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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60] 코스모스

[2019-11-26, 09:19:23]

칼 세이건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1980년에 출간되었지만,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통찰과 그 아름다운 문장들은 세월이 지나도 빛바래지 않고 여전히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코스모스에서 일반적인 곳이라 할 만한 곳은 저 광대하고 냉랭하고 어디로 가나 텅 비어 있으며 끝없는 밤으로 채워진 은하 사이의 공간이다. 그래서 코스모스의 어느 한구석을 무작위로 찍는다고 했을 때 그곳이 운 좋게 행성 바로 위나 근처일 확률은 1/10³³이다. 10³³이라는 숫자는 1 다음에 0이 33개 붙는다. 즉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이 10³³번 시도해야 그런 일을 한 번 정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본문과 각주에서 발췌)


그렇게 우주에는, 그토록 띄엄띄엄, 은하가 대략 1000억 개 있는데, 우리는 국부 은하군(Local Group of Galaxies) 안에 있는 소박한 은하단, 그 중에서도 2억 5000만 년마다 나선 팔을 한 번씩 돌리는 은하수 은하의 변두리에 자리 잡고 있다. 은하수 은하 안에는 다양한 성격의 별들이 4000억 개 정도 있는데 태양은 그 중 하나다.


이러한 지식은 우리의 상대적 위치를 가늠하게 해준다. 우리는 모두 무한한 공간의 한 점, 억겁의 시간 속 찰나 동안 잠시 점유하다 우주의 티끌로 돌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니 그가 아내에게 바친 헌사는 <코스모스>가 가진 메시지가 가장 간결하게 응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는 하나의 기쁨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더 큰 울림을 준 문장은 따로 있었다.


“지구상의 생물들은 모두 탄소 원자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유기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다. 분자 수준에서 나무와 사람, 짚신벌레가 근본적으로 같은 화학반응을 통해 생명 활동을 영위하는 것이다. 이는 지구의 모든 생물이 단 하나의 조상으로 수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문 중에서)


크게 보면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친척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러한 분자생물학적 유일성에도 불구하고 지구에 사는 생물들은 엄청난 다양성을 갖고 있다. 이 공통점과 다양성은 우리모두가 존재하는 방식이다. 그러니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마땅히 차별 없이 존중되어야 한다. 하물며 성별이나 피부색,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코스모스 즉 우주의 질서와 배치되는 것이다. 


이 광활한 시공간에서 한 점 교차함으로 얻어진 소중한 인연들에 감사하며, 이 땅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명에 대해 깊은 연대감을 갖고 살아갈 일이다.

 

김건영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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