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경험은 간접경험과 직접경험으로 나눌 수 있다. 간접경험은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듣는 일이나 독서를 통해 쌓을 수 있으며, 직접경험은 직접 체험해야 얻어지는 경험이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직접경험을 매우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직접경험 전 사전정보는 간접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 경험치에 대한 욕구 때문에 대학시절부터 이곳저곳 많이도 기웃거리며 다니기도 했다. 나의 경험욕구를 만족시켜줄 친구는 없었기에 거의 모든 경험을 혼자서 하는 편이였다. 물론, 어느 곳이든 함께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그 사람들이 저의 친구가 아니었을 뿐.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은 그리 거창한 것들은 아니었다. 국악, 힙합댄스, 그림, 각종 스포츠, 각종 아르바이트 등 시간이 허락한다면 더 어른이 되기전에 많은 것들을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 중에 으뜸이 되는 것은 여행이었다.
어릴 적부터 가족여행을 많이 다녔던 덕분에 어느 곳이든 여행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러한 성향은 지금도 발휘되고 있어서 주말이나, 아이들의 연휴가 생기면 ‘어디를 갈까’부터 찾아보곤 한다. 이제는 아이들의 학년이 높아져서 제 마음껏, 저의 계획대로 움직일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늘 어디로든 떠나고 싶고, 가서 보고 듣고 만져보고 먹어보고 경험하고 싶은 욕구를 채우지 못한 코로나시기에는 정말 막막했다. 어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갈 수 있는 곳은 아파트단지내의 잔디밭밖에는 없었던 그 시절. 결국에는 그 잔디에 텐트와 캠핑도구들을 펼쳐놓고 나름의 소풍을 즐길 수밖에 없었다.
3년을 해외여행을 못하던 그 시절을 지나 이제는 여행이 자유로워졌으나, 아이들 덕분에 또 발이 묶여버렸다. 그렇다고 시무룩하게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여기저기 사이트들을 클릭하다보니 저는 아직 상하이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에 살아도 남산타워를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 있는 것처럼, 10년을 넘게 상하이에 살아오면서 상하이 구석구석을 살펴볼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생각을 전환하기로 결심했다.
“지금 나는 상하이에서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길게 여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을 전환시키고 보니 상하이에는 가 볼 곳도 많고, 먹어볼 것도 많은 도시였다. 특히나, 상하이의 미술관과 요즘 핫한 서점들만 가 보아도 올 한해 심심할 틈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만 외곽으로 돌아보면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곳들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생이 단조롭다고, 매일 그날이 그날 같다고 한탄하고 있을 일이 아니었다. 추운 공기도 슬슬 물러가는 요즘, 무거운 패딩을 벗어던지고 조금은 가벼운 차림으로 꽃구경이라도, 강구경이라도, 어디라도 나서자고 마음만 먹으면 갈 곳이 많고, 그 안에서 상하이를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매우 행복한 요즘이다.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이 곳 상하이에 사는 동안 여행자의 마음으로 하나하나 구석구석 살피며 이 시간들을 귀하게 사용해야겠다.
에리제를 위하여(khe3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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