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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선생님이 인종차별 해요

[2009-10-14, 18:53:15] 상하이저널
상하이에 사는 많은 외국인들은 상하이를 한 단어로 표현하라 하면 주저하지 않고 다양성(diversity)라고 말합니다.

낡음과 새로움, 동양과 서양, 혹은 중국과 ‘비’중국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가늠키 어려운 패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이점 때문에 상하이에서 자녀교육을 계획, 혹은 진행하시는 많은 분들은 경제적 부담에도 다양성의 철학이 가장 잘 실현될 수 있으리라 보이는 ‘국제학교’로 아이를 입학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자기 문화의 가치가 인정 받고 합의된 가정이나 모국의 공간을 떠나 국제학교에 들어서는 순간, 아이들은 낯선 문화들이 여과 없이 상충하는 공간에 홀로 남겨집니다.

자기 문화 속에서는 당연한 일들이 오해를 일으키고, 이를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합니다. 그 결과 많은 아이들은 자신의 언행이 자연스럽게 인정 받는 같은 한국 아이들 또래 그룹을 찾아 어울리고 타 문화권 친구와는 인사만 나누는 사이로 만족하곤 합니다.

실망스럽게도, 이런 아이들을 세심히 이끌어 줄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or Interculturalism)를 이해하는 카운셀러가 국제학교에 많지는 않은 게 현실입니다. 물론 국제 학교 선생님들 중에는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적, 언어적 배경을 세심히 이해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문화적 개념을 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숙시키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사실 많은 국제학교들은 미국식, 영국식 등의 커리큘럼을 선택하는 순간, 그 나라 커리큘럼의 표준과 철학을 따르게 됩니다. 때문에 고용된 선생님들도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는 그 표준과 철학을 내면화한 그 나라 출신의 선생님들만을 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선생님들 본인이 문화적 이해 없이 몇몇 개인적 사례를 통해 특정 나라 아이들 혹은 부모에 대한 편견을 형성하거나 심지어 자기에게 다가오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방어적으로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때때로 아이들이 가정에 돌아가 어떤 선생님이 ‘인종차별’ 한다, 혹은 자기를 싫어한다고 서툴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당황한 부모님들은 언어적 장벽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넘어가거나, 문화가 달라서 그렇다고 막연히 설명해주며 아이를 이해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받은 미묘한 모멸감과 분노는 아이에게 막연한 피해의식이나, 편견, 자신감 결여, 혹은 회피와 같은 심리적 상처를 남깁니다. 이 때 이런 경험을 문화적 갈등을 풀어가는 사회적 경험의 기회로 바꿔주는 게 필요합니다.

설득력 있는 아이와의 대화법으로 유명한 Adele Faber와 Elaine Mazlish의 조언에 따르면 아이에게 모든 집중을 다하여 이야기를 들어주되, 아이의 말에 ‘그건 이런거다’, ‘저런거다’, 설명을 덧붙이거나 덩달아 편들어주며 더 기분을 부추기지 않고, 다만 아이의 감정에만 초점을 맞추어 공감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또한 아이가 혼자 힘으로 해 볼 수 있는 여러 해결책 –카운셀러 혹은 마음이 통하는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교장선생님에게 이메일을 쓰기, 컨퍼런스에서 부모님과 함께 상의하기 등을 함께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기 일을 객관화 시킬 수 있고, 부모의 이해로 자존감을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는 아이의 표정을 한번 정도 깊게 들여다보며 어제와 달라진 아이에게 부모가 호기심을 보여주는 것만한 위로는 어디에도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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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영어교육과 졸업 후 서울 Cardiff Language School에서 3년간 근무했다. School for International Training에서의 영어교육학 석사취득, Colegio Real de Minas (Mexico)에서 근무하며 다문화와 영어교육에 대한 평생 화두를 얻었다. 현재 SETI에서 6년째 TOEFL, SAT, Literature 강의를 맡고 있다.
arimaha@naver.com    [김아림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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