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민들을 대상으로 했던 요식업계 종사자들은 줄어드는 손님에 몇 달째 한숨 소리가 이어진다. 구베이 고려정과 우중루 압구정 등 대형 한국음식점들의 무단철수가 불황의 실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교민들의 위축된 소비심리에도 불구하고 현지고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음식점들이 있다.
현지인 고객을 확보해 성공한 한국음식점으로 우중루의 ‘오발탄’과 홍신루의 ‘단양숯불갈비’가 교민들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오발탄은 최근 한국고객들이 빠지면서 중국고객이 6~70%이상 차지하며, 단양숯불갈비 경우는 절반가량이 현지고객이 차지한 지 오래다. 또한 지난해 8월 푸둥에 오픈한 ‘화로사랑’은 주말에는 대기손님이 10팀 이상씩 줄을 설 정도이며, 수이청루에 자리한 ‘사노라면’은 70%가 20~30대 중국 젊은 층이다.
오발탄은 중국인들이 먹지 않았던 양·대창구이라는 메뉴로 현지에서 성공한 사례다. 한국에서도 검증받은 전문화된 맛이 중국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단양숯불갈비 역시 한국 전통음식 중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불고기를 선택,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경우다. 요리경력 25년 경력의 김귀윤 사장은 “신선한 재료로 한국적인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한국에 본점을 둔 ‘화로사랑’ 김성기 점장은 “중국 진출할 때 퓨전식은 안된다는 것이 본사 의지였는데, 역시 한국적인 것으로 승부해야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한다. ‘사노라면’은 한국의 대학가 주점의 독특한 분위기와 서비스로 현지고객을 확보한 경우다. 주메뉴가 불고기가 아니지만 비빔밥을 비롯 다양한 분식과 안주류 등으로 중국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곳이기도 하다. 이들 모두 한국적인 맛과 서비스로 상하이에서 한국음식문화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는 음식점들이다.
또한 한국인이 밀집된 상권이 아닌, 백화점이나 대형몰에 입점한 한국음식점들은 중국고객이 주류를 이룬다. 불고기는 물론 쇼핑객들의 점심메뉴로 비빔밥이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음식점이 대식대(大食代)의 ‘고려석과(高丽石锅)’다. 까르푸 뿐 아니라 난징루, 쉬자후이 등 대형몰이 있는 대식대에는 어김없이 ‘고려석과’가 입점해 있다. 조진욱 사장은 “전체시스템을 본사에서 관리해주고, 결제로 카드로 하기 때문에 데이터관리도 쉬운 편이며, 직원관리도 일반 음식점에 비해 편한 장점이 있다”고 전한다. 고려석과는 상하이에 7개, 중국전체에 13개 매장을 두고 있다.
로싼꽌루(娄山关路) 지하철역 부근 창팡국제광장(长房国际广场) 5층 식당가에 입점한 한국요리 ‘고가(古家)’는 올해 3월 1호점을 오픈했다. 김상원 사장은 “임대료는 주변 일반상가에 비해 다소 높지만 별도의 홍보비가 지출되지 않아 백화점 입점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한편, 시중심 상권에 과감히 진출, 중국인 고객들로부터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음식점들도 많다. 한림, 부산요리 등 대형음식점은 난징루, 인민광장뿐 아니라 상하이 시내 유명백화점 내에 자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민광장 부근에는 상하이 현지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한국음식점도 3년째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들 한국음식점들 모두 경기불황으로 다소 매출변화는 있다. 하지만 위기와는 무관하다. 그 동안 꾸준한 노력으로 확보된 중국현지고객들이 든든히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수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