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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것

[2022-10-21, 08:17:55] 상하이저널
우주도 가는 시대에, 산 넘고 바다 건너는 봇짐장수
3년 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2주나 머물렀으나 부모님 얼굴은 뵙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핑계를 대고 싶진 않지만 출장 차 머문 서울에서 밤낮으로 바빴다. 출장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이틀 휴가를 내서 부모님께 가려고 했으나 마치 드라마처럼 부모님 두 분 모두 코로나 양성 확진 판정을 받으셨다. 택시 안에서 수화기 너머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데 눈물이 왈칵 나왔다. 내가 3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고, 일도 일이지만 부모님 얼굴 뵈려고 달려왔는데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구나.

어느덧 저는 2주간의 서울 일정을 마치고 중국 땅에 돌아왔다. 그리고 서울에서 호텔 생활 2주에 이어 낯선 땅 샤먼에서 9일째 호텔 생활을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격리 생활이지요. 당분간 호텔 근처에는 가고 싶지 않은 이 맘을 어찌 표현할까. 

서울에서 3시간 비행기를 타고 샤먼에 도착해 여기서 열 흘 강제 격리를 마친 후, 당당히 그린 코드를 획득해야 또다시 상하이로 이동할 수 있다. 상하이로 한 번에 들어가서 격리하는 방법이 어려워서 샤먼 경유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예전이면 서울에서 상하이로 2시간 비행이면 도착할 거리를, 서울에서 샤먼 2시간 + 샤먼 격리 열 흘 + 샤먼에서 상하이 2시간, 이렇게 총 10여 일의 시간을 투자해야 상하이에 있는 내 집에 갈 수 있는 상황이다. 대단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황금같이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길 위에 흩뿌리게 만들고 있다. 출장 간다며 집 떠난 지 정확히 25일째. 짐은 또 어찌나 많은지 봇짐장수 저리 가라다. 참으로 웃픈 현실이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샤먼 격리 생활은 또 어찌나 첩첩산중인지. 처음 도착한 격리 시설에서 열 흘을 채우고 싶었으나 안 된다. 요즘 코로나가 심해져 예약이 많다 보니 딱 7일만 숙박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7일차 되던 날, 강제로 다른 격리 호텔로 이송되었다. 야밤에 봇짐 다 챙겨서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른 채 두려움에 이동했다. 두 번째 호텔에서 3일만 채우면 집에 갈 수 있을지 알았다. 

그런데 복병이 있었다. 밤 9시 넘어서 입실했기 때문에 밤 9시가 되어야 정식 격리 해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밤 9시 이후엔 상하이 가는 비행편도 없고 난감하다. 그렇게 저는 어쩔 수 없이 샤먼에서 최후의 하루를 더 보내야 한다. 심지어 두 번째 호텔도 격리 전용 호텔이라 1박을 더 추가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봇짐장수는 또 이렇게 새로운 호텔 예약을 해야 한다. 샤먼 열 흘 동안 3개의 호텔을 전전해야 한다니. 이곳 중국도 공무원의 행정 처리는 깝깝하기만 하다.


이 상황에 호텔 밖 풍경 하나는 끝내준다. 고개만 돌리면 바다가 아름답게 보인다. 이 방 밖을 나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데 말이다. 내일이면 열 흘을 채우고 자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 심리가 이상하다. 드디어 저는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불 밖은 위험해… 가히 국가급 가스라이팅에 정신적 자주성이 꽤나 무너져 있는 기분이다. 상하이 일상으로 돌아가면 치유할 수 있을까?

니모와 도리(brighte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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