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중국 공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 실사판의 예고편이 공개되자 마자 중국 누리꾼들의 지적 세례를 받고 있다.
9일 중국일보망(中国日报网)은 지난 8일 공개된 ‘뮬란’ 예고편을 본 중국 누리꾼들이 실제 역사적 상황에 부합하지 않은 장면 설정, 화장법 등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화 ‘뮬란’은 1998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유역비, 견자단, 공리, 이연걸 등이 주연으로 출연해 제작 초반부터 화제를 모았다.
8일 예고편이 공개되자 중국 누리꾼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전쟁의 웅장함과 유역비의 담담하고 우아한 무협 연기가 예고편에 잘 드러나 있다”, “스케일도 크고 화면이 예뻐 기대된다”며 호평한 반면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영화의 디테일을 지적하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현지 누리꾼들의 논란은 크게 뮬란의 집과 화장법 두 가지에 집중된다. 먼저 영화 속 뮬란의 집으로 설정된 토루(土楼)가 푸젠(福建)에 위치해 있어 남북조 시대 유목 민족과의 전쟁 배경지인 북방과 크게 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그동안 뮬란이 푸젠 사람인 줄은 몰랐다”며 제작자 측의 사려 깊지 못함을 꼬집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과거부터 뮬란 출신에 대한 논쟁이 빈번했다. 하지만 뮬란의 참전 이유가 북방 유목 민족을 대항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근거로 그녀가 허난성 상추(商丘) 사람이라는 의견이 가장 지배적이었다. 상추 시는 푸젠성에서 북쪽으로 무려 1300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
예고편 속 뮬란의 화장한 얼굴에 대해서도 중국 누리꾼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새하얀 얼굴에 과한 화장이 일본 게이샤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위진 남북조 시대 유행하던 화장법이 바로 하얀 얼굴, 노란 이마, 붉은 뺨과 이마 문양이라며 영화가 이를 잘 재현해냈다고 반박했다.
이 밖에도 현지 누리꾼들은 원작에서 크게 사랑받은 마스코트 무슈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 뮬란의 중요한 장면으로 꼽히는 OST ‘Reflection’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꼬집으며 영화가 기대에 못 미칠 거라는 우려를 쏟아냈다.
뮬란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전쟁터에 대신 나가 활약을 하는 이야기로 수동적이고 온순한 전통 여성상에서 탈피해 적극적이고 당찬 현대 여성상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역비가 연기하는 디즈니 ‘뮬란’ 실사판은 오는 2020년 3월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