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끝나고 상하이에 사는 우리도 한국방문이 자유로워지고, 또한 반대로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도 가족들도 만나고 여행도 할 겸 상해에 방문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때마침 한국에서 가족들이 상해에 올 계획이 세워졌고 어디를 소개해줄지 고민하다 함께 여행하기로 결정한 곳이 바로 우전(乌镇)이었다. 상하이에서 차로 2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우전은 중국 최대의 수향마을이라고 한다. 천년의 역사를 가진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중국 전통마을이다. 우전은 동책과 서책으로 나눠져 있지만 동책과 서책의 거리도 가깝지 않아 우리는 서책에 숙소를 정하고 서책에서 머물기로 했다.
도시가 더 익숙하고 편안한 우리에게 우전은 잠시 바쁜 삶을 뒤로하고 편안함과 고요함을 맘껏 누리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카메라 하나 들고 여기 저기 걸었다. 물가에 세워진 전통가옥들은 천 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자부심과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편안함과 고즈넉함을 당당히 지니고 있었다. 집집마다 45도 정도 열려진 나무로 만들어 창문은 그 안에 사는 주인이 누구일지, 아침저녁으로 창문을 여닫으며 강물을 바라보고나무를 보고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그들의 생활이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골목은 평평한 아스팔트가 아닌 언뜻 보면 투박하기도 하고 삐뚤삐뚤, 울퉁불퉁한 돌멩이로 채워져 있었다. 큰 돌 사이를 메우기 위해 작은 조약들을 여기저기 끼워놓은 것도 보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간 자리는 돌들이 더 맨들맨들해진 것도 보면서 우리가 도시에 살면서 땅을 보고 걸을 일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골목이 좁아 모두 나란히 걸을 수 없고 앞뒤로 나눠서 걸어야 했지만 좁은 골목 덕분에 고개를 좌우로 바쁘게 돌리면 예쁜 상점들과 맛난 먹거리들을 파는 가게들을 한 눈에 구경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튀겨서 바로 먹으면 혀를 데일 수도 있을 만큼 뜨겁지만 한 입 베어 문 이후로 계속 먹게 되는 무튀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기에서 꺼내주는 떡, 볏집으로 만든 작은 그릇에 파는 찰진 흑찰미 밥, 30위안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중국식 물만두 훈툰, 그리고 아이들이 지나칠 수 없는 딸기탕후루까지 우전의 길거리 음식 역시 이곳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의 석양과 밤이 되면서 하나 둘 켜지는 조명 덕분에 우전의 야경은 우리모두를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잔잔한 물위에 비친 마을의 모습은 어릴 적 미술시간에 한 데칼코마니를 떠오르게 만든다.
1박2일 동안 우전에서 아무 계획없이 걸으며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면 잠시 우리가 천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도 했다. 전자기기를 가지고 노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도 여기저기 구경하며 예쁜 장소에서는 사진도 찍고 잠시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 상상해보고 이야기 해본다. 천 년이라는 시간을 이곳에 잘 간직해 둔 누군가에게 고마워졌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우리가 가보지 못한 과거를 맛볼 수 있고, 바쁘고 분주한 지금의 시간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와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잎새달스물이레(abigail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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