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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84] 인간의 그늘에서(제인 구달의 침팬지 이야기)

[2020-07-23, 20:49:20] 상하이저널
제인 구달(동물학자) | 사이언스북스 | 2001.11.20.

1960년 26살의 제인 구달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DNA를 가진 종을 연구하기 위해 지금의 남아프리카 탄자니아 곰비로 들어간다. 어렸을 적부터 동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녔던 그녀는  루이스 리키 박사의 추천과 여러 단체의 후원을 받아, 자연 상태 그대로의 침팬지 군락을 면밀하게 관찰하게 된다. 

이러한 연구는 맹수, 독충, 열대병, 연구 대상인 침팬지들의 공격, 식량 조달의 어려움, 더위,  폭우 등 기후적• 환경적 어려움을 감수할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역사과학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가장 위대한 연구라 불린다. 

연구 초반에는 침팬지들과 길들여지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들을 거친다. 끈질기게 침팬지를 쫒아다닌 결과 그들 군락은 차차 그녀를 수용하게 되고 점점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된 그녀는 침팬지의 암•수 서열체계, 짝짓기와 모계육아, 형제•자매애, 우정, 감정표현, 도구 사용과 사냥.육식의 습성 등의 비밀을 벗겨내게 된다. 

특히 육식과 도구 사용과 같은 획기적인 발견으로 학계에 그 성과를 인정 받아 행동학 박사학위도 받게 된다. 곰비에서의 10여 년의 연구와 20여 년의 연구를 더 추가하여 출판한 생태보고서가 바로 '인간의 그늘에서' 이다.

인간과 같은 선조의 뿌리를 가진 영장류 침팬지. 그들은 인간과 같은 유아기, 유년기, 사춘기, 어른 기간을 거쳐 죽음을 맞는다. 침팬지의 비밀을 한 겹씩 벗김으로써 인류는 비슷한 상황에서 그들이 보이는 것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면서도 결정적으로 다른 면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폴로는 마이크의 격렬한 공격을 받고도, 또 바위에 긁힌 그녀의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도 마이크를 쫓아갔고 마이크가 돌아볼 때까지 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폴로는 마이크에게 다가가 불안해 하며 낮게 웅크렸고 그는 그녀의 머리를 몇 번 만져주었다. 폴로가 진정하자 마이크는 몸을 앞으로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며 안심시켰다. (p212) 

이런 논쟁 거리를 제쳐두더라도, 사회적 놀이는 틀림없이 어린 침팬지가 다른 어린 침팬지들과 친해질 기회를 제공한다. 친구들 중 누가 나보다 힘이 더 세고, 누구네 엄마가 우리 엄마보다 서열이 높은지, 그래서 사소한 다툼이 생겼을 때 나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기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지 배운다. 또 내가 힘자랑을 하면 내 말을 고분고분 들어줄 친구는 누구인지 알게 된다. 즉 침팬지 사회의 복잡한 구조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p 260) 

인간과는 달리 태어나면서부터 생존의 위협을 받는 야생 침팬지의 삶을 반추해보면 어느 순간도 목숨을 담보로 살지 않는 때가 없다. 그것을 이겨내고 강해져야만 살아낼 수 있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 측은하다. 

그들의 잦은 입맞춤과 포옹, 손 얹어주기는 그것을 통해 불안한 마음을 다시 위안을 얻고 힘을 내어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도 같다. 그들은 인간과 같이 기쁨, 절망, 공포, 친밀, 우울감을 느끼며 각기 다른 품성을 지닌, 존중 받아야 마땅한 생명체임을 알게 된다. 

20세기 초만 해도 200만 개체를 이루었던 침팬지는 전염병, 서식지 파괴, 식용이나 실험용 혹은 동물원 사육 등을 위한 불법 포획으로 현재 15만 개체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기본적 생존권마저 지켜지지 못한 환경에 놓인 그들은 고도로 발달된 두뇌를 가진 인간의 그늘에서 신음하며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 '인간의 그늘에서'를 통해 침팬지 뿐 아닌 지구상에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하는 인간의 도덕적•윤리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최승진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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