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지난 4일 열린 제2회 한국인 큰잔치에서 화제의 중심에 올랐던 사람들이 있다. <고향의 봄>, <마법의 성> 등의 노래를 아름답고 환상적인 선율로 빚어낸 주부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연주가 행사장에 울려퍼질 때 대부분의 교민들은 "어디서 전문 음악가들을 초대했나"하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음악에 심취한 그들의 모습은 `프로'다웠다. 주위의 "그녀들이 누구인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를 받고 그들을 찾아간 기자에게 그녀들은 정신이 번쩍 뜨일 정도의 아름다운 협주곡을 선물했다.
그들이 바로 순수(?) 주부들로 구성된 '주부오케스트라단'. 이들의 모임은 한 두 명의 주부가 집안에 묵혀 두었던 악기를 꺼내어 옛 기억을 더듬어 연주를 하면서 시작됐다.
"상하이에도 나처럼 악기를 묵혀두고 있는 주부가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주부들이 모여 취미생활을 함께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조금은 거창하지만 '주부오케스트라단'이라는 이름을 걸고 주위 주부님들과 함께 악기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회장 원영인 주부(첼로)는 주위 지인 2명과 함께 취미 생활과 봉사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친목단체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바이올린 3명, 첼로 1명, 플룻 2명, 호른 1명 등 총 7명의 주부들이 모여 매주 월요일 연습 시간을 갖고, 좋은 기회가 있으면 무대에 서기도 한다. 원영인 주부는 "아직 `오케스트라단'이라고 부르기에는 실력으로나 규모로나 많이 부족해 클라리넷, 플룻, 바이올린, 첼로 등의 악기가 좀 더 보강되어야 한다"고 전한다. 이처럼 겸손함을 앞세운 그들 오케스트라단원은 모두가 수준급의 피아노 수준을 기본에 한국서 20년 정도 연주생활을 한 단원도 있으며, 자체적으로 편곡, 작곡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아마추어'라는 이름 보다는 '프로'가 더 어울리는 듯 하다.
신현재(바이올린) 주부는 "서로의 발전 과정을 지켜보며 나날이 악기들이 하나 되어 한 화음을 낼 때 희열을 느낀다"며 "취미생활을 넘어 봉사활동까지 할 수 있어 1석2조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고 전한다. 한국 아마추어 관악단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김순복(플룻) 주부는 활동 당시 50여명의 단원들이 나이, 고향, 직위를 불문하고 음악 하나로 뭉친 `아름다웠던 기억'을 이 곳 상하이에서 되살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동호회 활동이 너무 감사하다고 한다.
동호회가 점차 교민 사회에서 이름을 알려감에 따라 조심스럽게 동호회의 문을 두드리는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실력은 수준급이어야 하는지, 악기는 어느 정도 다루어야 하는지 등의 질문에 신상임(호른) 주부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부담없이 참여해 함께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와 음악에 대한 사랑*이라며 악보를 보는 정도의 기초적 실력이라면 대환영이라고 한다. 김동희(바이올린) 주부는 "향후 인원이 많아지면 연습실도 새로 마련하고, 레슨 등의 지도도 가능하겠지만 우선은 단원들과 함께 조촐하게 모여 연습하며 담소를 나누는 것에 만족한다. 앞으로는 연주회도 보는 등 문화 생활도 함께 할 생각"이라고 전한다.
한가하기로 따지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상하이 타이타이(太太), 그 무료한 일상을 깨고 창의적이고 건설적으로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는 그녀들의 모습이 멋지다. ▷이영주 기자
▶시간 : 매주 월요일 12:30
▶장소 : 금수강남 1기 35호 102실
▶회비 : 매달 100元
▶연락처 : 3432-00223(원영인) 1376-135-8965(김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