴짐과 동시에 며칠 전 TV에서 본 우리나라의 홍수피해가 겹쳐져 잠시 마음이 심란했는데 때마침 한국에 간 아들에게서 전화가 와 즐겁게 여행하고 계시냐며 안부를 묻는다.

공가산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 네번째 새로운 팀을 만나 공가산 해라구로 향했다. 예쁘장하게 생긴 한족 가이드는 처음으로 한국사람을 가이드 해본다고 한다. (이번에 우리는 구채구와 황룡에서 각 한팀의 한국여행객을 만났을 뿐이다.) 가는 길에 산사태와 여러 가지 일로 버스는 정차되고 우리는 해라구에 도착했다. 가이드의 옵션 제안인 장족집 방문과 공연관람을 정중히 거절하고 우린 여유롭게 해로구의 거리를 걷고 양구이집에서 양갈비를 구워먹고 내일 빙천에 오르기 위해 내의와 기념품도 샀다.

 다음날 그곳 셔틀버스를 타고 1시간가량 올라 케이블카를 타고 공가산 빙천(氷川)에 도착했다. 빙산을 밟고 기념사진을 찍는데 발아래서 얼음 무너지는 소리에 놀라기도 했다. 이곳 중국에서 설산을 뒤로하고 펼쳐진 빙하를 밟으며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과 환호가 절로 나왔다. 내려오는 길에 해라구 노천온천 입구에서 아미산에서 못 본 야생 원숭이떼를 보고 따끈한 온천에서 몸을 담그고 여행의 마지막 날의 피로를 풀었다.

노년에 배우자의 손을 잡고 여행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다. 이번 여행 난 남편의 손을 많이 잡았다. 아! 이건 현실이었다. 모든 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평화롭고 잔잔해 보이는 모습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버리고 놓아야 하는지…. 거기에서 만난 아이를 향해 남편은 말한다.
“조그만 녀석이 산에 오르는 구나!” 그리고 연이어 “나도 이런 소리를 들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박혜정(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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