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두번째 주 주말, 상하이시는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전격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자 전 지역을 푸동, 푸시로 나누어 각 4일간 전면 봉쇄했다.
사람들은 봉쇄를 앞두고 마트 영업시간 전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줄을 서고 오전에 매대가 텅텅 비고 마치 전쟁을 연상케 했다. 나 역시 새벽 5시 일어나 로컬 마트로 가서 장보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 네 군데 마트를 돌았다. 큰 마트 가방 하나 가득 사다 놓자마자 거실에 펼쳐 두고 다시 시장으로 마트로 물건을 구하러 다녔다.
단지 내 양성반응이 발생해 예정된 봉쇄해제일이 되어도 여전히 집밖을 나갈 수 없었고 마트 배송은 정상화되지 않았다. 그나마 아이들이 다 커서 각자 자기 일을 알아서 하니 다행이다 위로하고 그림도 그려보고 음악도 들으며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한인지역이 아닌 곳에 사는 시내거주자들의 위챗방이 있다. 평소 취업정보를 나누거나 운동, 식당 등의 정보를 나누던 곳이었는데 난생 처음 보는 막대기 같은 중국 야채를 구호품으로 받아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열띤 논의가 벌어졌다. 또 핵산검사를 받기 위해 급히 나왔다가 열쇠를 안에 두고 나와 문이 잠겨 바깥에 고립된 사람에게는 놀라지 말고 자책하지도 말라고 위로하며 같이 방법을 찾기도 했다. 최근 어떤 단지는 구호품으로 요리대회를 한다고 해서 넘쳐나는 당근으로 ‘용깎기’는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로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런 중에 이 방에서 알게 된 분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상하이 유학생들을 1:1매칭으로 돕는 그룹방을 만들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내가 있는 지역 역시 봉쇄가 해제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물건을 살 수도 없어 어떻게 도와야 하나 고민이었다.
소개받은 학생에게 위챗으로 몇 마디 안부를 묻고 어떤 게 필요한지 물었다. 알지도 못하는데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챙겨주는 게 너무 고맙다며 ‘엄마가 보고 싶네요’ 하길래 바로 전화를 걸었다.
한달 가까이 되어가는 기간 동안 구호품은 단 한번 받았고 감자, 토마토, 당근, 무 반쪽을 받았는데 그걸 또 나누랬다고 한다. 주인이 집세를 많이 받기 위해 한 집을 여러 개로 나누다 보니 구호물품도 한 집 양을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뭐가 필요하냐 하니 먹을 거면 아무거나 좋다고 한다. 눈물이 핑 돌고 말이 안 나왔다. 집에 있는 참치 캔, 김, 라면 등을 꺼내 놓고 박스를 가지러 나갔다. 때마침 봉쇄 완화 첫날이라 단지를 산책중인 분들을 만나서 이런 얘기를 하니 금세 물, 라면, 빵을 보태 주셨다.
학생이 받고서 봉사모임방에 사진과 함께 감사 인사를 남겼는데 기뻐하는 게 생생하게 느껴진다.
“직접 전화까지 주셔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었는데 너무 큰 위로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급히 보내느라 한박스만 채웠다고 또 필요한 게 있는지 물었더니 이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필요하면 얘기하겠다고 굳이 사양을 한다.
이틀 후, 다음 번 보낼 때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신 분들이 계셔서 나눠 주실 수 있는 물품을 넣어 달라고 아파트 단지내 한인방에 올렸다. 두 시간 만에 가보니 박스 두 개가 가득 차서 넘쳤다. 어떤 분은 그 시간 동안 따뜻한 밥과 반찬을 준비해 주셨고 어느 분은 귀한 김치를 정성껏 포장해 넣어주셨다.
택배기사는 한 박스 인줄 알고 왔다가 기겁을 했고 유학생이 ‘으어쓸러(饿死了)’하고 있다고 사정하고 두 배의 금액을 주니 박스 세 개를 오토바이 앞뒤로 꽉 채워 싣고 가셨다.
“담으시면서 어떤 마음이었는지 다 느껴졌어요. 눈물이 안 날 수 없었어요. 다들 어찌 이렇게 마음이 따뜻하신지요!”
“관심 가져주시고 신경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상하이에 엄마가 생긴 기분이에요.”
학생들이 감사를 전해온다. 나 역시도 다른 학생들을 돕는 수많은 봉사자와 이웃들에게 감동받고 감사했다.
한달여의 긴 봉쇄 기간동안 내일이 어떨지, 내일은 물건을 살 수 있을지 고민했어야 할 학생들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렇게 물질적으로 도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고 전화를 걸어 불안해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고 싶었다.
정말 현실이라고 믿기 힘든 어려운 시기에 이번 경험을 통해 작은 관심과 도움이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곳 상하이에서의 2022년 봄, 어려움속에도 작은 행복으로, 따뜻한 기억으로 꽃피우기를 바란다.
마음이(shimmy01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