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작은 행복

[2013-01-04, 19:52:43] 상하이저널
그녀가 물었다. 결혼 후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냐고.

며칠 전 그녀의 가족과 식사를 하게 됐는데 때마침 그날이 결혼22년 결혼 기념일이었다. 갑자기 그녀의 질문을 받고 보니 연애시절과 더하면 30년 가까이를 남편과 함께했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잠시 뒤를 돌아보게 했다.

행복해! 사랑해! 이런 말들을 습관처럼 하던 때가 까마득하다. 그런데 왜 난 그녀의 물음에 그때가 행복했다고 대답하지 못한 거지? 무어라 말을 했는지 얼버무리고 집으로 돌아와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결혼과 동시에 현실의 관계와 생활이 바로 나의 환상은 깨어졌고 출산의 기쁨을 잊게 하는 아이의 성장통을 바라보며 나의 성숙되지 않은 모습을 발견했을 때는 벌써 저만치 멀어져 간 현실에 마음 아파했다. 그러면서 돌이킬 수 없는 세월 속에서 묻혀진 삶의 무게가 없던 순수한 때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기억하며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열정에 감사하며 난 또 작은 희망을 꿈꾼다.

다행인건가? 난 지금이 행복하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분주하게 살아왔었다. 항상 마음이 조급하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나와 주위를 힘들게 했는지 돌아보면 아쉬움도 많지만 언제부터인가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진 것은 없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볼 수 있고 세상의 성공은 없지만 나의 경솔함과 실수와 부족함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마음을 열게 하니 삶의 오묘함에 놀라기도 한다.

얼마 전 가까운 지인에게서 ‘간절함’이란 짧은 글로 포장한 초콜릿을 하나 받았다. 사실 그때 내 마음에 간절함이 컸는데 건네 받은 그분의 작은 섬세함이 난 마치 그분이 나의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다.

게다가 좋아하는 달콤한 초콜릿을 조금씩 녹여가며 그 며칠 몸과 마음 다 행복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게으름도 살짝 더해가는 것 같다. 젊어서는 기념일이나 어떤 날들에 의미를 두고 설레기도 했는데 지금은 감동도 적어지고 나이를 핑계로 슬쩍 잊어버렸다고 둘러대기도 한다.

참 신기하다. 작은 초콜릿 하나와 포장한 짧은 단어 하나가 나를 깨웠다. 내가 보낸 작은 미소나 말과 글들이 어떤 이들에게 행복과 희망 위로가 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니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더 알게 했다. 오늘 난 디지털 문명으로 잊고 지내던 편지지를 꺼내 가까운 분들께 편지를 쓰고 짧은 인사를 글로 적어 보냈다. 그리고 작은 선물과 카드도 준비했다. 나의 짧은 글과 정성이 누군가에게 나처럼 큰 기쁨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중국의 관광 산업 hot 2014.07.30
    최근 국제사업여행연합(Global Business Travel Association)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오는 2015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비즈니스...
  • 중국의 부동산 시장 hot 2014.07.29
    미국의 한 언론매체는 최근 몇 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했던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쇠퇴의 길을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써..
  • 중국 공안부, 출입국 절차 간소화 hot 2014.07.28
    중국이 디지털 지문 정보가 포함된 여권을 보유한 중국인과 영주권이 있는 외국인을 위한 무인 자동출입국 심사를 시행한다.  지난 24일, 중국 공안부(公安..
  • 중국의 식품안전 hot 2014.07.24
    최근 유통기한이 보름 지난 육류가 미국 OSI 그룹의 중국 자회사인 상하이푸시식품(上海福喜食品)을 통해 중국 내 KFC, 스타벅스 등에 공급되었다. 이 사건의 파..
  • 중국과 브라질의 관계 hot 2014.07.22
    제6차 브릭스(BRICS) 및 남아메리카 국가 연합(UNASUR) 정상회담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7일 지우마 호세프(..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K-가곡, 상하이음악청에 울린다”
  2. 씨티은행 “중국 집값 6~9개월 내..
  3. 상하이, 외국인을 위한 ‘How to..
  4. 상하이저널 대학생 기자단 2024 상..
  5. 샤오미, 첫 사망사고 발생 “기술 결..
  6. 中 국산 항공기, 바이오 항공유로 첫..
  7. 中 신체 노출 우려에 사무실 CCTV..
  8. 中 1분기 커피시장 약세…주요 브랜드..
  9. 中 전기차 니오, 1~5월 인도량 전..
  10. 애플, 아이폰·맥북·아이패드에 챗GP..

경제

  1. 씨티은행 “중국 집값 6~9개월 내..
  2. 샤오미, 첫 사망사고 발생 “기술 결..
  3. 中 국산 항공기, 바이오 항공유로 첫..
  4. 中 1분기 커피시장 약세…주요 브랜드..
  5. 中 전기차 니오, 1~5월 인도량 전..
  6. 애플, 아이폰·맥북·아이패드에 챗GP..
  7. 中 최초의 국산 크루즈, 탑승객 연인..
  8. 中 여름방학 해외 여행 예약 시작됐다
  9. 中 반도체 시장 회복에 5월 집적회로..
  10. 中 단오절 연휴 1억 1000명 여행..

사회

  1. “K-가곡, 상하이음악청에 울린다”
  2. 상하이, 외국인을 위한 ‘How to..
  3. 상하이저널 대학생 기자단 2024 상..
  4. 中 신체 노출 우려에 사무실 CCTV..
  5. 눈떠보니 ‘中 국민 영웅’ 싱가포르..
  6. 6월 15일 상하이 고속철 2개 노선..
  7. 中 연차에 대한 모든 것, 상하이시..
  8. “복덩이가 왔다!” 中 푸바오 첫 공..
  9. SHAMP 제17기 입학식 개최 "주..
  10. [인터뷰] “기록의 이유… 보통 사람..

문화

  1. 상하이, 단오절 맞이 민속·문화예술..
  2. 희망도서관 2024년 6월의 새 책
  3. “K-가곡, 상하이음악청에 울린다”
  4. [책읽는 상하이 242]나인

오피니언

  1. [독자투고] 상하이에서 TCK로 살아..
  2. [중국 세무회계 칼럼] Q&A_ 중국..
  3.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4년..
  4. [허스토리 in 상하이] You ar..
  5.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2]상하이..
  6. [Jiahui 건강칼럼] 무더운 여름..
  7. [무역협회] 韩, 왜 해외직구를 규제..
  8. [무역협회] 한·중·일 협력 재개,..
  9. [허스토리 in 상하이] 여름방학
  10. [Dr.SP 칼럼] 지구온난화 속 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