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환율이 급등세를 보인 반면 인민폐 절상에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금융시장의 변화에 대해 '환율과의 전쟁' '금융패닉'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지난 며칠간 환율변화로 격전을 치룬 금융시장만큼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상하이에 딸 둘(15세·12세)을 데리고 조기유학을 온 정 모씨(41). '기러기 아빠'가 된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지고 있다. 그녀는 최근까지만 해도 매달 한화 300만원씩 송금받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물가도 오르고 원화환율 급등 탓에 이번달에는 400만원으로 늘렸다며 가계부를 펼친다. 작년 이맘때 300만원을 송금하면 2만3천위엔정도 하던 것이 이달에는 400만원으로 늘려 받았지만 2만6천위엔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아파트 임대료, 교육비, 각종 생활비 등 물가인상도 한 몫 거들어 생활은 오히려 1년 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원화 약세 위엔화 강세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업종에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우에서 한중간 물류업에 종사하는 김광윤(대신특송)씨는 "최근 이우의 많은 수출업체들이 아예 한국으로의 수출을 멈추고 환율변동을 기다리는 업체가 늘고 있어 전체적인 물동량도 눈에 뜨게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한국으로 생활용품을 주로 수출해오던 업체들이 위엔화 절상으로 수출가격이 상승해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 것이다.
상하이의 한 여행사는 "아직까지는 취소된 사례는 없지만 중국을 찾는 한국관광객들도 부담 커져 회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라며 걱정스러워 한다.
반면 부동산, 골프회원권 등에 투자한 사람들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올 초 홍췐루(虹泉路)에 136㎡ 아파트를 310만위엔에 구입한 김 모(46)씨는 당시 인민폐 대 환율이 1:130.37(1월 20일 기준)로 한화 4억414만원이 들었다. 그러나 두달 새 인민폐 급상승으로 1:143.35(3월 20일 기준) 아파트 시가는 한화 4억4천400만원 오른 셈이다. 김씨는 "아파트 구입 후 부동산 경기가 주춤해져 고민이 됐었는데, 두달만에 4천만원의 환차익을 봤다''고 웃어 보인다. 실제 미국의 발빠른 투자자들은 원화환율 급등세를 틈타 한국으로 부동산 등의 자산을 옮기고 있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원화환율 급등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해외 자산을 매각해 투자금을 한국내로 옮겼다가 얼마 뒤 환율이 급락하면 다시 자산을 해외로 옮겨 투자하는 과정을 통해 10-20%의 환차익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민폐 환차익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원화는 달러대비 약세지만, 인민폐는 달러대비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인민폐 매각을 통한 환테크는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다.
하나은행 상하이지점 김태형 부장은 "요즘처럼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는 관망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인민폐는 계속 절상될 것으로 보이므로 되도록 위엔화로 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좋다. 이미 채무가 있거나 필요한 사람(기업)이라면 한화나 달러를 통해 차입을 하고 자금자체는 인민폐로 운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고수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