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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Shall we dance a life?

[2010-05-07, 18:14:55] 상하이저널
세 여인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좌측의 여성은 흰색 드레스를 입고 옅은 미소를 띄고 있습니다. 곧 춤을 제안할 남자가 다가올 것을 예감한 것처럼, 삶의 기대감이 느껴집니다.

반면 우측의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공감을 잃은 눈으로 말라붙은 두 손을 모으며 춤 추는 커플을 바라봅니다. 한 때 불붙는 듯 타오르던 과거는 있었겠지만, 그녀에게 현재는 그저 잃어버린 시간의 파편인 듯 합니다.

이 여인들과 관계없이 붉은 드레스의 여자는 가운데에서 검은 정장의 남자와 열정의 춤을 춥니다.

이 장면은 뭉크의 <생명의 춤:the Dance of Life>이란 그림의 한 장면입니다. 생명의 여러 단계를 세 명의 여인으로 표현한 뭉크의 작품은 다른 색의 드레스를 입은 세 여인을 통해 그의 시간관을 엿보게 합니다.

여러분에게 시간은 어떤 색의 어떤 이미지입니까?

같은 제목의 에드워드 홀의 <생명의 춤:the Dance of Life>이란 책은 우리가 인식하는 시간의 개념을 다각도에서 다문화적으로 정의한 책입니다.

인간의 삶과 문화의 관계를 4권의 연작(침묵의 언어, 숨겨진 차원, 문화를 넘어서, 생명의 춤)을 통해 촘촘하게 드러내었던 그는 특히 <생명의 춤>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서로 서로 보이지 않는 시간의 리듬 혹은 시간의 벽에 의해서 연결되어있으면서도 고립되어있는지 묘사합니다.

특히 근대의 절대적이며 서구적인 시간의 개념을 토대로 진화된 언어, 도구, 제도 등과 같은 인간의 "연장물"이 거대한 괴물이 되어 우리를 다시 지배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지요. 예를 들어 하루라도 핸드폰이 없으면, 최신 정보를 알아두지 않으면 불안한 우리처럼 말이죠.

그의 메시지는 (제 주관으로) 요약하면 잃어버린 자아 본연의 "리듬" 즉 혼자 있을 때 나의 리듬, 타인과 어울릴 때의 리듬, 세상과 부딪칠 때의 리듬, 이러한 리듬을 따르는 생명의 춤을 추자는 것인 듯 합니다.

무려 1984년에 출간된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그의 혜안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문화를 누리되, 문화에 지배되지 않는 인간. 세계의 흐름을 이해하되 자신의 리듬감을 잃지 않는 인간. 그의 메시지는 문득 입시를 위해, 혹은 성공을 위해 현재를 포기하길 바라는 부모 세대와 현재의 모든 것을 다 누리고 싶어하는 청소년 세대의 갈등을 떠올리게 합니다.

월간 <사람>에서 민가영(2008)씨는 기성세대는 청소년 세대에게 고용의 불안정과 학력-직업-소득의 공식이 무너진 시대에 안정된 소득을 얻는 것을 최우선으로 지금의 시간을 모두 ‘유예’ 혹은 양보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이미 부모 세대로부터 예측이 불가능한 불안정한 삶을 간접적으로 배운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 주장이 설득력이 적다고 지적합니다.

때문에 일부 십대들은 직시하고 싶지 않은 현실과 도달하기 어려워 보이는 미래 사이에서 소비와 같은 일회적인 행동을 반복하며 현재를 “비유예적으로” 소비하고 있지요.

지금의 부모세대와 청소년세대는 각자 시선이 빗겨간 채, 과거, 현재, 미래의 다른 시간을 보며 서로 고립된 뭉크의 그림 속 세 여인을 연상시키지 않나요?

그러나 시대의 리듬을 우선하는 부모세대도, 세대의 리듬을 중시하는 청소년세대도 잃어버리고 있는 건 자기의 “리듬”을 타고 춤을 추며 타인과 나의 리듬을 조화롭게 조율하는 능력이 아닐까요?

ⓒ 상하이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려대 영어교육과 졸업 후 서울 Cardiff Language School에서 3년간 근무했다. School for International Training에서의 영어교육학 석사취득, Colegio Real de Minas (Mexico)에서 근무하며 다문화와 영어교육에 대한 평생 화두를 얻었다. 현재 SETI에서 6년째 TOEFL, SAT, Literature 강의를 맡고 있다.
arimaha@naver.com    [김아림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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