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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보이스’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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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 보이스피싱 피해액 7천억”
“보이스피싱 피해액 규모는 매년 역대 최고치를 넘어서고 있다. 2018년 피해액 4,040억, 2019년 피해액 6,398억, 2020년 피해액 7,000억.”
2021년 9월에 개봉한 영화 <보이스>의 시작을 여는 문장이다. 영화가 시작한 후 가장 먼저 나를 놀라게 했던 점은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의 규모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었다. 이 영화는 사람들이 흔히 사소한 사기, 장난스러운 범죄라고 생각하는 보이스피싱이 사실은 얼마나 치밀하고 조직적이며, 피해자의 인생에 있어서 또 얼마나 잔인한 범죄인지를 알려준다.
“보이스피싱은 공감이다”
보이스피싱에서 피싱(Fishing)은 ‘낚는다’라는 뜻으로, 피해자를 속이거나 협박해서 돈을 요구하는 범죄를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은 전화상으로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는 보이스피싱 범인들의 말을 믿고 순식간에 큰돈을 이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되고, 오히려 피해자가 조심성이 없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보이스피싱은 공감이야. 보이스피싱은 무식과 무지를 파고드는게 아니야, 피해자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거지.”
어떤 말을 해야 피해자가 속을지는 피해자에게 이입을 하고 공감을 해야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그만큼 보이스피싱은 피해자의 마음 속 희망과 공포를 겨냥해 그 상황에 놓였을 때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영화 속 보이스피싱 범죄 유형
영화는 건설 현장 직원 서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며 시작한다. 현장 직원으로 위장한 보이스피싱 공범 중 한 명이 건설 현장에 전파 차단기를 설치한 틈을 타 보이스피싱 범인들은 서준이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있었고, 사람이 죽었는데 합의금이 필요하다며 아내에게 돈을 요구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사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인명피해는 없었고, 서준에게 과실이 있다는 말조차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 잠입한 보이스피싱 범인이 제공하는 현장 상황을 교묘하게 바꾸어 사실인 척 꾸며낸 시나리오에 피해자는 속을 수밖에 없었다. 전파 차단기 탓에 남편과는 연락이 되지 않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건설 현장에 연락해 보면 사고가 생겨서 정신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계좌 정지 요청을 했을 때에는 주변에 대기 중이던 또 다른 공범들이 이미 돈을 모두 인출한 후였고, 피해자는 목숨 같은 돈을 잃은 후였다.
이처럼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단순히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피해자가 보이스피싱임을 인지하기 힘들게 만들고,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개인 정보를 빼돌리고, 대본을 작성하고, 한꺼번에 여러 통의 전화를 돌리는 등 대규모 조직 단위로 일어나고 있다.
[사진=조직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
피해자의 인생까지 앗아가는 잔인한 범죄
얼마 전 보이스피싱 범죄수익금 82억 원을 백화점 상품권으로 세탁해 해외로 빼돌린 보이스피싱 일당이 검거되었다. 공범 65명 중 몇몇은 신용 등급이 낮아 대출이 불가능하던 중 보이스피싱 범인들로부터 연락을 받은 사람들로, 현금을 상품권으로 바꾸는 중간 다리 역할을 잘 하면 금융 대출을 해 주겠다는 말에 속아 공범이 되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도 자칫 보이스피싱 범인들에게 쉽게 포섭돼 중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라며 보이스피싱이 가져올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보이스피싱은 취업이 절실한 취준생에게 면접 합격 전화인 척, 건설 현장 사고 이후 직원들의 안전이 걱정됐던 현장 소장에게 보험사인 척, 딸이 입원해 있는 병원인 척 꾸며내 돈을 받아내는, 피해자들과 주변 사람들의 인생까지 앗아갈 수 있는 잔인한 범죄이다.
영화는 담당 형사가 “많은 피해자분들이 자책을 많이 하시는데, 피해자분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놈들이 악랄한 겁니다. 저희가 끝까지 쫓아가서 찾아내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막을 내린다. 이 한마디가 영화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인 것 같다.
학생기자 김서윤(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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