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요조가 상하이 천수만문화예술중심에서 콘서트를 가졌다. |
‘홍대여신’ 요조가 지난 20일, 21일 양일간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콘서트를 가졌다. 한국에서는 실력 있는 싱어송라이터로 두터운 팬층을 거느리는 그녀지만, 아이돌로 대변되는 중국 내 K-POP 열풍 속에서 들려온 요조의 콘서트 소식은 뜻밖이었다. 공연 시작 2시간 전, 데뷔 이래 첫 해외공연을 앞둔 그녀를 만나봤다.
첫 해외공연지 ‘중국’
중국에서 요조 공연을 보게 되다니 반가우면서도 궁금하다. 어떻게 중국에서 공연을 하게 됐나?
오히려 묻고 싶은 질문이다. 사실 해외진출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내 노래는 가사로 보나 뭐로 보나 한국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중국측 연락을 받고 우리도 모두 놀랐다.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왔지만 몇 분이나 와 주실지 모르겠다. 아직 실감이 안 난다.
가사가 주는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어려울 텐데 중국 팬들과 교감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 있는지.
그 부분을 두고 고민했지만 언어적 소통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음악적 교감에 굳이 뭔가를 더 쑤셔 넣고 싶지 않았다. 구태의연하게 설명하기보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단어가 주는 질감을 느끼는 것도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통역이나 자막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대신 중국 노래를 한 곡 준비했는데 앵콜곡이라 앵콜이 안 나오면 부를 수가 없다. 앵콜은 중국어로 뭐라고 하나?
*다행히도 이날 중국 팬들은 요조가 부르는 모리화(茉莉花)를 들을 수 있었다.
주성치를 너무 좋아해서 만든 곡(슈팅스타)이 있을 정도로 열성팬인 것으로 알고 있다. 주성치의 나라에 온 소감이 궁금하다.
스케줄까지 일일이 체크할 정도였는데 좀 해이해진 경향이 있다. 예전 같으면 욘사마의 나라를 찾는 일본 아줌마들과 비슷한 마음으로 왔을 텐데 중국에 가는 것만으로도 주성치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질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청춘’ 그리고 요조
2010년에 이어 14년에도 청춘 페스티벌에서 강연에 나섰고, 작년에는 고등학생을 위한 공연도 했다. 최근 김제동의 톡투유에도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유독 청춘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기회를 많이 갖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의도한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흘러왔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힘을 주는 덴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처음에는 얼떨결에 맡게 된 것 같다. 5년 전 청춘페스티벌 때만 해도 그렇게 회자될 줄 몰랐는데 내 역할이 무용(无用)하진 않았는지 톡투유나 다른 곳에서도 불러주더라. 올해도 청춘페스티벌에 나가게 됐다. 위로나 격려가 되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반대로 내가 위로와 격려를 받고 있다.
“늙어 잘 살려고 오늘의 아메리카노를 참지 말라”는 발언이 다시금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었다. 미래보다는 오늘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조가 꿈꾸는 내일이 있다면?
(꽤 오랜 침묵 끝의 대답은) 내일은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침대 배치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바로 날씨를 확인할 수 있게 해놨다. 오늘도 하필이면 비가와서 아쉽다. (3월 20일 상하이에는 비가 내렸다.)
요조의 가사는 간결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하지는 않다. 멜로디를 덜어내고 읽다 보면 한 편의 시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사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일상에서 얻는 셈이다. 그러니 영감을 얻기 위해서라도 일상을 악착같이 잘 살아야 하는 책임이 있다. 하루를 허투루 보내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한다. 죽고 싶을 정도로 ‘왜 이렇게 보냈나’하는 생각이 든다. 24시간을 나쁘지 않은 상태로 보내야 할 말도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요조의 음악을 두고 힐링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정작 요조는 어떤 방법으로 힐링하나?
맛있는 것도 먹고 산책하고. 특별히 힐링을 위해 뭔가를 찾아서 하지는 않는 편이다.
음악,. ‘My name is Yozoh’
미리 기획한 곳으로의 초대가 아닌 팬들이 부르는 곳으로 달려간 ‘부루다 콘서트’는 본 적 없는 신선한 시도였다. 전국을 다니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정말 다양한 지역을 두루두루 갔는데 지역색이 드러나는 곡을 한 곡씩 불렀다. 전주에서는 <전주비빔밥>, 수원에서는 <수원처녀>, 광주에서는 <임을 향한 행진곡>, 부산에서는 <부산갈매기> 등등.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노래가 만기된 적금처럼 성과로 남게 돼 굉장히 좋았다. 또 관객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같은 레퍼토리라도 날마다 공연의 색이 달랐다.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주고 받는 과정에서 관객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게스트인 중국 인디 가수 HAMA와 합동무대를 갖는다던데
내 노래 중 바나나파티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마침 마지막 곡이라 같이 맞춰봤다. 뮤지션으로서 몇 가지 판타지가 있다. 무심히 마이크를 던졌는데 관객들이 크게 따라 부르는 것, 첫 소절만 불렀는데 관객이 너무 좋아서 탄성을 내뱉는 것, 마주쳐본 적도 없는 해외가수와 함께 무대에 서는 것. 그 중 세 번째 판타지를 오늘 이루게 됐다. 아마도 첫 번째 판타지는 나중에 나이 들어서 디너쇼를 할 때에나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가능하지 않냐는 질문에) 내 팬들은 너무 시크해서 마이크를 넘기면 “니가 불러” 이런 반응이다.
홍대여신 요조(왼쪽)와 중국 포크요정 HAMA(오른쪽)가 합동공연으로 '바나나파티'를 부르고 있다. |
1집 발매 후 2집이 나오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3집은 언제쯤 나올까?
3집은 기약이 없는데 내년에도 어려울 것 같다. 그렇지만 내년 안에 나오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짜 상하이만의 트위스트가 있나요?
요조는 이날 공연에서 “최근 우리나라는 간통법이 폐지됐다”는 멘트와 함께 지난 12일 발표한 신곡 <불륜>을 들려줬다. 진중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의 요조가 홍대여신에서 한류여신으로 거듭나는 내일을 상상해본다.
▷김혜련 기자
홍대여신으로 통하는 한국의 싱어송라이터 요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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