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시절
(好雨時節/A Good Rain Know, 2009)
•감독: 허진호
•출연: 정우성, 고원원
동하, 봄이 오면 꽃이 피는 걸까, 꽃이 펴서 봄이 오는 걸까.
대나무는 좀처럼 꽃이 피지 않지만 일생에 단 한번 필 경우에는 전 대나무밭에서 일제히 핀다고 한다. 꽃피는 시기는 3년, 4년, 30년, 60년, 120년으로 다양하며 대나무밭 전체에서 일제히 꽃이 핀 후 모두 고사한다고. 영화 호우시절의 사랑은 時節의 아픔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리고 詩節을 읊으며 때를 기다린다. 30대의 사랑은 봄(時節)과 꽃(詩節)을 알아 때론 슬프다. 한번 피고 고사해버리는 대나무 숲처럼.
좋은 비는 시절(時節)을 알아… 더 설레고 더 조심스러운 30대의 사랑
중장비회사 팀장 박동하는 중국 출장 중 우연히 두보초당에서 관광가이드를 하고 있는 유학 시절 친구 메이를 만나게 된다. 사실 두 사람은 풋풋한 사랑을 나누었던 사이. 어색한 것도 잠시, 두 사람은 싱그러운 5월의 눈동자로 서로를 바라본다. 친구와 연인의 어설픈 과거를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던 두 사람은 처음보다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서로의 기억을 찾고 결국 동하는 귀국을 하루 늦춘다. 눈이 부신 5월의 청두에서 보내는 너무나 소중한 딱 하루, 첫 데이트와 첫 키스, 그리고 서로의 기억을 적셔주는 비를 맞는다.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이 봄에 내려 만물이 소생하는 구나’라는 두보의 시처럼 두 사람의 사랑은 시(時)와 시(詩)를 알고 이제야 찾아온 것 인가.
짧은 데이트, 긴 로맨스… 상하이에서 다시 만난다면
1시간40분 내내 가슴이 설레었다. 따릉따릉 울리던 그녀의 노란 자전거. 언젠가 광고 카피글로 유명했던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에 들어왔다’는 글귀가 생각이 났다. 영화는 상해에서도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중국의 모습을 담고 있다.
‘콴자이상즈’라는 청두의 거리에서 사람들이 춤추는 장면, 공항에서 처음 나왔을 때 클랙슨 소리에 불안해하며 차를 타는 경험이라든지, 길거리에서 먹는 국수나 데이트 때 가볍게 먹는 간식까지. 상해에서 늘 겪는 모습이지만 영화 속 청두의 모습은 이국적이다.
동하가 꺼내 든 엽서에 상하이의 그림과 상하이의 시를 추억하게 한다면 어디가 좋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설렘을 준 쓰촨미녀(메이), 판다(데이트), 술(추억), 쓰촨요리(현재). 그리고 영화 ‘호우시절’을 상하이에서 추억해본다.
Theme 1
‘사우스뷰티(South Beauty 俏江南)’
쓰촨요리가 주는 낭만, 돋보이는 대나무 인테리어
상하이의 아름다운 거리 중 하나인 헝산루. 이국적인 그곳에서 만나는 사우스뷰티는 동하와 메이가 사랑을 되찾은 대나무 숲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상하이에서 동하와 메이가 쓰촨 청두의 추억을 느끼기에 충분한 사우스뷰티를 찾아본다.
四川 泡菜(18元)
시큼하고 아삭한 채소는 한낮 더위에 지친 입맛을 살려준다. 입안의 미뢰가 모두 살아 움직일 정도로 매력적인 새콤함이다. 메이의 매력이 이런 느낌일까?
京衣白肉(38元)
창호지같이 얇게 저며 나온 고깃살에 채 썬 양파와 당근을 올려 두 가지 매콤한 소스에 찍어먹으면 새롭다. 잘 버무려진 샐러드로 입맛을 살리는 기분. 가볍게 먹고 다음 요리를 기다리기에 딱 좋은 렁차이. 서로에게 좋아하는 소스를 적셔 한입씩 나누는 맛이 일품.
锅巴海三鲜(58元)
잘 달궈진 이와추(IWACHU)무쇠솥에 담겨 나와야 제 맛인 누룽지 탕. 아쉽게도 매끈한 접시에 나와 그 맛있고 뜨거운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꼬숩고 바삭한 누룽지와 부드럽게 감싸주는 소스는 나무랄 데가 없다.
神衣牛肉茶树菇(68元)
말린 고사리 모양의 동백나무 버섯의 식감은 고기를 씹는 맛이 난다. 거기에 가늘게 채 썰어 볶아진 소고기, 모양을 살려 함께 볶아진 고추와 잘 어우러진 맛이다. 풋고추의 아삭함이 살아있고 쫄깃한 버섯과 소고기의 식감이 쓰촨식 매콤함을 살아있다.
歌乐山辣子鸡(58元)
쓰촨요리의 대명사. 알싸한 맛에 혀끝이 얼얼하지만 쉽게 젓가락이 놓아지지 않는다. 얼얼하고 알싸한 혀끝의 매운맛은 기다림 끝에 달래진다. 메이의 사랑이 그렇게 다가왔듯이.
门房四宝(18元)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에게는 함께 밥을 먹는 시간에도 유머가 필요하다. 얇게 썰어진 떡종이 위에 달달한 쌀과자 붓으로 팥앙금표 사랑을 써 보인다면 그도 그녀도 오랫동안 기억하지 않을까.
헝산루 사우스뷰티(south beauty)에서 데이트 10배 즐기는 Tip
대나무가 보이는 창가로 미리 예약한다. 모든 메뉴가 커다랗게 나온 메뉴는 그녀(또는 그)와 함께 고른다. 시원한 에어컨엔 따뜻한 차 한 잔이 딱 어울린다.
▶桃江路 28号(6445 2581~2)
Theme 2
코티지(The Cottage cafe)
5월만큼 싱그러운 한 장의 엽서 같은 빈티지 카페
헝산루의 플라타너스 거리를 걷다 만나는 작은 카페 코티지. 독특한 외관만큼이나 인테리어도 독특하다. 동하와 메이가 영국에서 만나 이런 찻집에서 커피한잔을 했을 듯한 느낌. 추억은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에서 다시 현재가 되는 듯. 그와 그녀가 나눠 마셨을듯한 시원한 베리 주스와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한잔이 그립다.
코티지에서 추억 만들기 Tip
무선인터넷이 굉장히 빠르다. 잠시 무료인터넷으로 그녀에게 사랑의 메일을 보내보자, 데이트 후 집에 도착한 그녀가 혼자 읽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상상하며.
▶桃江路 25号(6466 0753)
맛있는 영화평
•서혜정: 추억의 문은 아무 때나 열리지 않는다. 무겁게 힘주어 열었던 코티지의 문은 잊히지 않을 추억의 책장을 넘기게 해준다.
•박지민: 초록 문, 연두 빛의 회벽, 하얀 의자가 30년대 상하이 가정 집 같은 낭만적인 코티지. 커피는 부드럽고, 스무디는 정말 스무디하다.
•나은수: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입맛을 확 살려주는 매콤하고 맛난 음식들의 향연~ 나도 ‘호우시절’의 메이처럼 먹어본다.
•김나래: 바람에 날리는 대나무 숲, 그윽한 차, 음식 나도 빠지지 않는 south beauty. 음식 맛에, 분위기에 취해 떠나기가 못내 아쉬웠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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